Forsythia koreana. 이제 곧 만발할 개나리의 학명이다. 학명은 생물학에서 생물의 종에 붙인 분류학적 이름을 말한다.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가 처음으로 생물에 학명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전 세계에 통용되는 하나의 이름을 붙인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즉, 세계 어디를 가나 개나리를 ‘Gaenari’가 아닌 Forsythia koreana’로 말하면 모두를 이해시킬 수 있는 것이다.
보통 학명은 생물의 종과 속으로 구성되는 것이 원칙이다. 어떤 경우엔 생물이 발견된 지방이나, 발견한 사람의 이름이 붙이곤 한다. 개나리는 ‘koreana’라는 발견된 지방(한국)이 붙은 예인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600여 종의 나무를 살펴보면, 오직 7종의 나무에 두 명의 한국인만 이름을 붙였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일본은 무려 11명이 94종의 식물에 이름을 붙였다. 봄에 쉽게 볼 수 있는 왕벚나무만 하더라도, 제주도가 원산지이지만 그 학명은 ‘Prunus yedoensis’다. 여기서 ‘yedo’는 도쿄의 옛 이름을 뜻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식물에 대해 관심을 미처 두지 못한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우리의 식물 자원을 마음대로 가져다 자신들의 것인 양 이름을 붙여놓은 것이다.
물론 발견된 지방의 이름이 학명에 포함됐다고 해서 그 지방을 식물의 원산지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식물을 발견한 사람이 가장 먼저 그곳에서 발견한 것일 뿐, 다른 지역 혹은 국가에서 더 먼저 자라고 있을 수 있는 까닭이다. 그렇지만 보통 사람들은 학명을 보고 식물의 원산지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일본어 이름을 가진 한국인을 보면, 일본인으로 쉬이 오해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불행히도 식물의 학명은 쉬이 바꿀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어쩔 수 없지’ 놓아버린다면,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꼴이 된다. 적어도 왕벚나무를 보고 ‘일본 나무네’ 하는 오류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 우리 식물을 제대로 알고, 지금부터라도 소중히 보존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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