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의 포항 나들이, 그 현장에서 열풍을 느끼다

▲ 청색 도복 선수가 홍색 도복 선수 안쪽 다리에 기술을 시도하고 있다. 유도와 달리 삼보는 상, 하체에 기술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사진기자 이영건

 

경기시작 휘슬과 동시에 홍색 도복의 선수가 상대선수를 쉴 새 없이 몰아붙인다. 도복의 깃을 잡아 넘기려는 동작을 취하다가, 순식간에 상대선수의 다리를 잡아 넘어트린다. 경기장 바닥에서 계속된 힘겨루기의 승자는 먼저 상대의 위에 올라타 꺾기 기술로 선점한 선수다. ‘사모자시타 베스 오루지야(САМозащита Без Оружия)’, 러시아어로 직역해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맨손 호신술’이라는 뜻을 가진 삼보(САМБО)의 이야기다. ‘삼보?’ 혹시 불교 용어나 컴퓨터 브랜드를 먼저 떠올리진 않았는가? 삼보는 아직 동아시아에서 생소한 러시아의 대표적인 국기(國技)다. 지난 15일, 삼보가 포항에도 찾아왔다.

유도와 레슬링이 만나 탄생한 러시아 전통무술
세계적인 격투기 선수 표도르(Fedor)와 러시아 총리인 푸틴(Putin)이 삼보선수를 했었을 정도로, 삼보는 러시아에서 보편화된 무술이다. 다른 무술과 비교했을 때 삼보의 역사는 80년 정도로 짧은 편이다. 삼보가 태동된 때는 1938년. 당시 전 소련 체육 스포츠 위원회가 각 공화국의 전문가들을 소집해 새로운 호신체계를 만들고 삼보라는 이름을 붙였다.
‘2015 삼보국가대표 1차 선발전 및 제10회 전국삼보선수권대회’가 열린 흥해실내체육관에 들어섰다. 전국 각지의 체육관에서 모인 삼보 선수 약 200명이 국가대표 선발과 대회 우승을 놓고 치열한 경기를 벌인다. 삼보 대회가 한창인 체육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선수들의 도복이다. 상의는 유도복 같이 생겼고, 하의는 짧은 타이즈로 돼있어 레슬링복 같기도 하다. 이렇듯 도복부터 낯선 삼보는 보이는 그대로, 유도와 레슬링이 혼합된 무술이다. 그래서인지 서서 하는 기술은 유도를 닮았고, 낮은 자세에서 하는 기술은 유도와 레슬링 모두를 닮았다.
두 개로 나뉜 경기장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이 각각 진행되고 있다. 고등부 단체전, 두 번째 선수들의 경기가 한창이다. 선수들은 유도처럼 도복 상의의 깃을 잡고 기술을 시도한다. 그 순간은 마치 유도를 보는 듯하다. 레슬링은 경기복을 잡으면 반칙이지만, 유도와 삼보는 경기가 시작되면 도복의 깃부터 공략하는 것이 보통이다.
단체전에서 세 번째 순서의 선수들이 등장한다. 홍색 도복 선수가 상대선수의 다리를 거침 없이 공격해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다. 홍색 도복 선수는 안쪽 다리에 기술을 시도하려는 청색 도복 선수의 다리를 잡아 방어하곤, 청색 도복 선수를 뒤로 밀어붙여 그대로 넘어트린다. 이 부분이 바로 삼보와 유도의 가장 큰 차이 점이다. 유도에서는 하체에 대한 기술이 불가능하며, 하체에 손만 가도 반칙패를 당할 수 있다. 그와 달리 삼보는 상, 하체에 기술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유도에서 삼보로 전향한 선수들은 이 점을 삼보의 매력이라 말하곤 한다.
대회의 막바지가 되니 선수들이 갑자기 헤드기어와 글러브를 끼고 출전하기 시작한다. 경기 도중 글러브로 상대선수를 타격하기도 한다. 갑작스레 삼보가 다른 무술로 바뀐 것 같지만, 이는 삼보의 한 종류인 컴벳 삼보다. 삼보는 스포츠 삼보과 컴벳 삼보로 나뉜다. 이 두 가지 삼보의 룰과 기술은 거의 똑같지만, 차이점은 보호장비의 착용과 타격기의 유무다. 일반적으로 삼보대회가 열리면 스포츠 삼보를 적용하기에, 스포츠 삼보를 삼보의 대표격으로 볼 수 있다. 컴뱃 삼보는 스포츠 삼보와 매우 흡사하지만, 보호장비를 착용하기에 아마추어 삼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재 삼보는 오는 2018년, 인도에서 열리는 제18회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의 정식종목으로 합류하게 됐다. 올림픽에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 위해 러시아 정부와 국제삼보연맹은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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