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겸 목사가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뒤로 보이는 곳은 그의 서재다. 사진출처 기독타임스



전라남도 완도군 ‘정도리 구계등 갯돌해변’은 갯돌로 가득 차있다. 왼쪽으로 청산도, 오른쪽으로 보길도를 끼고 있는데 파도가 칠 때마다 우렁찬 노래로 항구 도시 완도를 울린다. 섬마을 완도를 둘러싼 갯돌해변의 파도소리만이 팍팍한 민심을 달래는 소리인 것은 아니다. 여기 바다를 바라보며 완도 지역민들에게 복음의 소리를 외치는 섬마을 목사님이 있다. 완도성광교회 ‘정우겸 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정 목사가 섬마을 완도에서 목회를 시작한 것은 33년 전 일이다. 중학교 시절 목사가 되겠다고 서원했지만, 그 마음에 변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 목사는 “목사로 사는 삶보다는 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 목사가 되고 싶지 않았다”라며 “자신을 낮추고 섬겨야 하는 목사로 사는 삶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큰 수술을 두 번 겪은 후, 결국 신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1982년도부터 완도성광교회를 섬긴다. 기도했던 대로 목사가 된 것이다. 이후 정 목사는 오랜 시간 지치지 않고 지역과 주민들에게 섬김의 마음으로 다가갔다.

완도, 미신 강하고 인구 급격히 줄어

그러나 섬마을 목회가 처음부터 그리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섬마을 특성상 배가 뒤집히거나 사고가 나는 경우가 빈번해 하루에 몰리는 제사가 많다. 그 때문에 완도에는 미신이 많다. 또한, 완도는 외지인들이 대부분이어서 교회에 정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에 정 목사는 평생을 외지인으로 살았던 아브라함을 기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 목사는 “다른 지역, 다른 문화 속에서 중심을 잡아가는 것이 어렵더라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그것을 돕는 것이 목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 목사는 완도의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것도 목회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과거 경제적으로 성공했던 항구도시 완도에 30여 년 전 완도성광교회가 지어질 당시 인구는 11만8천 명. 현재는 5만4천 명으로 줄었다. 201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완도에서 점점 유인도가 사라지고 있다.

“개인의 은사를 통해 베풂의 삶을 실천하는 교회가 되는 것이 목표”
이러한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 목사는 전 교인 1인 1사역의 원칙을 세웠다. 모든 교인이 각자의 은사를 가지고 사역을 해야 한다. 그래서 완도성광교회에서는 ‘무엇이든 목사보다 잘하는 것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완도성광교회에는 무려 830여 개의 *평신도 위원회가 있다고 한다. 정 목사는 “개인의 은사를 통해 베풂의 삶을 실천하는 교회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교회 안에 실업자 없애기 운동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 목사는 예배만 참석하고 본인 복만 가져가려는 사람은 완도성광교회에 필요 없으니 다른 교회로 가달라는 말을 한다. 이에 교회 관계자들은 정 목사를 말리기도 한다. 하지만 정 목사는 계속해서 모든 교인에게 1인 1사역에 대해 강요 아닌 강요를 한다. 정목사는 베풂 없는 신앙은 진정한 신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방침은 완도성광교회의 평신도들이 자신들의 은사를 발견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이런 은사를 발견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완도성광교회는 MBTI 세미나와 은사 세미나를 연다. 이 세미나는 자신의 장점과 은사를 발견해 각자의 능력을 통한 사역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세미나를 통해 자신의 달란트를 발견한 모든 성도들은 매해 11월 마지막 주에 이듬해 자신이 하고 싶은 사역을 신청한다. 하지만 아무 곳에나 지원할 순 없다. 지원한 위원회가 성도의 은사에 잘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남아 있는 까닭이다.
정 목사가 성도 한 명 한 명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은사를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 목사는 “교회 안에 시기 질투가 많은 이유는 교회가 성도들이 잘하는 일을 펼칠 수 있는 장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아이가 가진 은사가 축구라면 축구를 할 수 있는 축구공과 운동장을 제공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완도 위한 복지 통해 지역민에게 다가가

830여 개의 평신도 위원회는 대부분 완도 지역민들의 복지를 위한 위원회다. 완도성광교회는 완도 지역민들이 ‘교회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 있게끔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고 있다. 정 목사는 “830여 개 되는 평신도 위원회 중 300여 개 이상은 지역사회를 위한 위원회다”라며 “교회가 지역과 분리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완도성광교회는 ▲청소년문화센터 사단법인 ‘꿈틀’ ▲성광노인복지센터 ▲다문화가정지원센터 ▲제자독거노인도시락사역 ▲결식아동도시락사역 ▲성광지역아동센터 등 관련 복지 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만 200명이 넘는다. 이 중 청소년 문화 센터 꿈틀은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완도성광교회의 대표적 복지 사역이다.
완도의 인구가 줄면서 완도에서 아이 울음소리나 청소년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졌다고 한다. 정 목사는 “완도 아이들 중 집에 재산이 있거나 똑똑한 아이들은 광주나 목포로 다 나간다”라며 “완도에 남은 아이들은 버림 받았다는 의식에 사로잡혀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완도성광교회는 고심 끝에 그 아이들을 위해 꿈틀을 만들었다.
사단법인으로까지 발전한 꿈틀에는 청소년에게 공짜로 제공되는 카페, 극장, 인터넷 PC방, 독서실 등이 있다. 정 목사는 “단일건물로 청소년복지사역을 하는 것은 전국에서 완도성광교회가 처음”이라며 “다음세대인 청소년들에게 교회가 먼저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야 한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수평이동 거부하는 그 목사의 목회철칙

정 목사에게는 또 하나의 특별한 목회 철칙이 있다. 정 목사는 “목회기간 동안 지켜온 철칙이 바로 완도읍내에서 교회의 수평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수평이동은 신자가 같은 지역 안에서 교회를 옮기는 것을 말한다.
완도는 비교적 소규모 도시로 서로가 다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완도읍내에서 성도의 수평이동은 교회 안의 소문과 분쟁이 일어나는 계기가 된다. 그뿐만 아니라, 교회 간에 경쟁심도 일으킨다. 정 목사는 “교회끼리의 경쟁과 분쟁은 아무 소용이 없다”라며 “수평이동을 통해 발생하는 교회의 분쟁은 예수님이 바라시는 일이 아닐 것이다”라고 수평이동을 거부하는 것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이렇게 완도성광교회는 지역주민들을 복지 사역으로서 섬기고, 지역 사회의 화합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가장 소외되고 가난한 곳에 찾아가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 교회의 존재 이유라는 정 목사의 신념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정 목사는 “현재 교회는 사회의 아픔을 외면한 채 교회의 양적 성장과 내부 문제에만 관심이 있다”라며 현재의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목사들은 예수님이 하셨던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위한 사역을 해야 하며, 교회는 성경이 말하고 있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정 목사는 “예수님께 받은 사명인 복음을 전하는 것을 위해서는 목숨조차 귀하게 여기지 않았던 바울 사도를 닮아가는 것이 목표”라며 복음을 전하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별히 학생들에게 “예수그리스도만이 인생의 해답”이라며 “예수를 믿는 것이 때로는 우습게 보이고 케케묵은 것인 양 보일 수도 있지만, 설령 지금 이해가 안되더라도 예수그리스도에게 인생을 걸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평신도 위원회: 목회자가 아닌 평신도가 위원장이 되어 사역을 진행하는 공동체로 모든 분야(영성 훈련 위원회, 한글 교육 위원회, 암 환자 사랑 위원회 등)에 걸쳐 위원회가 구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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