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의 매체 다큐멘터리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재미와는 거리가 먼 매체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화재를 일으키는 예능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장르인 예능이 다큐멘터리의 가장 중요한 본질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것입니다. 이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리얼리티를 사용하여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와 ‘감동’을 ‘리얼리티’를 통해 배가시키고자 합니다.

2013년 10월부터 2014년 7월까지 방영된 SBS <심장이 뛴다> 라는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이 소방대원의 삶을 체험할 뿐만 아니라 실제 구조 상황에도 임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었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연예인들이 인터뷰를 통해 ‘리얼 버라이어티’보다 오히려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을 정도로 제작자가 사실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담은 사건 사고들은 실제이며, 그것이 사실로 느껴졌기에 시청자들은 인물들을 따라가며 울고 웃을 수 있었습니다.

SBS<정글의 법칙> 또한 그러합니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라는 특성상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제작의 일차적 목적이지만, 그 ‘재미’와 ‘볼거리’는 ‘사실성’과 분리될 수 없는 종류의 것입니다. 따라서 ‘사실로 보이는 힘’이라는 다큐멘터리의 장르적 특성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국적 정취의 풍경 속에서 야생 동물들을 만나며 우여곡절 끝에 적응해 나가는 병만족의 모습이 ‘실제 상황’이기에 시청자로 하여금 긴장감을 가지고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하지만 만약 정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실제가 아니고, 시청자도 이미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모든 것이 짜인 대로라면 처음과 같은 긴장감과 감동을 동일하게 느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리얼리티가 가진 힘입니다.

하지만 예능이기 때문에 추구해야만 하는 '재미'를 위해 실제상황보다 조금 더 긴박하게 조작하고자 하는 마음은 거부하기 힘든 유혹일 것입니다. 2012년 5월 13일 방영된 내용에는 위험한 야수르 화산을 7시간에 걸쳐 등반하는 모습이 방영되었으나, 곧 현지 방문객들의 자료에 의해서 야수르 화산이 사실은 20 분 만에 오를 수 있는 관광지라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거세게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시청자의 실망감은 이 프로그램이 리얼리티를 표방하며 시청자로 하여금 예능 이전에 하나의 사실로 받아들이게 했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은 흥미롭게도 다큐멘터리가 가지는 윤리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한 부분으로서 다큐멘터리처럼 역사 세계의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성에 의구심이 들 때에는 다큐멘터리의 사실성이 왜곡되었을 때와 같은 잣대를 가지고 평가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다큐멘터리가 추구하는 ‘사실의 힘’은 재미를 추구하는 예능 프로그램들 안에서도 중요한 흐름입니다. 반면에 다큐멘터리도 예능 프로그램처럼 즐거움의 미학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역사 속에서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매체 간 특성들은 변화해왔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큐멘터리가 다른 장르들과 비교하여 가지는 가장 커다란 특성 중 하나는 ‘사실로 보이는 힘’에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적 리얼리티, 즉 이야기가 ‘현실 세계의 일’로서 받아들여지는 힘은 매체 가변적인 디지털 시대에서 다큐멘터리의 유동적인 형식과 관습에 휘둘리지 않고 다큐멘터리를 정의하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가변적인 다큐멘터리의 경계 안에서 리얼리티와 함께 즐거움과 감동 등의 정서적 접근을 시도하고, 예능 프로그램 안에서 재미와 함께 리얼리티를 추구하려는 노력은 영상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효과적이게,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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