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는 크게 지정 여부에 따라 ‘지정 문화재’와 ‘비지정 문화재’로 구분된다. 지정 문화재는 문화재보호법 또는 시, 도 문화재보호조례에 의해 보호되고 있으며, 비지정 문화재는 법령에 의해 지정되진 않았지만, 문화재 중에서 보존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문화재를 지칭한다. 문화재청에 의하면 지정, 비지정 문화재를 막론하고 우리는 모든 문화재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보존 및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진정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최선’을 다하고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로 비지정문화재의 관리를 살펴보면 위에 언급된 만큼의 ‘문화재’적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정 문화재의 경우에는 보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국가의 지원을 받고, 관리가 되는 편이다. 그러나 비지정문화재 경우, 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관리를 맡으며 예산편성이 안 돼 있으면 이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문화재 가치가 높은 ‘용신제’와 ‘이옥진, 김정옥의 춘향가’ 등이 비지정 문화재라는 이유로 예산 배정이 이뤄지지 않아 맥이 끊길 위험에 놓여있다.
또한,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없어 현황파악 자체가 힘들어 도난이나 훼손에 쉽게 노출돼 있으며, 이를 위한 대책도 부족한 편이다. 문화재청에서는 이를 위해 예산 84억 원을 투입해 ‘문화재 돌봄 사업’을 통해 문화재에 대한 상시 관리를 통해 훼손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감시활동 수준의 관리만이 이뤄질 뿐,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관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문화유산은 오랜 역사 속에서 각종 고난을 견뎌오며 오롯이 민족의 얼을 담아 내왔다. 이를 통해 우리는 민족적 정체성의 뿌리를 기억해내고, 이에 대한 자부심을 느껴왔다. 하지만 관리 소홀로 무너져가고 있는 문화재는, 경제적 이윤추구란 명목하에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있다.
중양서원도 마찬가지다. 200년 넘게 마을의 역사를 지켜왔지만 국가 사업으로 인해 한 번의 논의 없이 철거될 위기에 처했었다. 그나마도 문중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지켜질 수 있었다. 하지만 따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비지정문화재에 철거 명령이 내려지면, 철거 외의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철학자 니체는 말했다. “노예는 중대한 일에 책임을 질 줄 모르고, 위대한 것을 추구할 줄 모르고, 현재의 것 이상으로 존중해야 할 과거나 미래가 있다는 것을 모른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그렇기에 중대한 일에 책임을 지고, 위대한 과거의 유산을 존중해야 할 줄 알아야 한다.
숭례문이 불탄지도 벌써 6년이 지났다. 숭례문 사건 이후, 우리는 한 번 무너진 문화재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 올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물어봐야 한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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