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교내정보사이트 히즈넷(HISNet)에 올라온 장순흥 총장의 글이다. “학우 분들께서 좀 더 쾌적하고 좋은 환경, 온라인 자료를 포함한 다양한 컨텐츠를 갖춘 공간에서 학습할 수 있고 지역민들에게 한동대학교가 랜드마크적인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기여하며, 훌륭한 도서관을 거점으로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을 이룰 수 있는 좋은 도서관.” “이러한 기능을 수행할 도서관 건립을 위한 재원 확보 및 설립 방안을 놓고 고민하던 중 한 가지 대안으로써 이 지역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 기념사업재단과도 대화를 나누던 중 언론을 통해 마치 결정된 듯한 보도가 잘못 되면서 교내적으로 혼란을 겪게 됨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장 총장의 말대로, 학교가 ‘대안으로써’ 지난 학기부터 추진한 것이 ‘이명박 대통령 도서관’이다. 이명박 대통령. 정치적 측면은 물론 도덕적 측면에서의 시비까지 극명히 갈리는 인물이다. 근데 굳이 그런 이의 이름이 붙여진 도서관을 학교에 건립하는 게 ‘대안’이라고?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돈은 없고 도서관은 필요한데, 어떤 이름이 붙건 무슨 상관이랴. 거기다 이 전 대통령도 크리스천이 아니었던가.
“전직 대통령 도서관 건립은 한동대학교가 여러 후보지 중 하나로 고려된 초기 탐색단계로서 추후 도서관 건립과 관련하여 뜻을 결정해야 할 단계가 된다면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이 진행될 것입니다.” 9월 30일, 히즈넷에 공지된 원재천 대외협력처장의 글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학교는 뜻도 정하지 않은 상태로 제안서를 만들고 이명박 대통령 기념재단 측과 대화를 나눴다는 말인가. 그럼 도대체 이런 행동을 하게 한 뜻은 무엇인가. 더군다나, 추후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결과, 대다수가 도서관 건립을 반대하면 어떻게 하나. 기념재단이 먼저 도서관 건립을 제안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의견 수렴 결과 찬성이 나와도 이상한 건 마찬가지다. 학교가 해왔던 행동들 자체가, 도서관 건립에 대한 긍정적 의사를 충분히 표한 것이기 때문. 이미 학교는 암묵적인 찬성을 전제로 일을 진행 중인데, 의견수렴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의견수렴이 강제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와 같은 내용이 외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면, 학교가 과연 의견수렴이라는 카드를 꺼냈을까? 우린 아무것도 모른 채 ‘통보’ 당하지는 않았을까. 뭐,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어디 통보가 한 두 번 있던 일이더냐.
“말할 수 없다.” “말할 수 없다.” “말할 수 없다.” 이번 취재 때, 학내 기관에게 들을 수 있었던 유일한 대답이다. 의견 수렴은 하지만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라. 소설가 김훈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사실의 기초가 없는 상황에서 ‘국민’이 무엇을 판단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한 바 있다. 어떠한 공식적인 정보도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은 무엇을 근거로 찬반을 선택해야 하는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호오로? 학교가 정말 의견수렴을 하려 한다면, 의견수렴이 제대로 될 수 있는 토양 또한 마련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먼저 나서서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을망정, 학내 언론에게 조차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학교가 나서서 밝히지 않는 이상, 학생들이 정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언론밖에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뭐,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이번에 그랬듯, 그리고 지난 총장 인선에서도 그랬듯이, 외부 언론을 통해 언젠가는 알 수 있었으리라.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세상에 그럴 수 없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당신이 보았듯이, 난 꽤나 관대하다. 당신은 어떠한가. 당신도 나만큼 관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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