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비기독교인으로 대학과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현실 정치에 참여했던 경험을 가진 필자에게 하나님의 대학 한동에서의 삶은 자신의 연구활동이 신앙 안에서 새롭게 이해되는 놀라운 경험의 시간임을 고백하고 싶다. 작은 지면을 빌려 캘빈의 지적대로 ‘잘못된 세계관을 가진 자의 학문하기’에서 벗어나 ‘바른 세계관을 가진 자의 학문하기’로 옮겨와 발견한 작은 기쁨들을 나누고자 한다.

정치와 하나님 나라
우선 정치와 하나님 나라의 관계를 통해서 발견할 수 있는 정치의 본질과 한계의 문제이다. 아마도 정치는 우리의 삶의 많은 영역 가운데 하나님의 통치와 거리가 가장 먼 영역으로 오해 받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는 근본적으로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며,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 창조된 인간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활동영역이다. 하나님의 이름은 스스로 존재(I am who I am, ‘스스로 존재한다’는 말은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를 존재하게 만든 존재라는 창조주의 의미)하는 왕 중의 왕(King of kings)으로 본질적으로 통치하시는 분이다. 왕이신 하나님은 문화명령(Cultural Commission 창 1: 28)을 통해 인간에게 그 분의 창조 세계를 다스리는 권한을 부여하셨으며, 이 위임통치명령(Dominion Charter)을 통해 인간은 물질 세계를 정복하고 가꾸는 분봉 왕(分封王)의 사명을 맡게 된다. 이 사명을 이루기 위해 인간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서로 협력하며 공동체를 가꾸어 가는 활동이 본질적인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하나님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활동인 것이다.
그러나 타락한 인간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다스림의 구조를 변형시키고 하나님의 왕 되심을 부정하고(창3:5, 창11:4) 세상의 왕을 세워 그로 자신들을 다스리게 하는 왜곡된 정치를 시작하게(사무엘상 8:5-7)된다. 다스림을 하나님의 영광이 아닌 인간의 영광과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이렇게 정치를 하나님의 창조질서 속에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여 주신 것으로 이해할 때, 기독교적 관점에서의 정치의 본질과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기독교적 정치의 본질은 하나님이 인간으로 행복한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게 하고 하나님이 뜻하시는 목적을 성취하게 하기 위해 허락하신 제반 활동으로 설명된다. 따라서 정치 영역에서의 하나님의 구속은 하나님의 통치로부터 벗어났던 인간이 다스림의 방향을 회복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하나님의 왕 되심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이 땅을 회복하는 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사무엘상 8장에서 설명하듯이 인간의 정치제도는 불완전하며, 이 제도 하에서는 갈등과 억압이 존재하며 궁극적인 샬롬(Shalom)을 가져올 수 없다는 세상 정치의 한계가 드러나게 된다. 하나님의 직접적인 통치가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나라의 도래만이 온전한 정치의 완성임을 알 수 있게 된다. 결국 이 땅에 존재하는 나라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중간 과정에 존재하는 잠정적 가치와 역할을 가지게 되며 이 두 나라의 긴장관계는 크리스챤의 정치활동에 있어 적극적인 참여와 기대를 필요로 하지만 폭력과 같은 과도한 수단의 사용과 현실 정치에 대한 지나친 기대에는 한계가 있음을 설명해 준다.
  
정치학과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허락하신 활동이라고 정치현상을 확장하여 해석할 때, 기독교적 정치연구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역할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우선 정치학이 목표로 하는 가장 이상적인 통치와 국가의 형태에 대한 한계와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볼 때, 하나님의 직접적인 통치를 떠난 이 땅의 어떠한 제도도 완벽할 수 없으며, 인간의 이성에 의한 어떠한 이데올로기도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통치가 도래하기 이전,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의제한 하나님의 뜻에 가장 근접한 정치 제도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잘못된 세계관을 가진 자’의 학문적 결과를 부정하거나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정치현상에 대한 해석(interpretation)의 결과인 학문적 결과를 하나님의 관점에서 재해석(reinterpretation)하고 새롭게 성경적 관점에서의 정치현상들을 해석하는 작업들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독교적 관점에서 이 땅의 각종 문제들에 대한 정치적 대안을 제시하고 이 땅의 시민으로서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방향들도 제시하여야 한다.
나아가 적극적으로 이렇게 발견된 기독교적 정치연구의 결과들이 현실적으로 하나님의 나라 확장에 쓰여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문화명령과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를 갖는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의 확장을 실천하는 선교명령의 진행에 기독교적 연구 업적이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학문을 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역사를 하나의 주제로(motif)로 해석하고 설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의 현상에 대한 기독교적 연구는 이 땅에서 인간의 통치에 대한 회복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역사의 주인 되심과 하나님의 통치의 온전하고 밝히는 거룩한 활동이 되는 것이다.
 
마민호(국제어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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