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숙사 규정 강화와 관련한 논의들을 보면서, 정말 우리 한동인들은 공부할 것도 많고, 참여할 모임도 많은 바쁜 대학생들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한동의 96학번으로 대학생활을 하던 때, 수많은 모임과 할 일들의 우선 순위 사이에서 갈등을 했던 터라 후배들의 귀염 섞인 불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야식 문화나 늦은 취침 시간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과거 95, 96학번들도 그리 모범적인 기숙사 생활을 했다고는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울 테니 말이다. 오히려 내가 느낀 문제점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팀모임과 기숙사 생활은 한동만의 끈끈한 사랑과 정을 느낄 수 있는 핵심이다. 한동의 친구들은 졸업 후 사회 속에서도 세상의 어떤 친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같은 비전을 품은 동역자들이다. 그런데 요즘 후배들은 할 공부도 많고, 할 일도 많아 바쁘다는 이유로, 룸메이트간의 교제도 팀 모임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졸업에 필요한 노력이 과거보다 더 드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전공66학점을 포함해 140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것은 바뀌지 않았지만, 각종 필수 과목들과 영어, 전산 영역에서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과목들은 많이 줄어들었다.

Work-Duty 대신에 공동체리더십훈련이라는 과목이 생기면서 6학점을 기본으로 취득하게 됐고, 모두가 두려워했지만 누구도 피해갈 수 없었던 생활 한문은 한 과목으로 줄었다. 8과목 16학점이었던 실무영어는 4과목 12학점이 되었고, 그나마도 Placement Test를 통해 한두 과목은 면제받을 수 있다. 실무전산은 어떤가? 2000년에 졸업한 내 동기들은 이공계열은 80%이상, 인문 계열도 40%이상 전산부전공을 했고, 실무전산을 하더라도 UNIX는 필수에 C언어나 Visual Basic을 반드시 이수하고도 정보처리기사를 따야 했지만, 이제는 C나 VB없이도 실무전산은 8학점이면 통과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마주치는 후배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은, ‘요즘 너무 바빠요’다. 어쩌면 우리는 바쁘다는 말의 굴레에 빠져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력 있는 한동인이 되는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우리의 목적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한동을 가장 한동답게 하는 중요한 것들을 잃는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오늘 한동에서 세상을 함께 변화시킬 친구들을 만나보자.

박요한(경영경제학부 졸업, 96학번, 졸업, 현 교무과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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