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공약의 후퇴인가, 불가피한 수정인가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전국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 원을 지급한다’는 기초연금 공약을 내걸었다. 그런데 지난 9월 이 공약의 실천을 위해 발표된 수정법안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기준 상위 30%를 제외한 나머지 70%에 대해 국민연금과 연계하여 매달 기초연금 10~20만 원을 차등 지급한다’의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시작됐다.

지급 대상 축소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른 지급액 삭감까지


기초연금 수정안 논란의 쟁점은 두 가지다. 먼저 지급 대상이 65세 이상 노인 전체에서 노인의 소득 하위 70%로 축소된 것이 문제로 떠올랐다. 만약 이 수정안이 통과되면 본래 공약의 내용과는 달리 30%의 노인들은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공약 사기’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 있다.


두 번째 쟁점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 방안이다. 이 방안은 소득 하위 70%에 속하며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1년 이하인 사람은 기초연금 20만 원 전액을 받고, 가입기간이 12년 이상인 사람은 매년 1만 원씩 삭감돼 최소 1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들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어진다며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국민연금의 평균가입기간이 12년 이상일 현재의 청장년층들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은 KBS <일요진단>을 통해 “실제로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들이 손해를 보는 부분은 많지 않다”며 “이분들이 국민연금을 더 많이 받는 만큼 기초연금에서 조금의 차이를 둔 것뿐이다”고 해명했다.

공약 수정 두고 여야 공방 계속돼


지난 9월 26일,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 축소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경제 침체로 인해 현실적으로 이러한 결정은 불가피했다”며 “어르신 모두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에 야당인 민주당은 이를 ‘공약 파기’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지난달 14일 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양승조 민주당 의원은 “기초연금 공약은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거짓말이었다”며 이러한 모습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은 이번 기초연금 수정안이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은 “기초연금 수정안은 현세대 어르신들의 빈곤을 타파하고 가장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안”이라며 이번 수정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여야는 국회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11월 1일까지 기초연금 수정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지만, 그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역대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률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30% 정도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대체로 공약 이행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수정은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더는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적절한 논의와 대처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준영 기자 yoonjy@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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