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이어진 골육상쟁(骨肉相爭)

중동의 시리아에서 3년째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작은 규모의 시위에서 시작된 내전은 시리아의 종교적 역사와 중동 내의 복잡한 관계가 얽히며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쉽사리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총격과 함께 시작된 시리아 내전


시리아 내전은 2011년 3월 초, 시리아 남부 도시 다라에서 반정부 시위를 하던 학생들을 경찰이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시작됐다. 학생들의 시위가 평화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학생들을 구금할뿐더러 구금에 항의하던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이에 시리아 국민들은 평화적 시가행진을 벌였지만, 정부군의 태도는 여전했다. 행진에 참여한 시리아 국민 중 4명이 정부군의 발포로 사망했으며, 다음 날 이들을 위해 열린 장례식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후 시민들의 투쟁이 거세지자, 시리아 정부는 국가비상법을 폐지하는 회유책을 사용한다. 하지만 시위대를 향한 정부의 총격은 멈추지 않았다. 3월 말에 이르러 아사드 대통령은 제4기갑사단을 시위진압부대로 지정해 차출한 후 그의 동생에게 부대통솔권을 맡긴다. 통솔권을 맡긴 직후 시위진압부대로 인해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탱크가 주거지역에 포탄을 발사하거나 민가를 습격하는 일이 일어난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홈스, 하마, 이들리브 등 시리아의 주요 도시로 내전이 확산했다.


반군들은 현재까지 ‘자유시리아군(FSA)’을 조직해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EU), 아랍리그(AL) 등 세계 또한 아사드 대통령에게 사임을 권면하고 있으나, 아사드 대통령은 “하야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으며 현재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총리를 포함한 아사드 정권 핵심인사들뿐 아니라 군대에서도 장교 및 사병의 탈영이 발생하며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탈영한 군인은 시민과 함께 정부군에 맞서 전투를 수행하며, 종파 간 분열에 의한 반감은 이러한 일련의 경향성을 강화하고 있다.

대량살상용 화학무기의 사용


지난 8월 21일 반군 측은 정부군이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지역을 화학무기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리아 내전 발발 2년 6개월 만에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해 1,300여 명이 사망하고 3,60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유엔조사단은 다마스쿠스 인근 지역에서 수집한 로켓 파편과 현지토양 등 증거물에서 치명적인 살인 무기인 사린가스를 검출했다. 아울러 지난달 21일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 과정에서 부상한 34명의 혈액, 소변 등에서도 사린이 검출돼 화학무기가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 조사단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사린가스를 사용한 무기는 ‘M14대포’이며, 이 무기를 통해 광범위한 지역에 사린가스가 살포됐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보고서에는 “다마스쿠스 외곽의 자말카, 에인타르마 지역 북서쪽에서 발사된 로켓을 통해 사린가스가 사용됐다”라고 적시돼 있을 뿐, 화학무기를 사용한 주체에 대한 규명은 찾아볼 수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지역은 시리아 정부군이 주둔해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마크 리올 그랜트 유엔주재 영국 대사는 “화학무기 공격에 쓰인 로켓의 종류와 발사 위치에 관한 유엔 조사결과를 통해 알 아사드 정권의 만행이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주장했으며,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도 영국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반면, 알 아사드 정권의 우방으로 시리아 응징을 반대한 러시아는 “독가스 공격이 반군의 소행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후 유엔(UN)은 9월 27일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15개 이사국이 참석한 가운데, 안전보장이사회 전체회의를 열어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결의안에 따라 시리아는 내년 6월까지 화학무기를 폐기해야 한다. 한편, 시리아는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가입하는 문서를 9월 12일 유엔에 제출했으며, 15일 가입을 승인 받고, 이로부터 30일 후인 10월 14일부터 협약이 발효됐다.


이에 따라 시리아는 협약에 가입한 지 60일 이내에 보유하고 있는 화학무기의 종류, 양, 위치 등을 신고했으며 이에 따라 현재 유엔과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조사단 약 60명이 시리아에 파견됐다. 지난 10월 30일에 화학무기 생산시설 23곳의 폐기를 완료했으며, 남은 화학무기에 대한 폐기작업만 남은 상태다. 현재 시리아에는 사린, 겨자, VX 등 천 메트릭톤(Mt)규모의 화학무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OPCW측은 시리아가 신고한 모든 화학무기는 사용되지 못하도록 봉인돼 있다고 밝혔다. 화학무기는 시리아가 10월 24일 OPCW에 제출한 화학무기해체안에 따라 11월 15일까지 화학무기 파괴를 위한 구체적 일정을 논의하게 된다.

내전이 길어지며 시리아에서는 사망자만 12만 명을 바라보고 있으며, 유엔 난민고등판무관(UNHCR)에서 추산한 시리아 난민은 200만명이다. 현재까지 인근 나라들은 난민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하지만, 바실 마리노프 불가리아 차장이 난민이 밀입국하는 통로에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더 이상 난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어, 빠른 내전의 종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윤예준 기자 yunyj@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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