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를 달리며 한창 피로와 짜증이 급증했던 4월의 마지막 주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생각을 한다. 그리고 성경책을 펴서 이번 학기에 배우는 빌립보서를 읽는다. 묵상노트를 펴고 제목에다가 나도 모르게 “오늘 이 노트를 가득 메울 만큼 감사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쓴다. 너무 시험에 찌들어 기쁨 없는 삶이 지속되었나 보다.
1호관 5층, 계단을 터벅터벅 내려가며 억지로 감사한다. 아침밥의 메뉴가 내가 좋아하는 스팸구이였지만, 함께 먹을 사람 없는 그 상황, 외부거주자의 마음을 알게 하신 아버지께 감사 드린다. 점심식사로 take out을 위해 긴 줄에서 기다리다가 카드를 찍는 순간, 삑! 잔액이 부족하다는 알림음, ‘오늘 묵상을 졸면서 했나?’ 저녁이 되어서야 다시 책상에 앉아 오늘의 일을 되돌아 보며 묵상노트를 다시 핀다. ‘노트를 메울 만큼 감사했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흐트러진 글씨가 눈에 밟힌다. ‘아! 그래, 오늘 OO강의를 들을 때, 내가 좋아하는 애 옆에 앉았었지’ 빨리 빈 노트의 한 줄을 채워나간다. ‘그래, 히브리어 교수님께서 중간고사 시험범위 줄여주셨지, 하하하, 점심 못 먹었을 때 성은이형이 빵하고 우유 사주셨는데..바보’,(중략)
그리고는 묵상노트의 제일 아랫줄에다 이렇게 쓴다. 아버지, 오늘 하루 감사할 일이 많았지만, 그때그때 감사하지 못했던 거 죄송해요. 내일은 잘할게요

조대근(생명식품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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