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린병원 9층 호스피스 병동을 방문하다

“저기는 죽으러 가는 병실이잖아, 나는 안가.” 호스피스 병동을 눈앞에 두고 환자들이 하는 말이다. 이처럼, 사회에는 호스피스 병동을 죽음과 연관해 거부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그러한 편견을 깨려는 듯이 선린병원 9층에 있는 호스피스 전용 병동에는 ‘무지개병동’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죽음이라는 말이 무색하도록 아늑한 그곳에 기자가 직접 다녀왔다. 비록 환자 개개인의 병실에는 방문할 수 없었으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밝은 웃음이 끊이지 않는 무지개병동


무지개병동이란 이름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무지개가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듯이 이 병동에서도 학제적 접근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이 구름 속에 무지개를 둬 다시는 물로 멸망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신 것을 뜻한다. 환자들에게 죽음이 홍수처럼 덮치는 것이 아닌 궁극적으로 영원히 구원받는 길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무지개병동에서는 일반 병동과 달리 특유의 아늑하고 밝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병동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초록 빛깔이 가득한 무지개정원이었다. 이 정원은 원예치료를 위한 곳으로 정원에서 식물을 보거나, 직접 물을 주는 활동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 병동의 많은 환자들이 무지개정원 근처 의자에 앉아 식물들을 바라보거나 잠을 자며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병동의 복도를 거닐다 보면 환자와 환자가족, 봉사자들이 함께 찍은 사진과 아이들이 직접 쓴 편지들이 벽 한쪽에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지개병동에서는 일반 병동과는 달리 아이들이 환자들의 활력소가 될 것으로 생각해 아이들의 병동 방문을 장려하기 때문이다. 병동 한쪽에는 무지개병동에 음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봉사자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환자와 직원, 다른 자원봉사자들에게 음료를 제공하는 그들의 웃음은 환자들을 즐거움으로 대하고 있는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언제나 환자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진료


많은 사람이 호스피스 병동은 죽으러 가는 곳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말기 암 환자더라도 결코 함부로 죽게 두지는 않는다. 일반 병동과 같이 하루에 두 번 의사들이 왕진을 돌며 환자들의 상태를 직접 살필 뿐 아니라, 골절이나 화상 등 응급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치료도구도 완비돼있다. 다만, 질병의 원인을 직접 치료하기보다는 완화치료에 힘을 써 증상을 완화하고 전이를 막아 통증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병동 구석에는 다른 병실과는 성질이 다른 병실이 하나 있다. 환자들이 현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임종실이다. 임종실에서는 환자들이 병실에서 쓰던 침대를 그대로 옮겨 가족들과 함께 삶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환자와 가족들만의 공간인 것이다. 다른 어떤 병실보다도 아늑하게 만들어져 있고 큰 창에서는 따스한 볕이 들어오고 있다. 또한, 마지막 순간일지라도 환자의 오감은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듯이 그림과 라디오가 자리 잡고 있다. 그림에는 환자의 삶이 죽음의 문턱에 닿아있더라도 예수님께서 이끄실 거라는 시편 23절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잘 죽는 것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을 추구한다. 때문에,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편안하게 죽으라, 인생을 잘 마무리 해라’와 같이 말하지 않는다. ‘끝까지 행복하자, 열심히 잘 살자’라고 말한다. 중심을 ‘죽음’이 아니라 ‘삶’에 두는 것이다.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이 말을 아끼지 않으며 후회하는 것 없이 남은 생을 그 전에 살았던 삶보다 훨씬 더 값진 삶을 살게 하는 것이다.


오승현 기자 ohsh2@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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