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족산 황톳길 마라톤 대회 열려

아리스토텔레스는 평소 숲길을 산책하며 사색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발바닥의 자극을 통해 감각을 높여주는 걷기야말로 모든 영감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걷기는 다이어트와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 그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에는 이 걷기를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이색 축제가 있다. 바로 대전 계족산에서 열리는 맨발축제다.

맨발 걷기를 위해 14km 황톳길 조성해


맨발 축제가 열리는 계족산은 대전시 대덕구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2006년에 조성된 14.5km의 황톳길로 유명하다. 황톳길은 등산로의 한쪽을 황토로 덮어 만든 것으로, 맨발로 산을 오를 수 있도록 조성됐다. 이 길은 주류 제조업체 선양 기업의 조용래 회장이 만든 것으로, 조 회장은 우연한 기회에 맨발로 걷기를 체험하고 이것에 매료돼 황톳길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살아있는 생명체라 불리는 황토 위를 맨발로 걸으면, 실제로 그 효과는 탁월하다. 발은 인체의 모든 장기와 연결된 7,200개의 말초신경과 36개의 근육이 조합돼 자극할 때마다 몸 전체에 영향을 주는 감각기관이다. 맨발 걷기는 발바닥 지압 효과로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촉진을 돕는다. 그리고 맨발로 걸으면, 발 앞쪽으로 충격을 분산시켜 신체에 피로가 덜할 뿐 아니라 운동 효과는 훨씬 좋다.

사람과 자연, 문화 예술이 어우러진 축제


계족산 황톳길에서 열리는 맨발축제는 사람과 자연, 문화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시민참여형 축제다. 이 축제는 시민들이 숲 속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며, 문화 공연과 전시를 즐기도록 구성됐다. 맨발축제는 난타와 클래식 공연으로 시작됐다. 축제 참가자들은 산 입구 한 켠에 마련된 무대에서 맨발로 뛰며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번 축제는 5월 11일과 12일 양일간 열렸으며, 문화예술제와 마라톤 대회로 진행됐다. 문화예술제 행사는 예술 공연과 자연 친화적인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모든 프로그램 부스는 14km의 황톳길 곳곳에 설치돼 있어 마라톤 참여자들 또한 대회 중간 중간에 즐길 수 있었다.

흩날리는 신록과 함께 맨발 걷기


걷기 대회가 시작되어, 기자도 신발을 벗고 본격적으로 황톳길에 들어섰다. 처음 맨발이 땅에 닿자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날은 기온이 28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였다. 하지만 땅은 여전히 찬 기운을 품고 있어 맨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선선한 가을 날씨를 마주한 듯 했다. 계족산 황톳길은 대체로 완만한 경사로, 걷기 운동을 즐기기에 적합한 등산 코스다. 코스를 따라 쭉 이어진 황톳길은 눈으로 보기엔 푹신한 질감인데, 실제로는 꽤 단단하고 쫀득거리는 느낌이다. 신기한 것은 신발을 신고 걸을 때보다 훨씬 피로감이 덜 하고, 오래 걷는 데에 무리가 없다는 점이다. 신발의 완충 작용은 없지만, 발바닥이 땅에 직접 닿아 골고루 무게를 분산시키기 때문에 맨발로도 편하게 걸을 수 있다. 그리고 잠시 땅에서 눈을 떼면 금새 푸르른 신록이 바람에 흩날리는 풍경이 펼쳐진다. 또한, 이 축제에는 대전 지역 시민뿐 아니라 국내 마라톤 동호회 회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지역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외국인이 이곳을 찾아 국제적인 축제로 거듭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재 대구에서 살고 있다는 미국인 Nini(25)씨는 “달리기 대회라고 생각해 부담감이 있었는데, 직접 참여해보니 좋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느낌”이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계족산 황톳길에 특별한 이벤트는 없다. 하지만 맨발로 자연을 마주하는 것은 일탈의 쾌감을 주며 진정한 힐링을 선사한다. 계족산의 황톳길은 언제나 열려있다. 몸과 마음이 지쳤다면,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맨발로 걸어보자.

박가진 기자 parkgj@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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