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먹는 밥이 질린다? 그렇다면 애식(愛食)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면은 어떨까? 학교의 외진 위치와 맛집 정보 부족으로 다양하고 맛있는 면 요리들을 자주 접하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 이러한 학생들을 위해 기자는 직접 우리학교 버스를 타고 쉽게 찾아갈 수 있는 포항의 면 요리집들을 찾아 떠나 보았다.

만민을 위한 들깨칼국수, 만민먹골집

장성동 장흥초등학교 앞에 위치한 학교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길을 건넌 후, 롯데장성 낙천대 아파트 단지 방향으로 20여분을 걸어가면 다양한 식당들이 즐비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다채로운 식당들 사이를 지나다 보면 ‘만민먹골집’이라고 제법 크게 쓰여진 간판이 걸린 칼국수 전문점이 보인다.


식사시간도 아닌 애매한 시간대에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미 식당 안에는 꽤 많은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메뉴판에는 손칼국수, 만두, 파전 등 많은 종류의 음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왔다. 주문할 때, 메인 메뉴라고 생각했던 들깨칼국수가 없어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잠시 후 이 집에서는 기본 칼국수인 손칼국수가 들깨가루를 넣어 만든 들깨칼국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칼국수는 금방 요리되어 나왔다. 고소한 냄새가 코를 진하게 자극해 침이 꼴깍 넘어갔다. 먼저 국물부터 맛을 보았는데, 깨를 많이 갈아 넣어서인지 국물은 걸쭉하면서 담백했다. 직접 손으로 뽑은 면발은 매우 쫄깃해 절로 젓가락이 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국물과 면이 적절하게 잘 어우러져 있어 텁텁한 맛도 없었고 들깨 외에 감자, 호박, 부추, 김, 깨소금도 첨가되어 그 맛을 더했다. 먹으면 먹을수록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맛’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양도 푸짐한 편이어서 전혀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다. 식사를 다 마친 후 식당주인 아주머니의 “다음에 또 오면 더 맛있게 해주고 서비스를 많이 줄게”라는 말에 푸근한 인심도 느낄 수 있었다.


시험과 과제로 지쳐있다면, 뭔가 새로운 칼국수를 맛보고 싶다면, 건강과 맛 모두를 책임질 수 있는 들깨칼국수 한 그릇 시원하게 비워보는 것은 어떨까?

가격 들깨칼국수 1인분 6,000원
문의 054-251-7733

윤준영 기자 yoonjy@hgupress.com

18년 전통의 맛집, 부산밀면

부산의 명물인 밀면은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몰려든 이북 지역 피난민들이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는 것이 가장 유명한 유래다. 비록 부산의 대표음식이지만 포항의 밀면을 대표할 만한 식당이 있다. 포항 토박이라면 한번쯤은 들러봤을 만큼 포항 내의 유명한 밀면 전문 식당 ‘부산밀면’이다.

상호만큼이나 ‘부산밀면’의 메뉴는 정직하고 담백하다. 밀면,전문집 답게 메뉴판에는 밀면, 비빔면,파전 단 3가지의 메뉴만 적혀있었다. 아직은 날씨가 선선한 터라 밀면 대신 비빔면과 파전을 주문했다. 비빔면의 재료구성은 기존 부산의 여러 밀면집들과 크게 다를 바는 없다. 쫄깃한 밀가루면에 비빔양념을 더했고 그 위에 오이, 무채, 계란, 수육 등이 올려진다. 먹기 좋게 비벼서 입안에 넣으니 면발은 지나치지 않게 쫄깃하고 매콤한 맛이 오이, 무 등과 어우러져 식감을 더한다. 일반적인 비빔냉면과 맛 자체가 크게 다르다고 할 순 없지만 냉면 면발에 비해 비교적 두꺼운 밀면의 탄탄함이 면발을 베어 물었을 때 식감면에서 확실히 우위에 있는 듯 하다. 몇 입 먹다 보면 함께 나온 육수에 자연히 손이 간다. 비빔면과 육수는 너무나 뻔한 조합이지만 이 둘이 어떤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그 맛은 천양지차다. 사실 이 식당의 진정한 차별성은 바로 이 육수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지나침 없이 단백한 맛에 더해 묘한 고소함이 느껴진다. 자칫 비릿할 수 있는 고기맛이 잘 잡혀있는데 조미료의 맛은 특별히 나지 않고 그 고소함에 특별함이 숨어 있는 듯 하다. 육수맛의 비결을 물으니 ‘부산밀면’의 주인인 허재철(51)씨는 “육수는 사골을 3박4일동안 우려내 만들어 낸다”며 특별한 비법에 대해서는 “밝히기는 어렵다”며 웃으며 답했다. 이 식당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식당의 외관부터 메뉴 하나하나의 구성이나 맛까지 결코 지나침이 없다는 것이다. 함께 주문한 파전 또한 마찬가지인데 내용물부터 파와 오징어 등으로 단순하고 맛 그리고 구운 정도 등도 적당하다. 비록 특별함은 없지만 고소한 맛이 매콤한 비빔면의 맛과 조화가 나쁘지 않다. 음식의 양을 따졌을 때도 밀면과 파전 모두 결코 지나침이 없지만 반대로 결코 부족하지도 않다. 다 먹고 나니 육수의 맛이 기억에 오래 남아 시원한 육수로 만든 밀면을 먹어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절기상 지난 5월 5일 벌써 입하가 지났다. 부산에 가지 않고도 맛볼 수 있는 아니 오직 포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부산밀면’의 밀면을 추천한다.

연중 1, 2, 12월 휴무
가격 전메뉴 5,500원
위치 환호동 항구초등학교 앞


김호민 기자 kimhm@hgupress.com

콩국수의 정석, 마산식당

학교 버스를 타고 포항 기쁨의 교회 정류장에서 내려 히즈빈스 동빈나루점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빨간 간판으로 ‘마산기사식당’이라고 적혀있는 식당을 찾을 수 있다. 음식점의 크기가 조금 작고 위치도 애매하여 발견하기 힘들었지만 주변 어르신들과 기사분들에게 입소문이 자자했기에 기대를 부풀며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이 음식점에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대구뽈찜, 아구찜 등 여러 메뉴가 있지만, 김치찌개 정식과 함께 맛있기로 유명한 음식은 단연 콩국수다. 콩국수는 주문한지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금방 나왔다. 콩국수의 국물은 삶은 콩을 곱게 갈아 만든 콩국을 사용하기 때문에 약간 진한 베이지색이었고, 그 위에 오이가 얹히고 깨가 뿌려져 있었다. 콩국수를 자주 접해보지 못한 기자는 그 맛이 궁금해 재빨리 젓가락을 들었다. 한 젓가락 양의 면을 집어 맛을 보자마자, 약간은 느끼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싹 사라졌다. 콩 특유의 고소한 향내와 담백함과, 부드럽고 찰진 면발이 함께 어우러져 말 그대로 ‘기가 막힌’ 맛을 냈다. 콩국수의 양도 1인분에 6000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푸짐하여 혼자서 다 먹기가 힘들 정도였다. 식사를 마친 후 개인적으로 주인 아주머니께 콩국수 맛의 비결을 묻자, “우리 집 콩국수의 가장 큰 강점은 면에 있는데 부산의 특산물인 구포국수를 매입해 사용한다”며 활짝 웃으셨다. 이어 “콩국수 본연의 맛을 더 잘 느끼기 위해서는 다른 반찬보다 고추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며 고추가 콩국수와 조합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콩국수는 맛도 맛이지만 기본적으로 콩의 효능을 가지고 있어 우리에게 건강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무더운 여름이 한층 다가오는 5월, 항상 뜨거운 국수에 지친 당신. 콩국수로 건강과 맛,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가격 콩국수 1인분 6,000원
문의 054-252-6339

윤준영 기자 yoonjy@hgupress.com

한일 냉면 식당

포항에는 냉면 맛집의 양대 산맥이 있다. 바로 <로타리 식당>과 <한일 냉면 식당>이다. 그 중 기자는 1971년 10월 12일 시작해, 41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한일 냉면 식당>을 찾았다. 전통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식당 외부와 내부에 세월의 흔적이 여기저기 묻어있었다. 또한, 주방 입구에서 손님을 반기는 듯 항상 보글보글 끓고 있는 육수가 인상 깊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냉면의 종류는 2가지로,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있다. 우선, 평양냉면은 물냉면으로 메밀가루로 만든 면을 사용한다. 육수는 닭과 소뼈를 맑게 우려낸 것으로, 삼킬 때 부드러우면서도 뒷맛이 깔끔하며 담백하다. 면을 씹을 때, 같이 느껴지는 아삭한 배의 단맛은 입맛을 더욱 돋운다. 이와 함께 제공되는 식초와 겨자, 다진 양념을 취향껏 곁들인다면, 더욱 만족스러운 냉면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식당에서는 물냉면의 효능으로 식욕회복과 숙취 해소를 꼽았다. 한편, 함흥냉면은 비빔냉면으로 평양냉면과 달리 얇은 고구마 면을 사용한다. 고구마 면은 메밀 면보다 색이 연하며, 단맛이 강한 특성을 지닌다. 함흥냉면은 본래 생선회를 얹어 먹는 비빔국수로, 이곳에서는 가오리를 사용한다. 가오리는 쫄깃쫄깃하고 씹을수록 고소해 냉면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느끼도록 돕는다. 냉면을 비빌 때 추가로 제공되는 뽀얀 육수를 첨가하면, 쉽게 비벼질뿐더러 맛도 더욱 깊이 있어진다. 이곳에 처음 방문했다는 한 포항 시민 부부는 “냉면을 원래 좋아해 자주 먹는데, 이곳의 맛은 일품인 것 같다”며 “5월이 되면서 날씨가 점차 더워지고 있는데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평양냉면과, 알싸한 한국적 매운맛이 매력적이고 먹으면 속이 확 풀리는 함흥냉면 둘 모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일 냉면 식당>은 ‘냉면에도 역사와 손맛이 있다!’는 신조로 지금도 여전히 달리고 있다. 이곳의 주인이자 주방장인 김 씨는 한 매체에서 “일반 냉면과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 하지만 메밀가루와 고구마가루를 적절히 배합해 만들어 낸 면발과 양지머리와 통닭, 사골을 이용해 우려낸 육수가 비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격 평양냉면, 함흥냉면 7,000원
위치 육거리 우리은행 뒤편
문의 054-247-5939

조슬기 기자 chosk@hgupress.com

칼국수와 수제비의 만남, 칼제비

학교 버스를 타고 육거리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가면 죽도시장이 나온다. 죽도시장의 개풍약국 쪽 입구에서 죽도시장 중앙로를 쭉 타고 걷다 보면 왼편에 닭집골목이 보이는데, 그 골목으로 들어가서 한번 더 좌회전 하면 수제비 골목이 있다. 그 골목에서 칼제비를 만나볼 수 있었다. 시장 특유의 미로 같은 길 탓에, 찾는 데 오래 걸렸지만 수제비 골목의 고소한 향내는 그 맛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수제비 골목에는 수제비와 칼국수를 파는 조그마한 식당들이 줄지어 있는데, 이 곳의 식당들에서 죽도시장의 명물인 칼제비를 팔고 있었다. 기자들은 수제비 골목의 첫 번째 가게에 앉아 칼제비를 주문했다. 미리 준비해둔 국물에 국수 면과 밀가루반죽을 함께 넣어 끓여서 음식은 주문한지 5분쯤 되자 바로 나왔다. 칼국수와 수제비가 한 국물에 같이 있는 것이 특이했고 그 위에 뿌려져 있는 김 가루와 익혀서 들어간 감자가 입맛을 자극했다.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양념장을 넣어 잘 풀어서 국물을 맛보았는데, 오래된 시장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면과 함께 수제비를 먹었을 때는 집에서 먹는 어머니의 손맛과도 같은, 탄탄하고 쫄깃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칼제비의 유래에 대해 묻자, “주문할 때 칼국수와 수제비 중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이것으로 그 둘을 한꺼번에 충족시킬 수 있었다. 마치 짬짜면(짬뽕과 짜장면이 함께 나오는 음식)과 같다”고 말했다.


포항에서도 죽도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칼제비, 맛은 물론이고 그 가격도 저렴했지만 더욱이 음식을 먹으며 시장의 정과 인심도 함께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은 기회였다.


학기가 후반전으로 가면서 몸은 지쳐가고 마음은 바빠지는 학우들이 많다. 그러한 학우들에게 시장 특유의 인정, 여유로움과 풍부한 맛을 동시에 담은 죽도시장의 명물 칼제비 한 그릇을 맛보기를 권한다.

가격 칼제비 한 그릇 3,000원


윤준영 기자 yoonjy@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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