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석유회사, 그 가능성에 관하여

지난달, 국민석유회사가 공식 출범했다. 국민석유회사는 대한민국의 4대 정유사(SK 이노베이션, GS 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의 독과점을 타파하고 높은 석유값을 최대 20%가량 줄이는 것을 목표로 탄생한 기업이다. 그러나 출범 초기부터 과연 이러한 목표가 현실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석유의 탄생, ‘높은 기름값’


OECD의 2011년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기름값은 OECD 평균보다 1.4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에 발표된 블룸버그의 조사에서는 소득 대비 유류비 비중으로 계산된 ‘유류비 고통’의 순위에서 한국이 세계 주요 60개국 중 32위로 나타났다. 이 순위는 현재 한국이 비싼 기름값 때문에 겪고 있는 고통이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민석유회사는 이러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에 그 창립목적을 두고 있다.


한국의 기름값은 왜 이렇게 높으며 지속해서 오르는 것일까? 근본적으로 원유의 가격 상승에 이유가 있지만, 이외에도 정부의 세금부과와 정유시장의 독과점도 비싼 기름값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우리학교 경영경제학부 김철영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석유를 완전히 수입해야 하는 상황과 비경쟁적인 정유시장 그리고 정경유착의 구조를 석유가 비싸지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원투수로 직접 나선 국민석유사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석유회사가 사회에 공식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이 회사는 석유 소비자들이 직접 1주 이상을 출자하는 국민주 방식으로 설립됐는데 기존의 약정목표액 1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으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이 회사에 관심을 갖고 창립에도 힘을 보태고 있는 이유는 역시 본사의 혁신적인 목표와 정책 때문이다. 국민석유회사는 현재 기름값보다 20% 싼 석유를 생산하여 공급하는 것을 사업의 기본적 목표로 삼는다. 이를 위해 중동산 중질 원유를 도입하는 것 대신 값싼 캐나다·시베리아 *저유황 원유를 도입하여 *정제비와 운송비를 동시에 절감하겠다는 것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원유 정제과정에서 사용되는 촉매제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개발된 것을 사용하여 정제비를 줄이도록 하는 것도 정책에 포함된다. 이후에 정제석유화학 공정을 자립해 지속적인 원가절감노력을 기울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방안도 마련했다. 또한, 새로운 석유의 단계별 도입 계획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올 6월부터 시행될 계획 1단계는 L당 200원 정도 싼 가격에 석유 완제품을 수입하고 전국 주유소 50곳을 선정하여 판매하는 것이다. 이어 2단계에서는 반제품을 수입해 국내에서의 가공을 거쳐 가격을 더 낮추고, 마지막 3단계는 국내에 새로운 정유공장을 지어 지금보다 400원 정도 낮은 가격 선에서 휘발유를 공급하는 것이다.

“말도 안 된다” vs “시작만으로도 의미 있다”


그러나 정유업계와 학계의 다수 인사들은 국민석유회사의 추진 목표와 계획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기름값을 20% 이상 줄인다는 공략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국민석유가 기름값을 낮추려는 방안으로 내세운 저유황 원유의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도입된다 해도 비효율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베리아와 캐나다에서의 원유조달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베리아산 경질유의 배럴당 가격이 중동산 중질유보다 오히려 2달러 정도 비싸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석유회사가 사업 시작을 위한 자본금으로 제시한 5000억 원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민석유회사는 석유 도입 계획 3단계에서 정유공장을 국내에 직접 짓겠다고 한 바가 있는데, 공장을 신설하는 데 5000억 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석유회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민석유회사 준비위원회 고문으로 활동해 온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이윤구 석좌교수는 “일반기업의 논리에서 보았을 때 국민석유의 목표는 터무니없는 것일 수 있지만, 이 회사의 등장을 범국민적 정신 운동으로 본다면 이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이 기업은 다른 기업들이 상상도 못하고 있는 기적을 행하고 있다. 설령 운영상 차질이 생겨 파산하더라도 4대 정유사들의 독점과 횡포를 깨는 일을 시작한 것만으로도 한국사회에 이로움을 준 것이다”라며 국민석유사의 출범을 환영했다. 우려와 기대 속에서 시작된 ‘석유값 내리기’의 노력이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윤준영 기자 yoonjy@hgupress.com

*저유황 원유 : 유황의 함량이 무게의 비로 1% 아래인 원유
*정제비 : 원유를 정제하는데 드는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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