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가 가치관의 차이인가

성형수술은 사전적으로 상해 또는 선천적 기형으로 인한 인체의 변형이나 미관상 보기 흉한 신체의 부분을 외과적으로 교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미용성형수술이 성형수술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성형수술의 자발적인 환자가 되려고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성형수술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기독교 내에서도 이러한 논란은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현주소


국제미용성형협회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성형수술 건수는 13.5건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한 명이 여러 번 시술을 받은 경우도 포함돼 있지만 그러한 부분을 충분히 고려한다 해도 매우 많은 사람이 성형수술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성형 강국이 돼버린 데에는 미를 중시하는 사회적인 풍조와 사람들의 외모에 대한 가치관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청담아이비 성형외과 조성덕 원장은 지난달 20일에 있었던 ‘관훈초대석’에서 “최근 소득수준 향상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 사람들이 외모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외모를 하나의 스펙으로 보는 사회적 풍조가 우리 사회에 자리매김하여 많은 사람이 외모에 지나치게 가중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와 개인의 외모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결국 ‘대량’ 성형수술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기독교에서 바라본 미용성형수술


그동안 사회 전반적으로 성형수술에 무감각해진 현상을 당연하게만 봐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논란의 목소리가 작아지긴 했지만, 현재까지도 이러한 현상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견해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기독교 안에서도 조심스럽게 성형수술의 대중화뿐만 아니라 수술 자체의 찬반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신이 만든 육체를 인간의 손으로 변형하는 것은 신성모독이다.” 이것은 중세시대에 교회에서 성형수술을 금지했던 이유다. 당시 의사였던 ‘타글리아코치’에 관한 역사적 기록을 보면 그 시대의 상황을 잘 알 수 있다. 15세기 프랑스가 유럽 전역을 겁탈하면서 유럽에는 매독이 급속하게 퍼졌다. 매독의 말기 증상은 코가 녹아내리는 현상이었는데, 타글리아코치는 이러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성형수술을 해줬다. 교회에서는 이를 강력히 제지했지만, 그는 수술을 강행했고 교회는 그를 파문했다. 그가 죽은 후에는 그의 무덤을 파내 시체를 훼손하는 보복까지 이루어졌다. 이렇게 기독교는 역사적으로 성형수술 자체를 반대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그러나 성형수술에 호의적인 사람들은 지금은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더는 성형수술이 논란거리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성형수술을 경험한 익명의 한 학우는 “성형수술이 기독교적으로 왜 죄인지 모르겠다. 성형수술을 하는 것과 하면 안 된다는 것은 단지 가치관의 차이일 뿐이다”고 전했다. 성형수술은 개인의 문제일 뿐 수술을 하는 것 자체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성경의 로마서 14장 14절 말씀인 ‘내가 주 예수 안에서 알고 확신하노니 무엇이든지 속된 것이 없되 다만 속되게 여기는 그 사람에게는 속되리라’를 근거로 성형수술을 찬성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위험이 따를 수 있다. 한동대학교 김형겸 목사는 이에 대해 “저러한 근거에 의한 주장은 성경 구절의 맥락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그것을 자신의 논리에 이용하는 프루프 텍스팅(proof texting)의 일종이다”며 무리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성형수술 자체는 기독교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어도 성형에 대한 사람들의 과도한 집착과 지나치게 빠른 대중화 현상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성형수술이 미모와 경쟁력을 위한 당연한 절차가 돼 가고 있음에 따라 기독교 내부에서도 이 현상에 대해 논의는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문화에 이끌려 갈 것인가 문화를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생각한다면, 앞으로 성형수술의 목적과 의미를 기독교적으로 고민해보고, 사람들 간의 더욱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윤준영 기자 yoonjy@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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