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중독 바이러스 어플루엔자, 원인과 대책은?

멋진 차를 가지고 싶었던 A씨는 12만 9,000마르크짜리 자동차를 흥정 끝에 9만 9,800마르크까지 깎았다. 하지만 있는 돈을 모두 탈탈 털어 모았는데도 4마르크가 모자라자 가게 밖 거지에게 자동차를 사기 위해 4마르크만 달라고 애걸복걸했다. 거지는 8마르크를 던지며 말했다. “옜소, 나도 한 대 사주구려”

현대인, 소비에 중독되다


위의 이야기는 현대 사회의 소비지상주의 풍조를 잘 반영한 독일의 자동차 영업 매니저들 사이에 돌아다니는 우스갯소리다. 어플루엔자(Affluenza)는 이러한 세태를 반영한 용어로, 1970년대 초반 휘트만(F. C. Whitman)이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풍요’라는 의미가 있는 어플루언트(Affluent)와 ‘유행성 감기’라는 뜻을 지닌 인플루엔자(Influenza)의 합성어로, 풍요가 오히려 병이 돼버린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작가인 영국의 올리버 제임스(Oliver James)는 저서 <어플루엔자>에서 “현대인들은 끝없이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부자병 내지 소비중독 바이러스로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어플루엔자는 ‘소비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소비지상주의의 환상을 좇는 인간을 불행으로 이끈다”고 덧붙였다.


어플루엔자에 감염된 사람의 주요 증상으로는 ▲무력감 ▲과도한 스트레스 ▲채워지지 않는 욕구 ▲쇼핑 중독 ▲우울증 등이 있다. 대부분의 증세가 정서적 고통으로 이뤄져 있다. 어플루엔자에 감염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를 다른 사람보다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소비하지만, 그 소비의 욕망이 채워지지 않아 정서적 고통이 뒤따르는 것이다. 민임동기 PD저널 편집국장은 그의 칼럼에서 “현대인들은 극심한 경쟁 관계 속에서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비를 택한다”고 말했다. 콜로라도스프링스(Colorado Springs)의 가정문제 상담자인 마이크 폴리(Mike Poly)는 “약물이나 알코올을 사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어플루엔자 또한 중독효과가 사라지고 나면 내부의 공허함은 여전해 그 공허함을 채워야만 한다”며 “바로 이것이 어플루엔자에 감염된 사람들이 밖에 나가 끊임없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이며, 이런 현상은 계속 악순환 돼 인간을 불행으로 이끌게 된다”고 전했다.

어플루엔자의 매개체와 백신


어플루엔자를 퍼뜨리는 주요 매개체로는 광고가 꼽힌다. 한 광고 중역은 “광고는 ‘그 상품을 가지지 않으면 낙오자’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주입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현대의 광고는 상품화된 인간의 비교 대상을 변화시킨다. 예를 들어, 예전엔 비교하고 따라잡아야 할 대상이 이웃이었다면, 현대에는 광고 속에 아름답게 치장한 연예인이 좇아야 할 삶의 기준이다. 이에 대해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김정애 외래교수는 “오늘날 방송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암묵적으로 전달한다”며 “이는 개인의 내적인 특성정보들보다는 외부적으로 주어지는 정보(직위, 외모, 스타일 등)에 먼저 주의를 기울이게 해 결국 소비중독을 유발한다”고 전했다.


이렇듯 현대 사회에는 어플루엔자가 상업적 압력과 기술적 변화 때문에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하지만 어플루엔자에도 치료법이 존재한다. 올리버 제임스(Oliver James)는 그의 저서에서 ▲긍정적인 의지를 가져라 ▲당신이 원하는 것을 소비하라 ▲바이러스 동기를 내적 동기로 바꿔라 등의 어플루엔자 백신을 제시한다. 한편, 욘족(Yawns)은 어플루엔자를 극복한 대표적 사례다. 욘족은 ‘젊고 부자지만 평범하게 사는 사람(Young And Wealthy but Normal)’을 뜻한다. 자수성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를 과시하는 대신 소박한 삶, 이를 넘어서 자선사업을 하는 등 가치 있는 삶을 택한 것이다. 이들은 “소유는 근심이요. 소박한 삶은 은총”이라 말한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국제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행복에서의 행(幸)이란 일찍 죽을 요(夭)와 거스를 역(逆)이 합쳐진 글자로써, 지금 건강하게 숨 쉬고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하늘로부터 복을 받은 것”이라며 “돈이 많아 가지고 싶은 것을 다 가지는 것이 행복이 아니다. 행복의 엄청난 의미는 물질만능주의를 아래로 깔본다”고 말했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통해 어플루엔자와 진정한 풍요, 그리고 행복에 대해 다시 한 번 탐색해보는 것은 어떨까.


조슬기 기자 chosk@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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