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네 재능교육 노동자들을 위해 연극인들이 나섰다

2월 26일, 국내에서 새로운 진기록이 수립됐다. 재능교육 해고자 여민희, 오수영 씨의 투쟁이 1,896일차에 들어섬에 따라 기륭전자가 세웠던 비정규직 투쟁 사업 중 최장기 투쟁 기록을 넘어서게 됐다. 이들의 투쟁을 조금이나마 돕고자 연극인들이 나선 단막극 페스티벌 ‘아름다운 동행’이 지난 2월 24일, 대학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노동자 아닌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들
1999년 노동조합을 설립한 재능교육의 노동자들은 사측의 수수료 제도 개편에 반발하며 2007년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재능교육 측에서는 일반 노동자가 아닌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조는 불법이라며 단체협약을 해지하고 노조원들을 집단 해고했다. 그러나 2012년 11월, 서울행정법원은 재능교육의 계약 해지 통보를 ‘무효’ 처리하며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재능교육과 노동자들의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현재까지도 노동자들의 파업사태는 쉽사리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노동자로 인정받는 데 5년이 걸린 노동자 여민희, 오수영 씨가 지난 6일 마침내 종탑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아름다운 동행
재능교육의 노동자들이 투쟁을 벌이고 있는 곳은 바로 대학로. 연극인들의 무대로 잘 알려진 곳이다. 재능교육의 본사 또한 혜화동 대학로에 위치해 있어, 자연스럽게 동네를 오가던 연극인들이 하나둘씩 재능교육 노동자들의 상황을 알게 됐다.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연극인 몇 명이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에 한국연극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재능 있고 의식 있는 젊은 작가들과 연출가들이 한데 모였고, 재능교육 노동자들과의 동행을 선언하고 극을 만들어 나갔다. 7개의 단막극이 준비되고, 페스티벌이 열리고 또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재능교육을 직간접적으로 비판하는 ‘아름다운 동행’의 모든 연극인들은 노동자들뿐 아니라 사측도 노동자들의 조건을 받아들여 아름답게 동행하는 동반자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늘어선 줄, 연신 매진행렬
현장에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몇몇 인기 있는 공연을 제외하면 소극장들은 관객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또 인기 있는 공연들은 단기가 아닌 장기 공연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기자가 찾아간 날이 평일 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 프로젝트로 계획된 단막극 페스티벌 ‘아름다운 동행’에는 사람들이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슬쩍 이야기를 들어보니 주말까지 모조리 매진이라고 했다. 또한, 언론의 관심도 상당한지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들도 꽤나 많이 볼 수 있었다.
기자가 본 연극은 7개의 단막극 가운데 한밤의 천막극장, 다시 오적, 이건 노래가 아니래요, 혜화동 로타리 등 총 4개의 단막극이었다. 직접 재능교육을 비판하기도 하고 재능교육을 포함한 강자들의 권력남용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그렇다고 해서 오락적인 요소가 빠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연극을 보는 내내 관객들은 울고 웃고, 분노하며 배우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극을 통해서 이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기획대표 윤한솔 씨는 “강자건, 약자건 모두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잖아요. 누구나 강자가 되면 약자의 모습을 돌아보기 힘들지만, 그렇기에 약자들은 또 끊임없이 강자를 향해 소리쳐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강자와 약자의 역할이 명확히 나뉜 세상이 아니라 서로 도와가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사회를 꿈꿔봅니다.”라고 전했다. 이와 같은 연극인들의 결합이 단순히 일회적인 프로젝트로 끝나지 않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


박형민 기자 parkhm@hgupress.com


*특수고용노동자: 위탁계약 형식을 갖추고 사업장을 관리하는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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