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걸음 추억 쌓는 황금빛 갈대밭





‘손으로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 놓았다. 안개, 무진의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김승옥, ‘무진기행’ 中)

김승옥작가는 <무진기행>에서 '무진'의 배경이 된 순천을 몽환적인 안개의 도시로 표현했다. 실제 순천은 새벽에 뿌연 안개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그 중에서도 11월의순천은 자욱한 안개 속에서 갈대의 사각거림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즐길 수 있어 매년 갈대축제가 열린다. 살아 숨쉬는 생태계 속에 춤추는갈대밭을 품은 순천만으로 다 함께 떠나보자.

은빛 찰랑이는 갈대밭


기자는 포항에서 부산을 경유해 장장 4시간을넘게 달려 순천만에 도착했다. 순천만 생태공원은 때마침 열린 갈대축제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이뤘다. 생태공원 입구에 자리한 생태학습관을 지나 수십 만 평의 갈대밭을 따라가면, 멋진 일몰을 관람할 수 있는용산전망대로 향하는 길이 시작된다. 관광객들은 갈대밭에 들어가기 전에 '무진교'를 건너게 되는데, 이는 김승옥의 무진기행에서 따온 이름이다. 커다란무진교 위에 서면 가운데 흐르는 동천을 끼고 10km 구간에 펼쳐지는 광대한 갈대밭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무진교를 건너면 쨍쨍한 햇살에 은빛으로 물든 갈대가 울창한 갈대밭의 모습이 보인다. 넓이가 30만평에 달하는 이 갈대군락은 끝없이 펼쳐져 하늘과 맞닿아있다. 그리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그 모습은 마치 은빛 찰랑이는 바다를 연상케 한다. 이 곳에는 깔끔하게 만들어진 낮은 나무난간이 죽 이어져 발에 흙을 묻히지 않고도 갈대의 숨결을 가까이에서 느낄수 있다. 나무난간을 따라서 사람 키만한 갈대가 한없이 펼쳐져 있는 갈대밭을 걸으면, 마치 사방이 막힌 곳에 들어서 있는 기분이다. 하지만 갈대 사이로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부드러운 갈대의 포근함을 느낀다면 기분 좋게 한참을 걸을 수 있다. 또한 관광객들이 잠시 쉴 수 있도록 마련된 쉼터에서는, 나무 난간사이로 보이는 갯벌에서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짱뚱어들을 구경할 수도 있다. 친구들과 함께 가을여행지로순천만을 선택했다는 대학생 김지혜(21) 씨는 "순천만은다른 여행지와 다른 자연이 주는 힐링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가을철 최고의 여행지로 순천만을꼽기도 했다.




용산전망대를 내려와 순천문학관으로


갈대밭을 지나면 용산 전망대가 위치하고 있는 용산으로 길이 이어진다. 용산을 오르는 산길은 비교적 높은 계단과 가파른 산길의 '다리 아픈길'과 이에 비해 완만한 경사의 '명상의 길'로 나뉜다. 용산에 올라 전망대에 도착하면, 그 곳에서 순천만 S곡선의 물길과 그와 어우러진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다. 순천만의 S자형 수로는 우리나라 사진작가들이 선정한 10대 낙조 중 하나로유명하다. 아름다운 낙조 사이로 철새들이 떼를 지어 날아드는 모습 또한 장관을 이뤄 관광객들의 감탄을자아낸다.


용산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멀지 않은 곳에 순천 출신 대표 작가인 김승옥, 정채봉의 문학관이 있다. 순천문학관으로 불려지는 이 곳은, 넓은 마당에 초가지붕으로 된 전통 가옥으로 꾸며져 있다. 순천만자연과 어우러진 이 토속적인 문학관에서는 소박한 문학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순천문학관의 '김승옥관'에는 <무진기행>을 쓴 김승옥 작가가 순천과 순천만 연안의 바다와 갯벌에서의 체험을 창작 모티브로 했다는 설명이 있다. <무진기행>의 '무진'이라는 도시는 전라남도 순천을 재구성한 공간인 셈이다. 또한 김승옥작가는 <오세암>을 쓴 한국 아동 문학의 선구자로그는 그의 에세이 <눈을 감고 보는 길>에서 다음과같이 순천을 소개하고 있다. "바다가 아스라이 여인의 인조비단 치맛자락처럼 펼쳐져 있는 순천만에가보세요. 순천만, 송광사와 선암사, 낙안읍성... 순수한 동심이 있는 우리 고향 순천길이 그대의 발길에위안을 주리라 믿습니다."




순천만은 가을뿐 아니라 겨울에도, 날아드는철새들과 쓸쓸한 멋을 갖춘 갈대 숲이 관광객들에게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또한 2013년에 국제정원박람회 개최를 앞두고 많은 관광지를 조성하고 있어 볼거리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자연이 주는 생명력은 그 어떤 회복제보다 우리를 살아 숨쉬게 만든다. 고된일상에 지쳤다면, 순천으로 떠나 바람을 느끼고 햇살과 마주하기를 권한다.



박가진기자 parkgj@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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