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울법하지만 이제는 월드스타가 된 싸이 이야기를 굳이 또 해보려 한다. 가수 김장훈과의불화설은 뒤로 하더라도 싸이의 인기요인에 대한 기성언론들의 분석에서 본 기자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을 감히 정리해 보았다.

오빤 싸이 스타일


싸이열풍의 초기, 대다수 국내 언론들은 키치, B급 문화등의용어를 사용해 가며 ‘싸구려스러운 것’에 대한 대중의 친근함이싸이의 인기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싸이의 성공요인을 분석한 국내의 한 다큐멘터리에서 그의인기비결을 묻는 제작진의 질문에 한 미국인 시민은 사뭇 진지한 태도로 “He’s one of a kind(그는매우 특이하다)”라고 대답했다. 싸이가 ‘새’라는 곡으로 처음 국내에 데뷔했을 때 그의 음악은 대중들에게 결코친근하지 않았다. 그의 외모와 가사의 내용들 그리고 무대 위의 퍼포먼스들은 오히려 충격에 가까웠다. 그런데 해외 언론들은 아직 잘 모르고있고, 국내 언론들은 쉽게 간과하는 부분 중 하나는 싸이가뛰어난 작곡실력의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이다. 대학시절 미국에서 작곡을 공부한 그는 데뷔 때부터 자신이직접 작곡한 곡으로 꾸준히 코믹하고 솔직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왔고 수많은 히트곡들을 배출해 왔다. 다시말해 그는 단숨에 인기를 얻은 것이 아니라 10년의 세월 동안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꾸준히 성장해 현재의 위치에 오른 것이다.


싸이음악의 또 다른 특징은 음악 속 메시지에 있다. 그가 쓴 가사들을 보면 가벼운 이미지와는 달리 사람들의마음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가사, 때로는 가족의 소중함을 노래하기도 하고 자신만의 철학, 사회의 부조리의 고발 등 분명한 스토리텔링이 있다. 결론적으로 “dress classy, dance cheesy”라는 그의 말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싸이의 음악은 그 완성도나내용에 있어 결코 B급이 아니다. 다만 무대 위에서 우스꽝스러운춤을 마다하지 않는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놀 땐 놀 줄 아는 놈일 뿐’이다.

조회수 4억 돌파? 뮤비는 시작일뿐


싸이는10월 6일 현재 빌보드 차트 2위에 랭크돼있다. 그러나 미국언론들은 아직까지는 싸이의 인기에 대해one-hit wonder(한 곡만 히트시키고 사라지는 가수)가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국내 언론들 또한 현재 싸이의 성과에대해서는 놀라워하면서도 향후 전망에 대해서 조심스러워 하기는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국시장에서 싸이의 성공을 충분히 기대케 하는 두 가지요소가 있다. 우선 싸이의 기본 컨셉이 ‘19금’이라는 사실이다. 기독교인으로서 싸이의 음악에 다소 불편함을 느낄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아버지’와 같이 감정에 호소하는 곡들로는 정서가 다른 미국인들을 자극하기 힘들지만 ‘강남스타일’과 같은 코드라면 국내보다 훨씬 개방적인 분위기의 미국에서 싸이는 물 만난 물고기와 같다. 특히 이번 앨범을 발표하며 데뷔 초의 컨셉으로 회귀를 선언한 그의 상스러우면서 성(性)스러운 매력은 미국인들에게도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이다.싸이의 기대요소 두 번째이자, 싸이가 아직 보여주지 않은 그의 진짜필살기는 바로 무대 위에서의 능력이다. 최근 온라인 음원시장이 많이 발달했지만 국내와 달리 미국에서가수들이 대중과 만나는 주요통로는 여전히 콘서트와 같은 현장공연이다. 국내에서 싸이의 진짜 인기비결이바로 그의 콘서트 때문이라고 할 만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싸이의 무대 장악능력은 상대적으로 유창한 그의 영어실력과 더불어 미국무대에서 그의 활약을 기대케 한다. 더구나 그가 현지 에이전트로 계약한 스쿠터 브라운(ScooterBraun)은 저스틴 비버를 발굴해 미국 최고의 팝스타로 키워낸 업계 최고수준의 전문가이다. 국내에서싸이가 10년간 쌓은 내공과 스쿠터 브라운의 마케팅 능력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싸이는 유튜브가 아닌대중과 직접 호흡하는 무대 위에서 진정한 성공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미국시장의문을 먼저 두드렸던 비나 원더걸스와 달리 싸이는 흉내 내는 음악을 하지 않았다. 동양인이 들고 온 신선하지도않은 아류음악에 미국인들은 결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미국시장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먼저 국내에서 음악만으로도인정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성급한 해외진출에 앞서 국내 아이돌 가수들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김호민기자 kimhm@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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