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새로운 쓰레기, e폐기물

가나 수도 중심에 있는 아그보그블로시 시장에는 매일 시커먼 연기기둥이 치솟는다. 이는 시장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전자폐기물을 태우는 연기다. 전자폐기물을 소각하고 그 속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고철을 찾아내 되파는 것은 몇 년 전부터 가나 아크라 사람들의 새로운 수입원이 됐다. 10대 아이들은 고철을 얻기 위해 제대로 된 장비 없이 불길과 싸우지만 수입은 한 건당 10페소(한화 120원 상당). 뜨거운 태양 아래 온종일 전선을 태워도 1세디(한화 1,200원)를 벌기 어렵다.

우리가 버리는 전자제품은 몇 개?

이 이야기는 e폐기물 매립지의 실상을 재구성한 것이다. 우리에게 휴대전화, 컴퓨터는 빼놓을 수 없는 물건이 됐고 대부분의 대학생이 3개 이상의 전자기기를 갖고 있을 정도로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날마다 첨단제품이 등장하면서 적절한 폐기 처리 없이 버려지는 전자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전자제품은 온갖 독성물질로 구성된다. 컴퓨터 모니터 대에는 평균 2.3kg 넘는 납이, 본체에는 카드뮴이나 수은 등의 중금속이, 각종 전자제품의 플라스틱 틀에는 독성이 강한 PVC 브롬 화합물이 있다. 이를 부적절한 방식으로 처리할 경우, 치명적인 화학물질을 배출한다. 이렇게 배출된 유해물질은 암의 발생률을 늘리고 간과 갑상선, 그리고 신경계 장애 등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버려지는 전자제품은 수거를 통해 적절한 공장에서 처리하도록 한다. 하지만 제대로 수거되지 않거나 외국으로 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전자제품을 전자폐기물(e-waste, 이하 e폐기물)이라 부른다. UN 환경프로그램(UNEP)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5,000만 톤의 e폐기물이 버려지고 있다. 그 중 일부는 e폐기물의 값싼 처리를 위해 중고품으로 둔갑해 ‘개발도상국 정보 선진화' 또는 일부 NGO 단체를 통해 '기증(donation)'이라는 명목으로 가나,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와 같은 아프리카 지역으로 유입된다. 우리나라도 매년 500톤 이상의 e폐기물을 수출하고 있다. 이렇게 유입되는 e폐기물들은 제대로 된 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매립지에서 처리된다. 이로 인해 주변 숲과 하천 등이 오염되고 돈을 벌기 위해 모인 아이들이 무방비 상태로 검은 연기를 들이마시게 된다. e폐기물 처리 기업 뉴골드 전자 최종만 공장장은 “공장에는 해로운 요소들을 여과하는 기계들 등 제대로 된 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공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처리될 때 심각한 환경 오염과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외부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e폐기물을 잡아라

최근 e폐기물의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유럽연합(이하 EU)이 전자 폐기물 수거 의무를 강화해 EU 내 전자 폐기물 발생량의 85%를 회수하기로 했다. 또 아프리카에서는 ‘전자 폐기물에 대한 범 아프리카 포럼(Pan-African Forum on E-Waste)’을 개최해 아프리카 전자폐기물의 환경적인 관리를 실행하도록 협의했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제품의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생산자의 책임으로 확대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가 새로운 제품을 구입할 경우 전에 쓰던 제품을 회수하고 제품을 수리해 중고품으로 판매하거나 분해한 후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e폐기물 재활용 업체 ‘recycla’는 e폐기물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디자이너 로드리고 알론소와 함께 정크아트 전시회를 열면서 재활용 캠페인을 열었다. e폐기물 처리의 해결책은 소비자가 전자제품을 근처의 e폐기물 수거장소에 버리거나 오래 사용함으로써 e폐기물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수거 장소를 모를 경우, 제품 생산자나 지자체에 문의가 가능하다. 또 기술의 발전으로 e폐기물에서 95% 이상의 금속을 추출할 수 있어 각 기업에서도 재활용 업체 확보와 e폐기물의 수거를 경쟁력 강화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전자산업의 발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그로 인해 발생되는 e폐기물에 대한 조명이 제대로 비춰지지 않고 있다. e폐기물의 가장 큰 특징은 늘어나는 속도가 다른 고체폐기물의 2-3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IT강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도 e폐기물을 많이 배출하는 나라로 손꼽힌다. 우리가 버린 e폐기물이 검은 연기로 우리에게 되돌아오기 전에 e폐기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하재웅 기자 haju@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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