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성소수자를 위한 축제, 퀴어문화축제 열려

무지갯빛 깃발이 서울 청계천에 휘날린다. 거리를 메운 레인보우 깃발은 동성애와 동성애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식이다. 지난 5월 24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 청계천에서 퀴어문화축제 (이하 퀴어축제) 가 열린다. ‘퀴어(Queer)’란 동성애자와 성전환자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성소수자를 뜻한다. ‘퀴어연가: 가족, 연을 맺다’가 슬로건인 이번 축제는 2000년을 시작으로 올해 13회를 맞이했으며 지난해 퍼레이드에만 약 1,000명이 참여했고, 올해는 약 1,500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축제이다.

우리 여기 있어요!

동성애는 고대부터 전세계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문화적 현상이다. 여성을 불완전한 존재로 치부했던 고대 그리스 시대에 성인 남성과 소년의 관계를 문화적 교육과정으로 권장했다. 고대 중국의 황제 또한 남색을 즐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우리나라의 신라시대 화랑 또한 동성애 문화를 증거한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권장되기도, 기피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퀴어축제는 그 동안 사회가 애써 외면해왔던 성적 소수자들이 거리에 나가 그들의 존재를 알리고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자리이다.

이번 축제 기간에는 국내 유일의 퀴어영화제인 ‘서울 LGBT 영화제’도 함께 열린다. LGBT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등 성소수자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이달 30일까지 종로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이 영화제는 개막작 '라이트온(Keep The Lights On)'을 비롯한 국내외 다양한 LGBT 영화를 선보인다. ‘라이트온’은 2012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테디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아시아 최초로 상영된다.

또한 22일부터 서울 합정도 요기가 표현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회 ‘리빙 위드 레드 리본(Living with Red Ribbon)’이 열린다. ‘레드 리본’이란 에이즈 감염인들의 인권 보호와 지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번 전시회는 인구보건복지협회의 후원으로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마련됐다.

일반, 게이, 바이 모두 다함께

퀴어 퍼레이드는 일명 ‘PRIDE PARADE(자긍심 행진)’으로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성적 소수자들이 자긍심을 담아 도심을 향해 행진하는 것을 뜻한다. 1969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돼 성적 소수자들의 자긍심을 축하하고 지지하며 자유와 평등을 요구하는 형태로 전 세계 주요 도시로 퍼지게 됐다.

6월 2일에 열릴 이번 퍼레이드는 대규모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 1부 부스행사, 2부 개막무대에 이어 거리 퍼레이드와 축하공연으로 구성된 3, 4부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이 중 퀴어축제의 가장 대표적인 거리 퍼레이드는 참가자들이 각자 성적 정체성에 맞춰 제작된 의상을 입고 청계천 일대를 한 바퀴 돌면서 ‘퀴어 연가’를 부른다. 거리 퍼레이드는 성소수자와 일반인들이 함께 어울려 거리를 걸으며 성소수자의 존재를 알리며 사회적인 화합과 공존을 기리는 행사이다.

31일에는 ‘성소수자 혐오에 맞선 전략 짜기’ 토론회가 열린다.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반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에 대처하는 성소수자의 행동에 대한 토론을 나눌 예정이다. 내달 1일에는 살림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주최하는 ‘건강한 퀴어로 살아가는 열 가지 방법’ 강연회가 열린다. 강정현 퀴어축제 조직위원장은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들에게 바라는 점은 하나”라며 “동성애가 불쾌한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를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동성애를 보는 이성애자들의 반응은 격렬하게 불쾌함 혹은 아예 무관심 이 두 가지로 일관된다”며 “동성애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동성애 자체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 사회는 오랜 논란을 거쳐왔지만 그들이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늘과 편견 속에서 그들이 숨어있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그들에 대한 차별이 정당화될 수도 없다. 퀴어문화축제는 우리 곁의 성적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함과 동시에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차윤경 기자 chayk@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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