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 빈곤에 허덕이는 ‘뉴 푸어’들이 늘고 있다!

올해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10대 경제 트렌드 중 하나로 ‘중산층 붕괴와 신빈곤층 확장’을 선정했다. 신빈곤층이란 빈곤 때문에 최하위계층 바로 윗 단계에 속하게 된 중산층이지만 최하위 빈곤층은 아니어서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계층이다. 최근 한 취업 포털 사이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스스로를 ‘푸어(poor)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채가 있는 직장인의 81.5%가 이처럼 생각하고 있다.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뉴 푸어(New Poor)’에 대해 알아보자.

뉴 푸어, 남의 일 같으세요?

결혼을 앞둔 한 근로자가 있다. 그러나 예식장 비용, 혼수 등 당장 필요한 결혼비용 8천만 원은 그의 연봉으로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그는 대출을 선택하면서 ‘허니문 푸어(honeymoon poor)’족이 된다. 현재 약 40%의 가정이 허니문 푸어에 해당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태어날 아이를 위해 분가하기로 생각한 그는 전세 아파트를 알아보지만, 서울 대부분의 전세 아파트는 1억 5천만 원 이상으로 계약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는 차선책으로 서울 외곽의 한 아파트를 계약하지만 1억 원의 전셋값을 갚기 위해 빚은 늘어만 간다. 허니문 푸어에 이어 ‘하우스 푸어(house poor)’ 신세가 된 것이다.

이후로도 아기에게 필요한 예방접종비, 유모차, 한 달 이유식 비용은 각각 수십만 원에 달한다.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필요한 육아 비용은 기본적으로 약 3억 원. 빚은 줄지 않고 빚을 돌려막는 사태도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그는 하우스 푸어에 이어 ‘베이비 푸어(baby poor)’가 된다. 수많은 빚을 내 그는 결국 아이들을 졸업시킨다. 그러나 빈곤은 끊이질 않는다. 양육비 때문에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명예퇴직을 당해 빚은 갚지 못하는 ‘리타이어 푸어(retire poor)’가 됐기 때문이다. 직장을 구한 자식들은 자동으로 부모의 빚까지 부담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결국, 그는 ‘빈곤’이라는 뫼비우스의 띠에 영원히 갇히고 만다.

복지의 빈곤이 새로운 빈곤을 만든다

신빈곤층 등장 배경 첫째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의 구축이다. 성장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는 중하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것을 방치하고 노동투입량을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것을 강조하므로 고용불안을 가중시키고 빈곤탈출의 통로를 더욱 좁힌다. 동아대학교 장세훈 교수는 “고용불안이 가중된다는 것은 비정규직의 증가를 의미한다.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적은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자들은 결국 신빈곤층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또 다른 신빈곤층의 확산 이유는 고도성장체제에서의 허술했던 복지와 일자리 정책이다. 70, 80년대의 고도성장이 의도치 않게 빈곤을 해소했지만 성장이 그치자 일자리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아 수많은 중산층 노동자들이 실직한다. 그러나 부실한 복지정책 때문에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러한 신빈곤층을 위한 대책으로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실직 후에도 1년간 직장 건강보험 이용 지원 ▲차상위계층이 매월 일정액을 저축할 경우 동일 금액을 추가로 적립해주는 제도도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물질적 지원이 아닌 구조적 측면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고려대학교 현택수 교수는 “물질적인 지원은 근본적인 소득 격차를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절대적으로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정규직 일자리를 늘려 노동시장의 유동성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빈곤이 개인의 게으름으로 간주하던 시절이 있었다. 또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던 70, 80년대의 빈곤은 ‘희망의 빈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빚만 늘어나는 상황, 빚을 지지 않으면 자식의 교육마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빈곤은 개인의 문제를 벗어나 사회의 문제이고 계층의 문제다. 지속해서 확산되고 있는 신빈곤은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다.

오상훈 기자 ohsh@hgupress.com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