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가 기업가이며 노동자이며 조합원이다, 협동조합

올해는 UN이 지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International Year of Co-operation)’이다. 해마다 특정 사안의 해결 또는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특별한 해를 정하는 유엔에서 올해를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의 대안경제, 협동조합

우리에게 생소할 지 모르는 협동조합은 사실 우리 근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페인 프로축구리그 프리메라리가 소속구단 FC바르셀로나는 시민들이 만든 협동조합축구클럽이며, 썬키스트는 본래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의 오렌지농가들이 만든 썬키스트오렌지농업협동조합의 대표브랜드이다. 이 외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기업들은 협동조합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많은 협동조합의 대표적인 모델로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을 꼽는다. 파시즘 진영 간 내전으로 폐허가 된 몬드라곤에 아리스멘디 신부가 협동조합을 설립한 것이 몬드라곤 기적의 시작이었다. 이후 몬드라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발발된 세계경제위기 속에서 오히려 15,000여 명을 고용함으로써 성장했다. 협동조합이 주식회사로 대표되는 영리기업과 경쟁하면서도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국제협동조합연맹이 제시한 교육과 훈련 홍보의 원칙, 자율과 독립 등 7가지의 독자적인 기업운영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몬드라곤을 비롯한 협동조합은 설립 후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비정규직, 정리해고, 실업 등 자본주의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며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협동조합연구소 강민수 사무국장은 “협동조합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낮추거나 순환업무를 하면서 함께 극복한다”며 협동조합만의 위기대처방법을 밝혔다.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현주소

우리나라는 1960년에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와 장대익 신부가 각각 성가신용조합과 가톨릭 중앙신용조합을 창립하면서 광복 이후 우리나라의 첫 신용협동조합운동이 시작됐다. 민간에서 상부상조하며 나날이 발전하던 신용협동조합(이하 신협)들은 1980년대부터 자본주의의 경영합리화를 앞세워 거대 금융기관으로 합병하기 시작했다. 조합이 커지면서 조합원 교육을 경시하고 이념을 상실해 조합원들이 소외되고 관료제가 강화되면서 사기업으로 전락해 버렸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협동조합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 사태 때 빛을 발하지 못하고 수많은 신협이 망하게 됐다. 공적 자금으로 구사일생한 신협은 이후 제2금융권 기관으로 제도화된다. 강민수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협동조합은 서로 도와줄 수 있는 유기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민주적인 운영과 사업적 이윤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조합원들의 교육과 훈련을 강조했다.

협동·상생·복지가 어우러진 새로운 대학문화

대학생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협동조합은 대학생 협동조합(이하 생협)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20여 개의 대학에서 활동 중인 생협은 학교 내에서 학생들의 이익을 위해 생활문화, 복지문화의 발전과 활성화를 목표로 학교식당, 매점, 커피숍, 교내 서점 등 학업 이외 교내생활의 대부분을 관리한다. 또 학생들에게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줘 부적절한 품목을 제외시키거나 유통과정을 바로잡음으로써 외부업체들의 판매가와 품질을 따져 경제적, 품질적인 면에서 더 나은 복지를 실현시키고자 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시중의 제품들보다 10-30%정도 싼 가격으로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다. 생협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테마기행, 이색 생태농활, 기업체 탐방, 스키캠프 행사를 기획하는 등 폭넓은 행사를 통해 대학의 복지에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생들만의 활동과 배움의 모임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협동조합이 생긴지 반세기가 지났다. 그 동안 국내에는 신용협동조합은 950여 개, 47조 자산의 거대한 사회조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협동조합은 노동조합이 존재할 만큼 자본가와 노동자로 나뉘었고 조합원들의 교육도 경시되고 있다. 본래 협동조합이란 모두가 기업의 주인으로 협동하는 공동체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이 자본주의의 대안 경제로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하재웅 기자 haju@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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