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도시, 고래의 꿈’ 고래에 흠뻑 빠져보세요

귀신고래가 새끼를 업고 헤엄치고 있고 혹등고래와 긴수염 고래 등 수십여 마리의 고래들이 뒤따른다. 작살이 등에 꽂힌 채로 유유히 헤엄치는 고래도 보인다.

이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그려진 고래들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예부터 울산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고래가 출몰한다고 기록된 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바다에서 고래를 볼 수 있는 고래의 낙원, 울산에선 매년 이맘때 울산고래축제를 개최한다. 지난 4월 26~29일 4일간 열렸던 ‘2012울산고래축제’(이하 고래축제)를 찾아가봤다.

울산고래축제 개막

고래축제가 열리는 울산의 장생포를 찾았다. 울산고래축제의 개막식은 판타지 뮤지컬 ‘연이의 대모험’이 빛냈다. 바다에서는 선사시대 고래잡이를 재연하고 하늘을 뒤덮는 화려한 레이저쇼 ‘고래오딧세이’가 진행되는 등 40여 종류의 다양한 볼거리들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쉴 틈이 없었다. 대구에서 온 박재우(38)씨는 “지난 해에 비해 올해 축제는 좀 더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어 한층 더 즐겁다”며 “주말에 가족들과 한 번 더 울산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끝이 안보일 정도로 길게 늘어선 수십 개의 천막에서는 삼겹살 바비큐나 옥수수 등 다양한 음식들이 먹음직스럽게 구워지고 있어 사람들을 유혹했다. 축제 행사장 곳곳에는 인형맞추기, 사주/관상보기 등 놀거리도 다양하게 있었다.

국내에서 유일한 고래박물관 안에 들어가자 고래의 전신 뼈가 비스듬히 천정에 매달려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또 고래 뱃속의 실제 크기를 통로에 설치해 놓아 고래 뱃속에 갇힌 피노키오가 된 듯 했다. 이외에도 고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고래박물관 옆의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울산 명예 시민으로 등록된 고아룡, 장꽃분, 고다룡이라는 이름의 돌고래들의 쇼를 감상할 수 있었다. 조련사들의 말과 동시에 돌고래들이 재롱떠는 모습은 남녀노소 모두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 돌고래뿐만 아니라 울산과 제주도 연안 물고기들을 수족관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바다 위 고래들의 군무

울산고래축제의 백미는 배를 타고 나가서 야생고래를 직접 보는 것이다. 울산 앞바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래를 볼 수 있는 지역으로 해마다 봄이 찾아오면 수온이 상승하면서 먹잇감인 멸치나 고등어 떼를 쫓아 고래가 몰려든다. 대부분이 돌고래 떼지만 가끔 밍크고래도 출몰하면서 사람들이 고래를 보기 위해 많이 온다. 배를 탔다고 해서 항상 고래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자가 예매한 배의 선장도 “기상 예보에 따르면 바람이 크게 불고 파도가 높다”며 고래를 못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배의 운항 시간도 3시간이어서 고래 없이는 지루한 시간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예보와 달리 바람은 선선했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게 햇볕을 비추어 산뜻하고 낭만적이었다. 더불어 가이드가 들려주는 귀신고래 이야기와 트로트 초청가수의 흥겨운 노래를 들으면서 바라보는 파랗기만 한 하늘과 잔잔히 파도 치는 바다는 영화 속 한 장면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고래 서식지에 도착해 관람객들이 바다를 구경하고 있을 때쯤이었다. 선장이 “좌측에 고래 떼가 보입니다!”라고 말하자 배의 모든 사람들이 순식간에 난간에 매달려 너나 할 것 없이 카메라를 빼어 들었다.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돌고래들이 빛나는 물결 아래 등지느러미를 흔들며 헤엄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때때로 예고도 없이 배의 바로 옆에서 점프를 할 때는 놀람과 탄성이 잇따랐다.

울산고래축제는 2년 연속 ‘대한민국 유망축제’로 뽑힐 만큼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큰 축제이다. 김두겸 울산 남구청장은 "고래축제 관람객을 위해 해마다 새로운 환경을 축제와 접목시켜 관광객들이 다시 찾아오겠다"며 "앞으로도 완성도 높은 고래축제를 만들기 위해 하겠다"고 말했다.

하재웅 기자 haju@hgupress.com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