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전쟁터로 부름을 받은 한 목사 이야기

기관총을 든 목사. 목사에게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를 갖게 된 샘 칠더스 목사는 미국 펜실베니아 출신으로 현재 ‘아프리카의 람보’라는 별명까지 가지고 있다. 그는 현재 남수단과 북우간다에서 전쟁고아를 위한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다. 목사의 신분으로 어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직접 기관총을 들고 적과 싸우는 그는 어떤 사람일까?

범죄자의 삶에서 회심의 길로

샘 목사는 어렸을 때부터 말썽을 일으키는 문제아였다. 펜실베니아의 힐빌리라는 작은 동네에서 태어난 그는 전직 해군이었던 아버지와 올바르고 정직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하지만 부모님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그는 10대 때부터 마약을 거래했고, 유부녀와 문란한 관계를 맺는 등 심각한 범죄의 길에 빠져들었다. 어느덧 그는 마약상의 보디가드로 일을 시작했으며 계속해서 일탈과 폭력과 일삼았다. 스트립 댄서인 린이라는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페이지라는 딸을 낳은 후에도 그의 폭력적인 생활은 변하지 않았다.

마약 거래자로 감옥에서 세월을 보내고 출소한 후에도 범죄의 삶에서 헤어나지 못한 샘 목사는 계속해서 술과 마약을 즐겼다. 그가 감옥에 있을 동안 그의 아내 린은 회심의 기회를 얻어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 지난날을 회개했지만, 그는 그런 아내의 모습에 자격지심을 느끼고 일탈을 더욱 일삼았다. 그러던 중 우발적으로 사람을 찔러 죽인 샘 목사는 죄책감을 느끼며 괴로워했고, 어머니와 아내의 권유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계획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은 그의 믿음은 점점 깊어졌다. 더불어 자신과 함께 범죄를 저지르던 친구가 교화돼 가는 것을 본 샘 목사는 본 직업이었던 건설업을 밑천 삼아 소외된 계층을 위한 지역교회를 설립했다.

말씀과 기도, 그리고 기관총으로 싸우는 목사

어느 주일, 자신의 교회에 방문한 아프리카 선교사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은 그는 아프리카로 가서 선교하기로 결심했다. 북우간다에 도착한 그는 우연히 SPLA라는 수단 인민 해방군을 만나게 되고 남수단을 방문했다. 내전지역이었던 남수단은 반(反)군인 LRA(Lord’s Resistant Army)에 의해 모진 핍박과 학대를 받고 있었다. 반군을 피해 고향을 버리고 온 피난민들은 언제 LRA가 쳐들어올까 두려움에 떨고 있었고, 이를 목격한 샘 목사는 큰 충격을 받았다. LRA의 지도자인 조셉 코니는 자신을 기독교인이라 주장하지만, 사람들로부터 동족을 잡아먹는 사탄이라 불리고 있었다. SPLA는 그런 조셉 코니와 LRA에 맞서 몇 년 동안 싸워왔다. 하지만 열악한 자원과 구식무기로 인해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들은 세상으로부터 잊혀져 가고 있었다. 어린아이조차 무참하게 살해되는 광경을 본 샘 목사는 그 곳에 전쟁고아가 된 아이들을 위한 고아원을 짓고자 마음먹는다. 많은 시련과 시험이 있었지만 이를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사명이라 느껴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전념했다. 그러나 LRA의 잔혹한 살상과 유괴 앞에서 성경을 읽는 것만으론 그들을 구할 수 없다고 느낀 샘 목사는 직접 무기를 들고 아이들을 구하기 시작했다. 현지의 실상을 접하면 접할수록 지옥과 같은 일상에 주체 못할 분노를 느낀 그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서 고통을 느꼈다. 가족을 버리면서까지 반군을 말살하는데 몰두하던 그는 한 어린 소년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증오로 가득 차게 놓아둔다면 악마가 승리한 거에요. 우리의 마음을 가져가지 못하게 해야 해요. 마음의 중심에 하나님을 둬야 하는 거에요”라는 말을 들었다. 이는 그가 13년 동안 1천명이 넘은 아이들을 보호하고, 오늘날 200명이 넘는 아이들을 고아원에서 양육하는 힘의 원천이 됐다. 샘 목사는 지금도 남수단과 북우간다의 아이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

샘 목사는 말한다. “당신의 아이나 가족이 미친 사람들이나 테러범에 의해 유괴됐을 때, 당신 스스로가 그들을 집으로 데려올 수 있다고 하면 어떻게 데려오던, 그 방법이 문제가 될까요?” 샘 목사는 그의 손에 기관총을 들고 성경을 읽고 기도한다. 이런 그의 인간성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샘 목사의 기관총이 반군에 대한 증오보다 아이들을 향한 사랑 때문에 위대해진 것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강초롱 기자 kangcr@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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