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친 더위와 태풍으로 약간은 짜증 섞인 한낮을 보내고 있는데, 디리링 전화가 울리고, “교수님, 저 은주예요.” 한동을 졸업하고 서울서 석사를 마치더니, 이제는 텍사스에서 박사과정을 이수 중이란다. “교수님, 저 공부 못한다고 미워하셨잖아요?” “왜, 그럴 리가 있나...” 얼버무리며 잠시 옛날을 회상해 본다. 그때는 개교 후 얼마 않된 때라 학생들도 어렸고, 시설들도 열악했고, 나 자신도 모든 면에서 서툴렀었다.

하지만 9년여 세월이 흐르다보니 학교시설도 갖추어지고, 졸업생들도 5-6회 배출이 되고, 흐뭇하고 기쁜 소식들도 덩달아 많아졌다. 얼마 전에는 카사블랑카국립대학에 평화봉사단원으로 파견가 있는 수미의 이 메일과 사진들을 받아 보았고, 어려운 경쟁을 뚫고 토지공사에 입사한 제자들 진호, 미영, 혜숙, 용훈이로부터 번갈아가며 안부 전화를 받기도 했고, 결혼했다고 한복차림에 인사 온 부부들도 한성이네를 포함 여럿이 된다.

1회와 2회 졸업생들을 내 보낼 때는 용기를 내라, 꿈을 가져라 외쳐대면서도, 속으로는 암담했었다. 입사하고자 하는 기업에서 제발 우리학교 출신 원서들을 쓰레기통에 넣지 않고 제대로 읽어보기라도 해달라고 속으로 빌고 빌었었다. 서울의 유수한 대학원에 입학시키고자 인터뷰 연습까지 시켜가며 마음을 졸이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별 문제없이 좋은 곳에 취직을 하고 진학을 하니 그저 기쁘고 흐뭇할 뿐이다.

예전엔 누가 직장을 물으면 여러 번 “한동대”를 외쳐야 했고, 어떤 때는 자부심과 사명감에 앞서 안타까움이 더 컸는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한동대를 잘 알고 있다. 지방에 있지만 실력있는 대학으로... 식구들이 미국에 거주하므로 난 방학 중 로스앤젤리스를 방문하는데, 그곳 교포사회에서도 한동대를 잘 알고 있다. 우리 식구들이 참석하는 한 대형교회의 담임목사님은 주일설교때마다 한동대를 언급하실 정도이다. 실력있고 믿음좋은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라고... 물론 속으로 다소의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각 현장에서 성실하다, 열심이다, 실력이 좋다라는 평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열심히 가르치고 이끌어주는 교수님들의 노고, 항상 기도로 후원해주시는 학부모님들의 열정, 총장님과 이사장님의 리더쉽...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가르침에 따르고 학문에 임하는 학생들의 자세와 역할이라고 본다.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 각자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다를 수 있는 것처럼 대학생활에 대한 정의와 기대가 사람들마다 어느 정도 다를 수는 있다고 보지만, 이 사회가 요구하는 대학생활의 근간은 “학문과 기술을 열심히 배우고 익힘”에 있다고 본다. 세계화, 정보화와 무한경쟁시대를 누구나 언급은 하고 있지만, 우리들은 자칫 게으름과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고 뒤쳐지고 낙후된 모습을 보이기 쉽다. 이제는 초창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교수들도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며, 학생들도 대학생활에 있어 학문적인 정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금 깨닫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번 학기에 우리 학생들 다시 한번 다짐 해보자.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물론 하고픈 일 해야 될 일들 많이 있지만 공부에 우선순위를 두어보자고...

한동의 건학이념 자체가 그러한 것처럼 우리 학생들은 크리스쳔으로서 열심히 학문을 닦고 인성을 갖춰서, 훗날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돕기 위하여, 전쟁, 빈곤, 질병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크고 작은 힘 보탤 수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전과 목표가 하루아침에 저절로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공부하는 대학 한동대학교”를 이루고자 우리 모두가 10년 20년 꾸준히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차차 성취되어 나타날 것이다.

구자문 교수(공간시스템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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