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강의 교수 좌담회

한동신문사는 ‘한동의 영어강의’라는 주제로 우리학교 교수들의 영어강의 방식이나 영어강의에서 학우들과 소통하는 방법 등을 점검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경영경제학부 김재홍 교수와 글로벌리더십학부 손화철, 이한진 교수, 생명과학부 이관희 교수를 초청해 지난달 23일 저녁 학관 공동회의실에서 강사웅 주간교수(경영경제학부)의 사회로 진행됐다.

의무 영어강의 이수 비율 적절한가
사회: 한 전공당 12학점, 교양 9학점을 의무 영어강의 수강 요건으로 지정하고 있는 우리학교의 영어강의 의무 비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관희: 영어강의의 목적을 먼저 설정해야 그에 따른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계화만 주장하며 영어강의를 강요하는 것 아닐까? 추구하는 바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지금의 의무 비율은 높다. 생명과학부의 영어강의 의무 비율을 33학점 중 9학점 정도로 낮추고자 했으나 학부장 회의에서 거절당했다. 영어강의 의무 비율이 높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영어강의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생명과학부에서 영어로 강의하시는 분이 3분이라 한 분만 안식년으로 빠져도 학생들의 졸업에 지장이 생기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김재홍: 영어강의의 목적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영어강의를 긍정적으로 볼 수도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목적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나 자신과 학생들 모두가 혼란스럽다. 또 전공에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영어강의 비율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교양, 인문사회과학은 좀 적게, 이공계 계열은 좀 높게 차별적으로 적용하면 어떨까?
손화철: 우리학교는 자율전공선택이라 이공계계열의 영어강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이공계 기피 현상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사회: 그렇다면 학부 별로 영어강의 비율을 선택하면 어떨까? 학부가 자율적으로 적합한 방법을 둘 수 있어 괜찮을 것 같다.
이한진: 학부 자율에 맡기되, 전체적인 방향은 있어야 할 것 같다. 영어강의를 하기로 한 이상 높은 비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영어강의를 위한 노력
사회: 영어강의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김재홍: 전달력만 놓고 보면, 한국인 교수가 한국인 학생들에게 한국말로 강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영어강의를 통해 4년에서 6년간 학생들의 영어 노출 시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영어 실력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손화철: 외국학생들을 유치하는 요인으로 영어강의가 필요하다. 들을만한 영어강의가 적어 교환학생이 지속되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영어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느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관희: 영어를 많이 접하다 보면 실력이 향상되는 것 같다. 가르칠 때 학기 초에는 짧은 문장을 쓰다가 점점 긴 문장을 사용한다. 또 같은 용어들을 반복하면 학기 말에 가서는 학생들이 긴 문장도 잘 이해한다.

사회: 일반 한국어 강의와 비교할 때, 영어강의 준비를 어떻게 하는가? 영어강의로 인해 교수가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이한진: 강의 준비 시간에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아무래도 영어는 한국어와 언어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문제를 설명할 때 전달을 어떻게 할지 많이 고민한다. 가령 용어의 경우에는 문화적 배경이나 역사를 설명해주면서 이해를 돕는다.
손화철: 영어강의에서도 국문과 영문 텍스트가 모두 있는 자료를 사용한다. 영어실력으로 수업에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재를 자유롭게 사용한다. 학생들이 강의는 영어로 듣지만 질문지, 시험, 리포트는 한국어로 쓸 수 있다. 또 일주일에 한 번 점심시간에 한국어로 질문하는 시간을 가진다. 영어강의에서는 농담도 잘 못하고, 곁가지를 쳐서 여러 이야기를 해주지 못한다. 그것이 핵심만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다양한 사고 전달에는 장벽이 되는 듯하다.
이관희: 학기 초에 강의의 요약노트를 미리 나누어주고 최소한 이것은 읽게 한다. 그러면 학생들이 강의의 핵심을 알게 되고 논리의 흐름을 만들어간다. 교재는 영어가 가장 쉬운 책으로 선택하되 번역판은 권장하지 않는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눈을 마주치면서 파악하고 때에 따라 한국어로 설명하기도 한다.
김재홍: 영어강의를 한 지 벌써 10년이 넘어가 특별히 준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영어강의의 수업 이해도가 떨어지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TA 세션, 인터넷 수업정보시스템(CIS)을 이용한 QnA 등을 활용한다. 그런데 문제는 학생들이 별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어강의를 어려워하면서도 제공되는 서비스에는 무관심한 진의는 무엇일까? 또 소규모 영어강의의 경우 부끄러움을 없애기 위해 자기소개를 시키고, 영어강의의 주목적은 영어가 아니라 경제학에 대해 논하는 것이라 강조한다. 강의를 하다 보면, 내 영어가 안될 때가 있다. 그러면 그 내용은 그냥 넘어간다. 한국어로 했을 때 10개를 가르칠 수 있다면 영어로 하면 6-7개 정도만 전달하는 것 같다. 교과서 지식 외에도 교수의 강의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교훈을 영어강의에서는 다 줄 수 없다는 점이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영어강의 학생 평가 기준
사회: 발표를 하거나 리포트를 작성하는 경우 영어가 자유롭지 않은 학생들이 있는데 영어실력이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가?
이관희: 영어실력은 전공실력과 무관하다. 실제 성적을 비교해봐도 한국인 학생이 더 우수한 경우가 많다. 발표할 때도 영어실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논리를 보기 때문에 발음이나 문법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영어를 잘하면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지만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영어가 자유롭지 않다면 발표할 때 노트북을 2대 준비해서 한 대는 PPT를 띄우고 한 대는 청중 앞쪽에 두고 아나운서처럼 대본을 띄워 읽어도 좋다. 다만 최대한 청중과 눈을 마주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손화철: 한국어로도 과제를 할 수 있지만 영어로 과제를 제출하는 소수의 한국 학생들이 있다. 이들처럼 재외 학생도 아닌데 스스로 노력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얘기이다. 영어 문장의 문법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한국어 실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는데 영어로 쓴 것이나 한국말로 쓴 것이나 문법적인 실수는 오히려 비슷하다.
이한진: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발표를 시켜보면 원고를 써와서 읽기도 한다. 그것도 좋다. 영어가 어눌하고 사용하는 단어가 많지는 않지만 문제의 포인트를 이해한 학생은 잘 준비한 것이다. 교수는 학생이 핵심을 알고 준비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표현은 부족하더라도 내용의 본질적인 것을 더 파악하고 전달하려고 애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발전적인 영어강의를 위해
사회: 영어강의가 비교적 성공적인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한진: 학생들의 수업참여도가 한국어강의에 비해 50% 이상 떨어지는 것 같다. 학생들이 강의 흐름 안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학생 스스로 발표를 하는 등 피드백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또 학생들의 이해도를 고려해 강의 목표를 70% 정도로 잡아 여유를 두면 어떨까.
김재홍: 좋은 방법이지만 대형강의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 학생 수가 30-40명 정도만 되어도 다양한 강의 방법을 활용해 볼 수 있다.
이관희: 영어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학생들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한 수업, 발음교정 클리닉 등이 필요하고 내적으로는 분명한 영어강의 목적의식을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손화철: 한동대가 초기 영어강의로 이슈화됐지만 이제는 돈 많은 유수 대학들의 급격한 영어강의 증가율을 따라잡기는 불가하다. 그렇다면 차별화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의 솔직한 논의가 필요하다. 학교는 영어강의를 시행할 수밖에 없는 대외적 홍보 효과, 이미지 등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학생들과 교수는 그들의 어려움을 다 얘기하면서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신문에도 실릴 정도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김재홍: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영어강의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의 기록을 바탕으로 영어강의 현실을 돌아봐야 하지만 아직 그 부분이 부족하다. 서로의 입장만 주장하기보다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또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투자가 필요하다. 교수 충원이나 강의 인원 축소 등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면서 영어강의도 시행할 수 있도록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사회: 유학 경험에 비추어 영어강의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재홍: 내 유학시절을 생각하면 지금 한동 학생들의 영어실력은 상당히 뛰어나다. 나는 수업을 듣기도 어려웠고 말도 잘 못하는 과묵한 학생이었다. 나의 극복 방법은 노트필기를 잘하는 친구를 사귀어 도움을 받는 것이었다. 강의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되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라. 또 교수들과 학교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상호 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한진: 나는 수업준비로 질문 한 개씩을 꼭 준비했다. 그러다 보면 수업에 대해 미리 예습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고,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수업을 듣다 보면 질문이 자연스럽게 해결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교수님에게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적극적인 자세를 기를 수 있다.
이관희: 미국에서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관련 어휘 책을 읽고 그 사회에서 사용하는 표현을 익히려 노력했다. 전공에서 쓰이는 언어를 자주 접하고 이해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통용되는 단어와 그 단어가 쓰이는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습이 필요하고, 수업의 흐름에 참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손화철: 벨기에에서 유학할 때 나는 1시간짜리 강의를 녹음해서 6시간 넘게 다시 듣고 필기하는 것을 1년 동안 했다. 미련한 방법이었지만 안 되는 영어를 위해 시간을 투자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마치 한동대에 들어오면 영어, 전산, 한문 실력이 당연히 향상된다는 외부 이미지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한동에 오자마자 영어가 유창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왜 한동이 영어실력을 보장해 주지 않느냐고 불평한다. 실력 향상을 위해 추가 시간을 사용할 생각은 하지 않고 어려움만 표시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교수, 학생, 학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EBS 라디오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하루에 20분씩만 들어도 아주 좋을 내용이 제공되고 있다. 시간을 투자해서 영어실력 향상에 노력하라.


정리 이은선 기자 leens@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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