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7개 대학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보람차게 사는 법

우리학교에서는 RC가 새로운 제도이지만 역사적으로는 오랜 전통을 가진 교육제도이다. 특히 영미권 대학의 RC는 강의, 자율적 학습, 취미와 교양 생활이 어우러지는 환경을 갖췄으며, 교육에 있어서도 학업과 일상생활이 잘 조화되는 공동체적 제도를 강조한다. 또한 학생들의 자치를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다. RC의 근간과 특징을 다른 대학교의 사례에서 읽어보자.

RC 원조는 옥스브리지(Oxbridge)
RC는 중세 수도원의 교육 제도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 원형은 옥스퍼드(Oxford) 대학교, 케임브리지(Cambridge) 대학교, 더럼(Durham) 대학교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 옥스퍼드 대학교의 칼리지 시스템(Collegiate System)이 오늘날 RC의 원조로 꼽힌다. 칼리지 시스템의 핵심은 교수와 학생이 숙식을 함께하고 각 칼리지마다 펠로우(Fellow)라 불리는 전공 교수들이 학생과 일대일로 수업하는 것이다. 즉, 강의실에서 이뤄지는 교육과는 별개로 칼리지 안에서 교수와의 개인적 면담 및 토론을 통한 교육을 말한다.
하나의 칼리지는 각각 기숙사와 식당, 도서관, 세미나실, 운동장 등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학생 선발부터 학부의 교육 과정, 장학금과 연구비 등의 재정 문제까지 모두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하나의 칼리지에서 여러 전공의 강의가 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수진도 칼리지에 따라 다르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모든 학생들은 반드시 한 칼리지에 소속되는데, 위와 같은 이유로 대학교(University)보다 칼리지(College)에 대한 소속감과 정체성이 더 강하다. 대학교는 여러 칼리지가 모인 일종의 ‘칼리지 연합’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옥스퍼드 대학교에는 38개의 칼리지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는 31개의 칼리지가 있다. 각각의 칼리지는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각각 연주회, 발표회, 전시회 등을 개최한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Christ Church 칼리지’는 경험주의와 시민정부론 등으로 유명한 존 로크, 훅의 법칙을 발견한 로버트 훅 등 세계적인 명사들을 배출했다. 또한 ‘Open Mike Night’라고 불리는 음악 발표회를 연다. 이 칼리지는 해리포터 시리즈 영화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트리니티(Trinity) 칼리지’의 졸업생에는 수학자 버트란드 러셀과 찰스 영국 왕세자가 있다. ‘머레이 에드워드(Murray Edwards) 칼리지’는 독자적인 미술 컬렉션을 가지고 있으며 개별적인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RC
미국의 RC는 영국의 칼리지 제도와 달리 좀 더 프로그램 중심적이고 ‘생활관중심적’이다. 교수와 학생 간의 일대일 수업보다는 생활관 속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중시된다. 이들 RC는 학기 중에 기숙사 대항 체육대회를 열 정도로 기숙사 별로 다른 전통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학생들에 의해 독특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각 기숙사마다 식당, 도서관, 공연 시설, 운동 시설 등을 갖추고 있으며 Master, Resident Dean, Senior tutor, Tutor가 학생들과 같이 생활한다. Master은 학기 중에 연극 공연 등 칼리지의 사회 문화 체험을 계획하고, 외부인사를 초청해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Master’s tea(일종의 다과회)를 마련한다. Resident Dean은 칼리지의 학문적 조언자이다. Tutor는 RC의 전반적인 프로그램이 잘 진행될 수 있게 Dean과 Master를 도우며 학생들을 좀 더 구체적인 단위로 관리한다.
우리나라의 RC는 어떻게 시행되고 있을까? 현재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와 한림대학교가 2007년부터 RC를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는 교수와 함께 전공 관련 탐구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한림대학교의 RC(정주대학)에서는 일반적인 대학의 강의와는 달리 인성, 창의력 개발, 리더십 프로그램, 체육활동 등을 한다. 담당 교수와 고학년들의 멘토링(mentoring) 제도, 교수와 학생의 일대일 면담 등 교수가 학습의 상담자, 관리자가 되는 특징이 있다.

우리학교 RC는?
우리학교가 참고한 RC 중에는 미국의 노트르담(Notre Dame) 대학교 기숙사 시스템이 있다. 100~300명을 수용하는 기숙사가 27개 있으며, 전체 학생의 80%가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 특히 성직자가 학생들과 면담을 하는 렉터(Rector) 시스템을 운영한다. 각 기숙사 동은 독자적으로 채플 등 행사를 개최한다. 조준모 교수는 “우리 학교가 기독교 대학인만큼 영성 생활 제도를 갖춘 이 대학의 RC를 참고할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우리학교가 원래부터 RC를 어느 정도 시행하고 있었지만 한동의 공동체적 특성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여러 RC를 참고하는 것이다. 특정 RC를 롤모델로 삼기보다는 여러 RC의 장점을 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학교 RC가 올해부터 운영되고 있다. RC를 통해 우리학교는 또 어떤 ‘한동’스러운 모습을 만들어갈지, 또 어떤 공동체의 모습을 만들어갈지 기대해본다.
김세훈 기자 kimsh2@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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