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막을 내리고 모든 것이 폐허가 된 1957년, 벽안의 한 신부가 ‘코리아’라는 낯선 땅에 들어와 복음을 설파했다. 그의 이름은 대천덕(본명 R.A Torrey 3세). 그는 자신의 고향 미국을 떠나 우리나라에 성미카엘신학원(현 성공회대학교)을 설립하고 초대학장을 역임했다. 이후 모든 것을 내려놓고 12명의 제자들과 태백산맥 산골로 들어가 ‘예수원’을 설립했다. 성경 속 모든 삶을 직접 구현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이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던 것은 ‘관계’였다. 구성원들의 사회적 배경과 직업, 성격 등이 천차만별이었지만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삶을 살았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머물면서 인생의 비전을 발견했다. 실제로 그는 ‘하나님의 대학’을 모토로 삼은 우리학교 설립 당시, 김영길 총장을 격려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학문과 삶, 믿음과 행동, 지성과 인성의 일치를 보여줬던 토레이 신부는 신앙인으로서 많은 기독교인들의 감화를 불러일으켰다. 그가 소천한 지 10년이 되어가는 2011년, 한동은 향기로운 그의 삶을 기억하며 토레이 칼리지(Torrey College)를 시작했다.
개교 당시, 황량한 광야와 푸른 바다밖에 없었던 우리학교는 올해로 17살이 됐다. 이제 학교는 과거 모습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상전벽해를 이뤘다. 그러나 수많은 변화 속에서도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한동인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이제 토레이 칼리지 안에서 그의 정신이 다시 태어나길 기대한다.

정재범 기자 chungjb@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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