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외면 받았던 탕아,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 까닭은?

빈센트 고흐(1853-1890)의 인생을 한 마디로 집약한다면 무엇일까? 그건 아마 ‘고독’이라는 두 글자로 서술될 듯하다. 주름진 피부와 흔들리는 눈동자를 가진 <자화상> 속의 고흐는 보는 이로 하여금 외로움과 고난을 묻어나게 한다. 실제로 그의 인생은 순탄치 않은 골고다 언덕과 같았다. 독신으로 산 고흐에게 잠시 만난 늙은 창녀만이 유일한 정부(情婦)였다. 가난과 정신병은 그를 평생 놓칠 않았다. 결국 지나친 자괴감에 빠져 귀를 잘라 자해하기도 했으며, 권총으로 자신의 심장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광기를 지닌 천재를 탄생시키기 위해선 어쩌면 고난은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고독의 독배를 치켜든 그는 인상주의를 뛰어넘어 인간 내면의 고통과 갈등까지 강렬하고 거친 터치로 표출하는 표현주의의 근원이 된다.


방황하던 사춘기 청년, 화가의 길로 접어들다

천재들은 어렸을 때부터 신동에 가까운 경지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점차 나이가 들며 자신의 탁월한 능력을 발현해 내는 경우도 있다. 고흐는 화가를 직업으로 정한 시기가 27살 때였으니 후자에 속한 인물로 볼 수 있다. 화가가 되기 전 청년 고흐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다. 연애에 서툴렀던 고흐는 여러 여자들에게 청혼하지만 퇴짜를 맞는다. 상처받은 그는 성직자의 길도 고려해보지만 결과는 낙제였다. 그러나 이런 방황은 고흐의 인생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인생에 쓴맛을 일찍 경험한 그에겐 스케치만이 삶의 유일한 낙이었으며 점차 색채의 마법에 빠지게 되어 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새롭게 태어난 고흐, 세상과 호흡하다

인고의 세월을 보낸 고흐는 한층 성숙해진다.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화가로서의 포부를 이렇게 밝힌다. “나의 모든 것을 바쳐 경지에 이르고 싶다 ... 화가의 의무는 자연에 몰두하고 심혈을 기울여 자신의 감정을 작품 속에 용해 시키는 것이다” 고흐는 자신과의 약속을 평생 간직한 채 살아간다.

는 스케치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며 그림을 그렸다. 어느 날 고흐는 어두운 주방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농부 일가족을 목격한다. 그는 본능적으로 영감이 떠올라 즉석에서 붓을 꺼내는데, 이때 탄생한 작품이 <감자 먹는 사람들>이다. 이 작품은 고흐가 그린 유화 중에서 구성이 가장 탄탄하고 짜임새 있게 그려진 작품으로 알려져있다. 매 순간마다 고흐는 소박한 농부들의 숨결을 느끼며 삶을 공유했다.

남프랑스의 작열하는 태양 그리고 별을 찾아서...

당시 시골에서만 활동하던 고흐는 예술계의 중심인 파리로 유학가게 된다. 이 시기 파리에선 인상주의 화풍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고흐는 ‘물 만난 고기’처럼 새로운 화풍을 습득하며 천재성을 개화시킨다. 그러나 곧 도시의 삶에 질려버린 그는 남프랑스의 아를로로 도피한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선 화가는 내면에서 분출하는 정열을 그림에서 강한 선과 밝은 노란색으로 표현한다. 당시 탄생한 작품들이 <해바라기>연작들과 <꽃피는 과수원> 등이다. 태양에 흡수됐던 화가는 밤하늘의 빛나는 별에도 매료된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은 꿈과 도전을 일깨워 화가의 황량한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화가는 이같은 무한한 동경을 <별이 빛나는 밤>으로 승화시킨다.

정신발작, 외로운 화가의 영혼을 지배하다

고독과 외로움은 고흐의 뜨거운 심장을 식게 만든다. 이런 날이 지속될수록 그에게는 정신분열과 발작이 간헐적으로 일어났다. 결국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르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자 강제적으로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정신분열은 화가의 필치를 화려한 노란색 색채에서 꿈틀거리는 곡선과 어두운 색조로 바꿔놓는다. 이 시기의 고흐는 모든 고뇌를 담아놓은 그림들을 그리는데, 이는 <의사 가셰의 초상> 등에서 볼 수 있다. 그가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사를 수록 생명의 초는 꺼져갔다. 죽음을 예고하듯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까마귀 나는 밀밭>과 <오베르성>은 이때 탄생한 작품이다. 결국 정신병은 그의 온몸을 잠식하여 고흐는 37세에 자살로서 비극적인 삶의 마침표를 찍는다.

고흐는 평소 별을 흠모하며 이런 말을 했다.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까지 갈 수 없겠지”. 죽음은 그에게 두려운 대상이 아닌 영원의 세계였다. 밤 하늘의 별이 된 화가는 자신의 작품으로 돌아와 우리에게 다시 말을 건다.

정재범 기자 chungjb@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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