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not change the world?” 한동이 여러 해 동안 외쳐 온 구호이다. 사회와 세계를 변화 시키자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동에서만 들을 수 있는 말은 아니다. 기업에서도, 교회에서도 앞세울 수 있는 구호이다. 그렇지만 누가 외치는가에 따라 담기는 내용은 달라진다. 하나님의 대학으로서 한동의 이 구호는 무엇을 지향하고 어떻게 이루어갈 것을 기대하는가?

이와 관련하여 교수명예헌장 전문에는 “지성, 영성, 인성을 갖춘 하나님의 인재를 양성하여 사회와 민족과 세계에 봉사한다.”고 하였고, 7항에서는 “한동대학교 교수는 이 사회와 세계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도록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한다.”고 하였다.

한동의 인재들과 함께 교수들은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기를,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구한다. 교회도 똑같이 구한다. 그러면 대학으로서 한동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인가?

이사야서 58장 12절은 우리에게 익숙한 말씀이다. “네게서 날 자들이 오래 황폐된 곳들을 다시 세울 것이며 너는 역대의 파괴된 기초를 쌓으리니 너를 일컬어 무너진 데를 수보하는 자라 할 것이며 길을 수축하여 거할 곳이 되게 하는 자라 하리라.”

자연과 사회에서 창조질서가 무너지고 황폐되어 사람들이, 피조물들이 겪고 있는 질고가 지금 이 시대에도 엄존하는 것을 대학은 현실로서 보여 주어야 한다. 이 땅의 절실한 문제들을 드러내어 그 근본 원인을 찾고 고칠 길을 모색하여야 한다.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이 책임을 다 하여야한다. 교수명예헌장 7항은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1. 자신의 전문성을 통하여 사회와 세계의 공익과 복지를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2. 창조과학에 의거해 생태 및 사회와 지구 환경의 개선과 증진을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3. 사회는 물론 세계의 위급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 주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감당한다.

4. 정의로운 사회와 세계의 정책과 제도 수립을 위하여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5. 모든 사회와 열방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여 세계 복음화에 헌신한다.

한동은 자연과 사회에 대하여 탐구하고 교육할 뿐만 아니라 창조질서의 회복과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의 성장을 위하여 봉사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샬롬(Shalom)의 왕국이다. 영어로 “peace"라고 번역된 샬롬은 헬라어로 된 신약에는 에이레네 (eirene), 즉 ”평강“이라고 기록된 말이다. 샬롬은 풍성한 뜻을 지닌 말이다. 평화, 평강, 정의, 질서, 조화. 샬롬은 하나님 창조의 완전함, 조화로움에서 비롯된다. 만물을 지으시고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시고, 사람을 지으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하신 그 창조의 세계, 피조물들이 지으심을 받은 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그 역할을 다하고 올바른 관계를 가지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기쁨의 세계, 완전한 진, 선, 미의 세계를 표현한다. 샬롬은 죄와 타락, 전쟁과 질고, 왜곡과 소외가 편만한 이 세상에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평화와 평강이다.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셔서 다스리는 하나님의 나라에서 사람들이 하나 되고 만물이 하나 되어 창조주 하나님을 경배하고 찬양하는 온전한 샬롬이 성취될 것이다.

샬롬의 왕으로 오신 주 예수 그리스도는 화평케 하는 자,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을 축복하셨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병자를 고치시고 귀신을 쫓아내시며 죽은 자를 살리시고 배고픈 자를 먹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은 하나님 나라의 도래, 이 땅에 샬롬을 임하게 하시는 일이었다.

하나님의 나라는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 [로마서 14:17]. 이 땅에서 평화의 원천은 하나님의 의/ 정의가 이루어지는데 있다. 불의한 세상, 불공평과 억울함, 억눌림과 질곡이 있는 세상에 진정한 평화가 가능한 것일까?

“사랑과 진실이 만나고, 정의는 평화와 서로 입을 맞춘다.” [시편85:10] "의의 공효는 화평이요 의의 결과는 영원한 평안과 안전이라." [이사야 32:17]. 정의와 평화, 의와 샬롬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평화는 정의를 내포한다. 정의가 구현되지 않는 곳에 진정한 평화는 없다. 평화를 외치는 것은 또한 정의를 외치는 것이다. 의(Righteousness)는 정의(Justice)에서 출발하지만, 정의 이상이다. 정의의 법, 정의의 질서가 지켜지되 그것 이상의 관대함, 사랑이다. 샬롬은 의가 나타나는 곳에 있다. 우리에게 의는 하나님의 법,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는 것이다.

안식년에 캘빈대학을 갔을 때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학기 중에 교수님들이 이슈 별로 이곳저곳 소그룹으로 모여서 고민하고 방향을 모색하며 이야기 나누는 것을 본 것이었다. 크리스천 대학으로서 150년, 채플과 기도가 끊이지 않음 같이 교수들의 담론도 그치지 않고 이어져 온 모양이다. 하나님의 말씀이 이 시대에 각 분야에서 어떻게 확증되고 있는지, 이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는지 성경과 씨름하면서 이어져 내려온 역사가 아니겠는가? 그 대학의 동네 교회 뜰에 있던 잊을 수 없는 한마디 “No Rejoice on Injustice.”

구원의 복음은 단순하지만 하나님 나라는 풍성하다. 그리스도가 머리 되시는 성령의 코이노니아 공동체인 교회는 구원 사역의 중심이 되며, 단순하고 변함없는 영원한 복음을 주로 전하지만, 대학은 그 복음의 풍성함, 창조세계의 오묘함, 진, 선, 미 세계를 드러내 보여 주고, 각 분야에서 하나님 말씀의 증거를 찾아 나가고, 하나님 나라의 샬롬을 이루어 가는 일을 계속해 나간다. 사회에서 계층 간의 화해와 정의의 실현을 위하여 공공의 광장(public square)에서 대화하고 외친다. 미가 선지자를 통하여 가르쳐 주신 것과 같이.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To act justly and to love mercy and to walk humbly with your God.) [미가6:8].

한동의 한 교수님은 우리가 물어야 할 참된 물음은 진리가 무엇이냐가 아니고 누가 진리인가 라는 물음이라고 하였다. 진리이신 주 예수그리스도께 연합된 한동은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의를 구하며 나아간다. 사람을 쓰셔서 역사를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 우리도 도구로 써 주소서!

교수명예제도위원회

이종철 교수 (경영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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