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 교수로 산다는 것

한동대 교수로 산다는 것, 그것은 기독학자로서 가장 벅찬 도전 중 하나일 것이다. 전공 분야의 연구는 물론 학생에 맞게 재구성한 강의와 대부모(代父母)의 역할로 인성과 영성의 교육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캠퍼스 밖에서도 가정은 물론 지역교회, 사회, 국가, 더 나아가서 땅 끝까지 하나님의 나라를 회복하고 건설해야 하는 거룩한 부담이 있다. 우리가 가르치는 제자는 곧 우리와 더불어 열방으로 흩어져 ‘배워서 남 주면서’ 세상을 변화시킬 믿음의 동역자가 되기 때문에 기독교수가 되는 것은 진실로 가슴 벅찬 일이다.

그래서 한동대 교수란 프로패스터(professor+pastor)가 되어야 한다. 이 말은 필자가 2006년 미국 알라바마 주 헌스빌의 한 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기 전 12명의 시취위원들에게 나의 사역을 한마디로 정의하며 사용했던 말이다.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목수(목사+교수)가 될 것이다. 과연 이 사명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 실마리를 바로 성경과 더불어 한동교수명예헌장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필자는 굳게 믿고 있다.

1995년 한동대가 개교되기 몇 주 전부터 김영길 총장을 위시하여 모든 교수가 본관 4층 기도실에서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직 보지도 못한 미래의 제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기도하며 준비하였다. ‘또 하나의 대학’이 아닌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의 소망을 품었다. 그때는 인원이 적어 같은 소망을 품었기 때문에 누가 보거나 간섭하지 않아도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찾아가며, 개척자 정신으로, 감당하기 벅차지만, 가슴 벅찬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러나 곧 학교 재단에 얽힌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서 교수들의 강의, 연구, 인성교육 등에 대한 관심과 시간들이 속절없이 소진되던 아픈 시기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학생과 교수 사이에서 학교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고, 교수들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논의가 곳곳에서 진지하게 이뤄졌다. 2005년 7월 26일 한동교수명예제도를 위한 TF팀이 구성되어, 국내외 여러 학교와 기관의 명예제도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였다. 서두르지 않고 많은 설명회와 설문을 통해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피드백을 받아, 드디어 2007년 2월 13일 교수수련회 기간에 한동교수명예헌장 선포식을 거행하여 주님 손에 올려 드렸다. 잊을 수 없는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매 학기 초 교수명예제도위원회는 신임교수들을 환영하며 교수명예헌장의 취지를 설명하고 서명을 받아 예쁜 액자에 넣어 전달하고 있다. 또한 교수수련회 첫 날 전교수가 명예헌장을 낭독하며 마음을 새롭게 하는 순서도 갖고 있다. 이번 학기부터는 학생명예제도위원회와 협력하여 한스트 기간의 신입생의 명예제도선포식과 세족식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한동교수명예제도를 섬기고 있는 교수들은 초기 TF팀으로 수고했던 김헌주, 유장춘, 제양규, 허명수 교수와, 뒤에 추천을 받은 조준모, 이종철, 마이클 스탁턴 교수가 합류하여 동역하고 있다. 이 7명의 교수들이 차례로 이번 학기 모두 7회에 걸쳐 한동교수명예헌장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각자의 심경과 다짐을 고백하고자 한다.

한동교수명예헌장은 전문(前文)과 7항으로 구성되어 이상적인 한동대학교 교수상을 제시하고 있다. 자기 자신, 가정, 교육과 연구, 학생, 교회, 사회와 세계에 대한 책임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전문엔 이 헌장의 목적과 정신이 잘 요약되어 있다 “한동대학교 교수상을 정립하고 교수들의 책임과 권리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여, 자율적인 윤리적 기준으로 삼기 위해 본 한동교수명예헌장이 제정되었다."

제 1항의 자신에 대한 책임에서는 기독교수로서의 정체성과 삶에 대한 전반적인 모습이 그려졌다. "한동대학교 교수는 예수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 된 그리스도인으로서, 구원의 확신과 교수로서의 소명의식을 갖고 거룩하고 정직한 삶을 살며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제1항은 5조로 나뉘어 구체적인 실천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1조는 복음주의 신앙에 입각한 신앙고백으로, 삼위일체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의 구주되심을 믿으며, 구원의 확신과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소망을 갖는다는 것이 골자이다.

2조는 하나님의 영광과 목적을 위해 교수로서 부름을 받은 소명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3조는 우리의 삶 자체가 예배임을 선언하였다.

4조는 흡연, 술 취함, 마약, 도박, 음란 행위 등의 세속적인 가치와 습관과의 투쟁을 다뤘다.

5조는 신앙 양심에 입각해 실천하는 용기 있는 행동인으로서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지난 2월 말 본관 1층과 2층 사이에 한동교수명예헌장의 기념판이 세워졌다. 이는 과거 우리가 잘 해왔던 부분은 더욱 발전시키고, 우리의 처음 사랑과 행위가 식거나 변질하지 않고 한동대학교가 진정으로 하나님의 대학으로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감당하기를 바라는 교수들의 간절한 소원이 적혀 있다. 우리의 노력과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성령께서 같이 하실 때 비로소 신앙과 학문이 하나가 되고, 가르침과 행함이 일치할 수 있다. 이 헌장이 처음 사랑과 행위를 잃어가는 모든 기독교대학에 어떤 도전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기독교대학들이 서로 격려하고 사랑의 매를 들어 하나님의 방법대로 세상을 변화시킬 인재를 가르치는 동역자가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한다.

주여, 강단과 삶의 한 가운데에서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잠언 1:7)임을 당당히 선포할 수 있는 거침없는 용기와 믿음을 주소서!

한동교수명예제도위원회 허명수 교수(국제어문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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