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강원도에 온 것으로 착각이 되는, 깊은 산과 넓은 물을 끼고 있는 오어사. 포항에 산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듣지 못한 생소한 곳이다. 옛날에 원효대사와 혜공대사가 서로의 법력을 겨루고자 이곳 개천에서 고기 한 마리씩을 삼키고 변을 보았는데 한 마리는 죽고 한 마리는 살아 헤엄치는 것을 보고 서로 살아있는 고기가 자기의 고기라고 해서 나 오(吾), 고기 어(漁)자를 써서 오어사라는 이름이 생겼다 한다.

육거리에서 102번 또는 300번 버스를 타고 오천읍 사무소에서 내리면 하루에 11대의 오어사행 버스가 있다. 목적지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가면 드넓은 저수지가 나오는데 아직 채 떨어지지 않은 늦단풍과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그림을 자아낸다. 오어사까지 물가를 따라 걸으며 가는 십 여분간, 친구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 닫혔던 서로의 마음이 활짝 열릴 듯 하다.

오어사에 당도하면 뒤쪽으로 운제산이 보이는데 산 자체의 장중한 위엄은 물론이거니와 마치 오어사 전체를 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절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오어사에서 만든 종, 그리고 경북문화재자료 88호인 대웅전, 부처님이 되고자 하는 16나한들이 수행하는 나한전, 토속신앙을 보여주는 산신각, 칠성각 등이 있다. 이 곳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지 건물마다 천정이 온통 사람들의 이름으로 꽉 채워져 있는 모습이다. 유물 전시관은 오후 5시까지 개방하는데 비록 그 규모가 작지만 원효대사가 썼다는 삿갓과 보물 1280호인 오어사 동종, 불교 의식집인 불교권공요집 등의 서적이 있어 오어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다 구경을 하였다면 등산로를 따라 등산도 해보자. 두 개의 등산로가 있으며 하나는 오어사-자장암(慈藏庵)-대왕바위 코스로 자장암까지는 30~40분, 대왕바위까지는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대왕바위까지 가면 산을 잘 타고, 길눈이 밝은 사람들은 산을 따라 경주 불국사까지도 간다고 한다. 가파른 길을 싫어하거나 체력이 약하다면 절 뒷편에 있는 원효암(元曉庵)쪽으로 가도 좋다. 길이 완만해서 산책하기에 적당하다.

오어사에 갈 때 사진기는 필수품목이다. 하나 하나가 놓치기 아까운 풍경이기 때문에 많이 담아두면 담아둘수록 후회가 없을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 파는 뻥튀기 한 봉지를 요란스럽게 사 먹으며 출출한 배를 달래는 재미를 맛보는 것은 어떨까. 육거리에서 매번 같은 방식으로 즐기는 것이 이젠 식상해질 때도 되었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에서 벗어나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보자. 오천 읍사무소에 오는 버스 시간표

오전 7:20, 9:30, 10:15, 10:50,

오후 12:10, 12:50, 2:20, 4:00, 5:00, 6:10, 7:30

지인수 기자 ultra1945@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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