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과 조화의 덕을 생각해야

변화하는 한동대

“한동대학교는 사랑, 겸손, 봉사의 정신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각계 각층의 정직한 그리스도인 지도자를 양성한다” (한동비전선언문 중)

한동대학교는 하나님의 대학이라고 스스로 고백하는 대학이다. 한동인들은 'Why not change the world?'라는 구호를 외치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정직한 그리스도인 지도자가 되기를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을 이루기 위해 넘어야 할 현실의 장벽은 높다. 사회는 조건에 맞는 인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동의 학생들도 이러한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있다.

학생들은 실용주의를 추구하며 취업이 잘되는 전산전자공학부, 기계제어시스템공학부, 그리고 경영경제학부를 선호하고 있다. 실제 이 세 학부의 지난 3년간 평균 취업률은 각각 88%, 94%, 73%로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학교도 이러한 학생들의 변화에 발맞춰 시스템의 전환을 꾀하며, 특별히 LG와의 산학협력 파트너쉽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지난 5월 LG전자 우남균 사장은 자사 신입사원의 10%를 한동대 졸업생으로 채용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이번 학기 초에 열린 LG전자 캠퍼스 리쿠르팅에서는 전 학부 학생을 대상으로 입사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채용방법을 채택하는 등 산학협력체계를 구축해나가는데 양측 모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21C 국제화와 급속한 기술변화에 따라 Global 기업은 인성과 팀워크, 전공 역량, 국제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동대학교 대학혁신사례발표 자료 내용 중)

지난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방안 논의가 있던 8월 31일, 김영길 총장이 발표한 한동대학교의 대학혁신사례발표 내용은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모델의 교육중심대학교’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 후 10월 6일, 창문축제 연합채플에서 김영길 총장은 'Historical Changes of Thought(사상사의 변화)'와 'Comprehensive Total World View(포괄적 세계관)'라는 유인물을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총장은 유인물을 통해 한동인들은 지성과 힘을 겸비하여 이 무질서한 세계를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합당한 사회로 변화시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담화를 통해서는 학교의 수상실적과 취업률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면서 학교의 교육 시스템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현재 학교의 교육 시스템은 총장이 10월 6일 나눠준 유인물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학교는 총장이 지난 8월 31일 교육부에서 발표한 'Global 기업은 Global 대학을 원한다'는 실용주의 교육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으며, '세상을 변화 시키는 정직한 그리스도인 지도자 양성'이라는 목표를 함께 달성하고자 하는 학교의 설립 이념은 서서히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동 10년, 아직도 먼 길

이렇듯 지난 10년 간 한동대를 굳건하게 지켜온 두 개의 기둥과 같은 교육 목표가 있다. 하나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정직한 그리스도인 지도자 양성’이라는 기독교적 교육 목표이며, 다른 하나는 ‘Global 기업은 Global 대학을 원한다’로 설명되는 실용주의적 교육 목표이다.

그러나 학교가 실용주의 교육 목표를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기독교적 교육 목표가 약화되고 있다. 최근 한동 인트라넷 i2에서는 기독교 의무수업에 대한 존폐 논쟁이 비기독교인 학우들을 중심으로 제기되어 한동안 횡설수설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었다. Le-Petit-Prince라는 네티즌은 기독교 의무수업에 대해 “대부분의 '의무'수업 자체가 대학 강의라고는 보기 힘든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성경과 삶’ 수업을 예로 들며, “물론 '교양'이라는 한계도 있겠지만 적어도 얼마간의 노력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가르치는 자나 배우는 자 모두 하나의 구경꾼으로 전락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한동 10년, 학교가 실용주의 교육이라는 현실의 기둥 건설에 힘을 쏟는 동안 기독교 교육이라는 이상의 기둥은 거의 정체된 상태이다. 그 정체된 이상의 기둥을 바라보며 한동인들은 마음 한 구석에 비어 있는 자리를 발견하고 있다. 이제 학교의 구성원 모두 그 정체된 이상의 기둥을 회복하기 위해 중용과 조화의 덕을 생각해볼 때이다.

조내연 기자 yiemo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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