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용한 한동 땅에서도 국가보안법에 대한 말들이 많다. 국가보안법 문제를 사회면 기사로 다룬 한동신문 에서 향린교회 조헌정목사가 예수님을 혁명가로 치켜세우며 주장한 보안법 폐지론이 ‘하나님의 눈으로 보는 세상’ 란에 실리는 것을 보며, 나는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한동 신문이 가지는?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역할을 인정하지만,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폐지 쪽의 일방적인 논리를 게재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또한 향린 교회는 오래 전부터 민중신학에 기초하여 사회를 개혁하려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 교회로서 한동대학교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지표로 부적절함을 미리 지적하고 싶다.

예수님이 이 세상의 불합리함을 타파하고 약하고 가난한 자들을 위해 세상에 오셨다면, 그리고 그분의 목적이 과감한 혁명을 통한 지상 낙원의 도래였다면 그분이 십자가에서 고통 당하실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 인간사회의 부조리를 사회의 시스템이나, 법 그리고 인간의 이성에 기초해서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노력들이 교회 내에서 주장 되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이 변화되기를 소원한다는 점에서 혁명가나 개혁자와 뜻을 같이 할 수는 있겠지만, 혁명을 사회를 완전하게 하는 유일한 해결책이라 믿어서는 곤란하다.
그렇다면 국가보안법의 문제는 어떠한가? 현재 회자되고 있는 국가보안법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존재냐 폐지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국가보안법은 실정법으로 기능하기에는 빈번히 정치적 공격의 대상이 돼 버렸고, 국가보안법으로 간첩을 기소했다는 이야기는 최근에는 들리지 않는다. 사회주의자들도 떳떳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고, 정책으로 그리고 법률로 그 주장을 관철시키고 있다. 심지어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존경의 표현도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현행 국가보안법이 이런 상황을 제어하고 있는가? 아니다. 세상은 이미 바뀌었다. 위에서 말했던 국가보안법의 거의 모든 조항이 현실적으로 사문화돼 버린 상황이다. 기실 현재 국가보안법이 주장하고 관철하고자 하는 내용은 “적어도 통일의 파트너로서 현재의 북한체제는 곤란하다, 또는 남한까지 북한처럼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그것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일반을 방어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이가 난다. 이 한반도에 ‘수령’이 홀로 군림하여 사람들의 생존의 최저 조건도 수령이 관리하는 우상체제를 남쪽으로 확대시키는 것을 반대하는 공감대를 국가보안법이 담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북한의 우상은 지금 금수산 기념궁전에 미라가 되어 누워있다. 1994년, 북한에 괴멸적인 기근이 닥쳐 수백만의 인민들이 죽어나가던 그 해에 이 묘역을 조성하기 위해 북한 정부는 8억 9천만 달러를 쓴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거기다 협동농장과 배급제로 인민의 목을 죄고, 정치범수용소와 유일사상 10대원칙으로 인민들의 눈과 입을 틀어 막아 버린 수 십 년 역사 속에서 북한에 남은 것은 거짓 우상과 처절한 가난, 굶주림, 죽음뿐이다. 우리의 형제, 자매들이 하나님을 대신한 기만적인 존재들 때문에 최소한의 인간됨도 유지하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0년간 이 한반도에는 대한민국이 홀로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북한과 함께 왔고, 우리의 정치도 이 긴장과 함께 해 왔다. 남과 북의 갈등은 좌와 우의 갈등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곳에 생명이냐 사망이냐의 갈등이 있다. 이래도 저래도 다 좋단 말인가? 이런 극단적인 가치의 상대주의가 통하는 시대가 왔다면 지금이야 말로 그리스도인들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혹자는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레드컴플렉스라 치부하며, 대한민국사회가 북한의 전략, 전술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국가 안보란 바람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북한 통일이 인류사에서 역사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철저하게 하나님을 버린 북한의 체제를 통곡으로 회개하며 하나님 세계의 회복을 기다려야 하는 까닭에 있다. “주님 이제 하나님 없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아름다운 춤도, 음악도, 한 그릇 밥도 지을 수 없습니다. 라고···.

김우람 (국제어문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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