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대 총학생회 집행부는 지난 여름에 선교여행을 다녀왔다. 한동대학교의 정체성 문제를 놓고 수년간 많은 의견들이 있어왔지만 결코 의심의 여지없이 선언되어야 하는 것은 ‘선교하는 대학’이라는 개교 시의 선포이다. 이는 Handong ‘Global’ University라는 교명이 말해주고 있듯 글로벌 시대에 온 세계를 향하여 한동인들이 복음과 전공을 들고 나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한동의 글로벌은 단지 서구의 것을 배우는 의미를 넘어 제3세계를 향해 우리의 가진 것을 공여(供與)하는 차원이다. 이에 따라 실제로 한동에는 많은 선교 훈련이 존재하며 매 방학 때마다 350명 가량의 학우들이 세계 곳곳으로 단기선교를 다녀오곤 한다. 신앙 공동체와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총학생회는 한동대학교의 학생 리더십으로서, 이 단체가 열방을 밟고 오는 것에는 대표자로서의 영적 상징성이 있다. 우리는 말로만 ‘공부하여 남 주자’를 외칠 것이 아니라 배움을 실천하고자, 그러한 한동의 선교 정신을 몸으로써 다시금 견고히 선언하고자 아프가니스탄에 갔다. 갈 수밖에 없게 만든 하나님의 구체적인 간섭과 인도하심으로 인해 우리는 기적처럼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이끌리듯 그 땅에 들어갔던 것이다.
 조원철 학생처장님과 12명의 총학생회 회장단 이하 집행부는 7월 11일에 한국을 떠나 25일에 들어왔다. 아프가니스탄의 칸다하르에서 칸다하르 대학과의 교류협정에 의한 공식 만남과 행사를 갖고 고등학교에서는 컴퓨터, 영어, 태권도를 가르쳤다. 유치원에서 길거리 아이들을 씻기고 식사를 제공했으며 현지의 한국 선교사님들 댁에 방문하여 교제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곳이 테러와 사고가 빈번하다고 하는 그 아프가니스탄인가 의심할 정도로 거기에서 우리가 경험한 행복은 성경에서 말하는 영혼 깊은 평안이었다. 우리는 모든 일정을 마치고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려던 전 날에 샘물교회 팀이 피랍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음날 나는 그 충격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쇠약해져 아팠는데 공항으로 가던 중 실신하는 바람에 아프간을 떠나는 팀원들을 먼저 보내고, 그곳에서 따로 나흘을 더 머물러야 했다. 몸의 회복을 기다리며 말씀 묵상과 기도 밖에는 할 게 없던 그 시간에 카불의 외로운 골방에서 아프가니스탄을 향한 하나님의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마음과 피랍된 자들을 생각하시는 그분의 고통이 내게 임하여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인류의 죄 문제를 해결을 위해 하나님이 선택하신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피였다. 극단적인 대가를 치르고서야 그분은 당신의 사랑을 입증하고 구원을 성취해낸 것이다. 세계 복음의 역사도 같은 원리로 흘러왔다. 아프간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이루고자 순교라는 것을 허락하셨지만 우리의 목숨을 귀히 여기시는 그분의 피랍자들을 향한 심정은 한마디로 애통 그 자체였음을 깨달았다. 그 고통의 크기는 동시에 아프간 민족에 관한 것이었다.
 21명의 피랍자들이 안전하게 한국에 들어왔으나 이들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선교는 하나님 사랑에 대한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교회에서 세를 넓히기 위해 젊은이들을 자극시켜 위험한 곳에 보내는 것이 아니다. 젊은이들은 그런 방식에 의해 자신의 생을 걸만큼 순진하거나 무지하지 않다. 우리 기독 청년들이 선교를 가고 움직이는 것은 그 이상의 차원이다. 이 시대의 숭고한 미션이기 때문에 가는 것이다. 민주화를 이뤄내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지난 날의 대학생들은 신념을 위해 자신을 바쳤다. 우리에겐 정치적 신념보다 훨씬 더 소중한 생명의 복음이 걸려있다. 선교의 방법론이 잘못됐다면 반성하고 수정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 과연 우리는 이 걸음을 멈춰야 하는가?
 나는 더 이상 여기에서 논지를 확대시키지 않겠다. 이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토론을 총학생회 차원에서 확대시켜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한동인이 모두 함께 고민하기를 원한다. 철저히 기도를 하는 가운데 말이다.
 
 강윤희 총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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