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 프리(barrier free)’란 장애인, 고령자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방해되는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운동을 의미한다. '배리어 프리’한 환경은 강의실 진입로와 같이 장애인이 생활하고 이동하는 것에 제약이 없는 시설을 갖추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장애 학생이 느끼는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것까지 포함한다. 

 

2020년 본지는 [당신이 000이라면] “휄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우가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기사를 통해 한동대의 장애 학생을 위한 시설 현황을 알아보았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한동대의 장애 학생 지원 시스템을 다시 돌아본다. 장애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한동대는 어떤 노력을 했는가. 한동대 장애 학생 학습지원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한동대가 ‘배리어 프리’한  학습 공간으로 발전해 가기 위해 어떤 개선 방안이 필요한지 모색해 보았다. 

 

 

강의실로 이동하기 위해 엘레베이터 앞에 있는 김현욱 학우와 학습 도우미 (사진 촬영: 조하민 PD)
강의실로 이동하기 위해 엘레베이터 앞에 있는 김현욱 학우와 학습 도우미 (사진 촬영: 조하민 PD)

 

 

현재 한동대 장애학생지원센터에 등록된 장애 학생 수는 9명이다. 그 중 튜터링 제도를 제공받고 있는 학생은 4명, 학습 도우미의 지원을 받는 학생은 1명이다. 한동대는 2023학년도에 ‘장애인 등 대상자 전형’을 개설하여 장애 학생만을 위한 입학전형을 마련했다. 해당 전형의 선발 인원은 3명이다. 한동대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장애 학생을 위한 제도나 시설을 관리하여 장애 학생의 학습에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한동대에 재학 중인 장애 학생의 학습지원을 위한 제도로는 ▲우선 수강 신청 제도 ▲장애 학생 학습지원 근로 장학생 선발 ▲튜터링 제공 ▲교통비 지원 ▲학습보조공학기기 지원 등이 있다. 2020년에 개소한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한동대의 부속기관 소속이며 센터장 1명, 전임 연구원 1명, 겸임 교직원 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 김현욱 학우 (좌) 김말연 어머니
(우) 김현욱 학우 (좌) 김말연 어머니

 

김현욱 학생은 한동대에 재학 중이 장애 학생 9명 중 학습 도우미 지원을 받는 유일한 학생이다. 본지는 장애 학생 당사자가 한동대의 장애 학생 학습권을 위한 제도와 시설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김현욱 학생과 김현욱 학생의 어머니인 김말연 씨를 인터뷰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현욱 학우(이하 김): 저는 20학번 전산전자공학부 김현욱입니다. ‘듀시엔형 근이영양증 ’이라는 장애가 있어서 온몸에 근육이 조금씩 소실되어 다리는 전혀 사용할 수 없고 팔과 어깨를 움직이는 것에 제약이 있어서 스스로 학습하기가 조금 어려운 상태입니다.

김말연 어머니(이하 연): 저는 현재 전업주부이고, 김현욱 학생의 전반적인 생활 및 이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Q. 대학을 진학할 때 한동대학교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김: 사실은 학교를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장애 학생을 위한) 시설 같은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멀리 있는 학교로 진학하는 것은 저의 몸 상태로 어렵다는 판단하에 대학을 선택했습니다. 한동대가 거주지인 포항에 있는 것이 입학하기로 선택한 것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Q. 학교의 시설과 지원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요?

김: 만족하고 있어요. 제가 현재 받는 학습 관련 제도로는 우선 수강 신청, 근로 도우미 학생, 튜터링, 교통비 지원 등이 있고, 학습 보조 기구로는 높낮이 조절 책상이 있어요. 이외에도 장애학생지원센터와 소통하면서 상황에 맞는 지원을 받고 있어요. 한동대 측에서 장애 학생 근로 도우미를 고용하여 전반적인 생활을 지원하는 ‘교육 인력 제도’를 소개해 주신 덕분에 현재 저희 어머니께서 근로 도우미로 고용되신 상황입니다. 

연: 저도 만족하고 있어요. 휴게실, 장애인 주차장, 경사로, 엘리베이터 등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휠체어로 다니기에 편해요. 입학 당시 학생지원팀 정수정 선생님께서 상황을 꼼꼼하게 체크해 주시고 침대 설치뿐 아니라 체육 시설, 식당 이용에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수동 휠체어가 다니기에는 도면이 울퉁불퉁한 곳이 조금 있지만, 한동대만큼 평평하게 지어진 캠퍼스는 보지 못했을 정도로 한동대 시설은 전반적으로 이동 및 접근에 용이하게 갖춰져 있는 편이에요.

김: 시설에 있어서 불편한 점이 한 가지 있다면 계단식 강의실이라고 볼 수 있어요. 계단식 강의실의 경우 아래쪽에서 교수님이 강의하시고, 위쪽에 학생들이 앉게 되어 있는데,  저는 그 위로는 올라갈 수가 없어 강의실 가장 아래에서 강의를 들어요. 강의 자료 화면과 거리가 가까워서 올려다볼 수밖에 없는데, 그런 부분에서 불편함이 있어요. 수강 신청 시에 강의실 환경을 파악해서 강의실을 배정해 주는 제도도 완성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한동대에 4년간 재학하며 어떤 점을 배웠다고 생각하시나요?

김: 저 스스로 자립적인 부분에서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어요. 한동대 입학 전에는 사람하고 소통할 일이 많이 없었는데 이제 근로나 도움을 받을 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을 겪으며 소통 능력에 있어서 많이 성장했어요.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 편안하게 공부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한동대의 시설이나 제도가 잘 갖춰져 있었다는 점이 제가 4년 동안 학교생활을 하는 것에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해요.

 

Q. 이후 한동대에 입학할 장애 학생과 학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김: 일단은 한동대학교가 시설이 잘 되어 있으니까 공부할 의지만 있다면 다들 오셔서 공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학교에 사실 많이 오지 못해서 많은 활동을 못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학생들은 최대한 많은 활동을 해서 많은 개선점을 찾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 인식도 많이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중인 박세은 학우
인터뷰 중인 박세은 학우

 

본지는 학습 도우미의 입장에서 장애 학생에 친화적인 학습 환경을 만드는 데에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 지 알아보기 위해 김현욱 학생의 학습지원 근로 장학생으로 활동 중인 박세은 학우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전산전자를 전공하고 있는 17학번 박세은입니다. 2021학년도 1학기에 시작하여 2022학년도 1학기, 2023학년도 2학기까지 총 3학기째 김현욱 학우님의 학습 도우미와 튜터링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Q.   학습 도우미로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오셨나요?

학습 지원 도우미가 하는 일은 이동 지원과 대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이동 지원은 말 그대로 강의실까지 같이 이동하는 것과 강의 후에 김현욱 학생의 어머님께 까지 이동하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어요. 대필은 제가 수업 내용을 필기해서 현욱 학우님에게 보여주고 수업 내용을 잘 이해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일이에요. 시험 지원의 경우에는, 저도 같은 수업을 수강 중이다 보니까 제가 우선 시험을 보고 다른 시간대에 현욱 학우님의 시험 보조를 했었어요. 튜터링 활동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제가 공부를 미리 해서 설명을 하거나 같이 문제 푸는 식으로 진행했어요.

 

Q.  학습 도우미를 하면서 장애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했나요? 

학습 도우미 활동을 시작할 때는 장애 학생을 배려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는데, 활동을 지속해 가면서 장애 학생을 인간적으로 존중하고 더 나아가서 리스펙(respect)하게 되었어요. 학습 도우미 활동을 하면서 가까이서 지켜본 김현욱 학우님이 본인의 상황에 굴하지 않고 학습에 있어서 본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충실히 모습이 저에게 굉장히 인상 깊었고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어요. 

 

Q.   ‘배리어 프리’한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비장애 학생이 장애 학생의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있으면 좋겠어요. 이해가 포함된 배려와 동시에 존중이 함께 동반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예를 들어, 김현욱 학우님과 함께 강의실로 이동할 때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데 오석관 같은 경우에 엘리베이터가 크지 않아서 휠체어가 들어가면 도우미 한 명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이 함께 타는 것이 어려워요. 장애 학생의 경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강의실에 들어가 책상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등 준비 시간이 오래 걸려요. 학우님들이 그 점을 양해해주셔서 저희가 엘리베이터 줄을 섰을 때 조금 더 배려해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합니다.

 

장애 학생 지원제도 안정기를 맞이한 한동대

인터뷰 결과 장애 학생 당사자의 장애학생학습지원제도에 대한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동대에 장애학생지원센터가 개소된 2020년 이후 장애 학생을 위한 시설과 지원제도는 순차적으로 마련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2020년 이후 모든 강의동과 생활관에 엘리베이터 및 휠체어 진입을 위한 경사로가 설치된 점을 들 수 있다. 장애학생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 즉, 장애 학생 입학 전형, 장애 학생 학습 지원 제도 등은 한동대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과정 중에 있다.  

현재 한동대에는 지체 장애인 외에도 청각 장애인 2명, 시각 장애인 2명이 재학 중이다. 한동대는 청각, 시각 장애인을 위해 코너스톤홀, 그레이스 스쿨, 하늘소리 기도실과 같은 신설 건물에 있는 점자와 음성으로 지원되는 안내판을, 전체 강의동에는 점자 블록을 설치했다. 재학생 생활관에는 국제관, 로뎀관에는 위급상황 발생 시에 소음과 빛을 이용한 알림이 작동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장애인 휴게실을 설치했다. 장애학습지원센터는 2022년에 시각 장애학생을 위한 확대기와 청각 장애학생을 위한 음성문자변환기기를 새로 도입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 직원은 “(장애유형별) 학습지원은 학기별 장애학생 대상의 요구조사를 통하여 제공된다”며 장애학생들과의 상호 의견수렴을 통해 장애유형별 학습지원을 질적으로 강화해 갈 의사를 밝혔다. 

한동대는 장애 학생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기 위해 비장애 학생들의 장애 학생에 대한 인식 변화를 끌어 내고 있다.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는 매년 LMS*을 통해 한동대 모든 재학생을 대상으로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해당 교육 강의는 의무적으로 실시된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매년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주제로 오프라인 대면 특강을 열고, 교내 정보 사이트 히즈넷(HISNet)에 홍보 및 개최하고 있다.  

 

오석관 4층에 위치한 장애학생지원센터 (사진 촬영: 조하민 PD)
오석관 4층에 위치한 장애학생지원센터 (사진 촬영: 조하민 PD)

 

 

한동대에서 배리어 프리를 외치다

지난 3년간 한동대는 장애 학생의 학습을 위한 물리적·제도적·심리적 장벽을 없애는 것에 힘써왔다. 한동대는 모든 건물에 엘리베이터, 경사로, 점자블록을 설치하고 장애 학생 상대 요구조사를 통한 맞춤형 지원 등과 같이 장애 학생이 학습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럼에도 한동대가 장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수행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한동대는 제도적 측면에서 장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장애 학생의 우선 수강 신청 시에 장애 학생에게 필요한 학습 환경을 고려하여 강의실을 우선 배정하는 것, 계단식 강의실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 장애 학생 대상 전형의 선발 인원을 늘리는 것, 발달 장애와 정신 장애 학생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 등이 있을 것이다. 한동대는 재학생의 장애 유형과 필요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장애 유형에 대한 지원 체계를 미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동대에 입학하는 것을 고려하는 장애학생이 한동대에 느끼는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비장애 재학생은 ‘배리어 프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장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와 시설이 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비장애 학생의 협조가 필요하다. 장애 학생이 먼저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도록 양보하기, 장애 인식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등 작은 실천으로부터 시작해서 장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와 시설을 모니터링하고 학교 측에 건의하는 것 등 비장애 학생이 장애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의 스펙트럼은 넓다. 

‘배리어 프리’한 학습 공간은 학교의 물리적·제도적 지원과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배리어 프리’는 단순히 장애 학생을 배려하는 제도나 정책이 아니다. ‘배리어 프리’를 모두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이해할 때 ‘함께’ 공부하는 것의 의미는 확장된다. 장애학생의 학습권을 ‘너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부터 모든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 

 

*LMS: 온라인으로 학생들의 성적과 진도, 출석 등을 관리해주는 시스템

 

이강민 기자 kmmms86@handong.ac.kr

서주희 기자 joytotheworld@hando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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