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내로 한동대에 인권센터 설치 예정 … 각 구성원의 적극적인 협력 필요

 

 

 

한동대가 개교한 이래 학내 인권침해 신고가 접수된 건수는 0건이다.

 

이러한 수치를 살폈을 때 한동대는 그 어느 대학보다 ‘인권 친화적’인 것으로 보인다. 학내에 인권침해 신고를 할 수 있는 기관이 한 곳도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전까지 말이다. 학내 인권침해 신고 건수 0건, 학내 인권 기구 및 센터 0곳. 학내 인권침해 사례가 ‘드러나지’ 않는 원인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대학 내 인권침해 문제는 2018년 대학가에서 전개된 ‘미투(Me too)’운동을 계기로 급격하게 공론화되었다. 이후 대학생 및 대학원생의 인권침해 실태에 관한 연구가 잇달아 진행되었다. 대학 내 인권침해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권침해는 여전히 높은 확률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2019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설문 응답자인 대학생 1,902명 중 ‘인권침해 피해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다’고 응답한 이는 응답자 절반에 가까운 46.4%를 차지했다.

 

‘대학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로는 관련 법률 규정이 있다. 세계인권선언과 같은 국제 규정에서부터 국내 법령인 교육기본법에 이르기까지 대학인권과 관련된 법률의 스펙트럼은 넓다. 그렇다면 한동대는 제도적 차원에서 ‘대학 인권’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규정을 통해 보장되는 한동대 구성원의 인권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인권침해에 관련된 한동대 내부 규정으로는<성희롱 ·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규정>이 있다. 전자는 인권 침해 중 성희롱 성범죄 관련 사건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며, 후자는 교직원만 대상으로 하는 규정이기 때문에 재학생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한동대에 ‘인권’ 혹은 ‘인권침해’ 자체를 정의하는 규정은 없다.

 

한동대에 인권 보장에 관한 규정이 미비한 것은 포괄적인 인권침해 업무를 담당하는 교내 기구가 미비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성희롱·성폭력 사건 전담 기구인 샬롬성센터가 교내에 설치되어 있지만, 성범죄 이외의 인권침해 즉, 폭언, 폭행, 차별행위, 괴롭힘 등의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책임지고 해결할 기관은 없다. 그런 한동대에 ‘대학인권센터 설치 의무화’라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대학인권센터’ 설치 의무화 법안 개정

 

올해 2학기 안으로 전국에 있는 모든 대학교에 대학인권센터를 설치하는 것이 의무화되었다. ‘대학인권센터’란 대학 내 인권 의제를 발굴하고 확장함으로 대학 인권 증진을 도모하는 인권 기구이다.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인권센터의 업무로는 ▲인권침해에 대한 상담, 진정에 대한 조사 및 이와 관련된 시정 권고 의견표명 ▲ 학교 구성원의 인권에 대한 교육 및 홍보 ▲성희롱·성폭력 피해 예방 및 대응 ▲그 밖에 학교 구성원의 인격 보호 등이 있다. 한동대에 설치될 대학인권센터는 샬롬성센터의 기존 업무인 성희롱·성폭력 피해 예방 및 대응 업무를 포괄하는 전반적인 인권침해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다.

 

 

 

 

2021년 3월 23일 <고등교육법> 제 19조의 3항 (이하 ‘대학인권센터 설치 의무화법’)이 개정됨에 따라 2학기 내 대학인권센터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개정된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 9조 3항에서 주목할 것은 학생위원 위촉을 의무화하는 조항이다. 인권 위원회의 구성원은 교직원, 학생, 인권보호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로 구성되며 위촉위원 중 학생 위원은 최소 2명 이상으로 위촉위원 수의10분의 3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인권센터 운영에 학생의 의견이 적극 수렴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대학인권센터 설치 의무화법이 개정되었지만, 실질적인 운영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개정 법안에 대학인권센터의 설치와 관련된 재원에 대해서 중앙정부 차원의 명확한 책무를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다수 학교, 특히 사립대학교는 인권센터 설립 시 드는 예산과 인력 충원에 대한 부담을 오롯이 떠안게 되었다. 이에 인권정책연구소는 “인력, 예산, 체계 등 제도가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는 토대를 확보하지 않고 설치 의무화만을 강제할 경우 인권 기구의 형식화를 가속할 뿐”이라는 의견을 발표한 바 있다.

 

코 앞으로 다가온 한동대 인권센터 설치 … 각 구성원의 대응은?

 

한동대는 올해 2학기 내로 교내에 인권센터 설치를 완료해야 한다. 센터 설치를 수행하기 위해서 한동대 각 구성원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장 먼저 기획팀, 학생지원팀, 교무팀 등의 행정 부서를 비롯하여 교수진과 학생들을 포함한 T.F.T(Task for team)가 구성되어야 한다. T.F.T가 구성된 이후에서야 인권센터 설치에 대한 근거를 명시한 내부 규정 신설, 인권센터 위원회 구성원 선출, 예산 및 인력 충원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 교육부는 2022년도 1학기에 인권센터 설치 계도기간을 둔 뒤 다음 학기인 2학기에 센터 설치를 완료하는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한동대는 계도기간 동안 인권센터 설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지 못했으며, 본격적인 센터 설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인 현재도 인권센터 설치와 관련된 T.F.T를 구성하지 않았다. 2학기 내로 교내에 센터가 설치되지 않을 시 교육부의 일정한 제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권센터 설치는 학교 구성원들의 협업으로 신속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인권센터 설치에 가장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인력 및 예산 충원과 관련된 부분이다. 현재 법안으로는 대학이 인력과 예산을 자체적으로 충원해야 한다. 적은 예산으로는 센터 운영을 위한 적절한 공간을 마련하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분배할 인력을 확보하는 것에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실제로 현재 대부분의 대학 인권침해 전담 기구가 충분한 수의 전담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담 인력의 업무를 조력할 수 있는 행정인력을 배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학인권센터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샬롬성센터도 조사, 상담, 예방 교육, 행정 등의 모든 업무를 연구원 1명이 전담하고 있다. 신설되는 한동대 인권센터에 예산 및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의 적극적인 협력과 세심한 논의가 필요하다.

 

설치와 관련된 논의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빠져서는 안된다. 인권 위원회에 학생 위원 2명 이상이 의무로 위촉되어야 한다는 점은 인권 설치와 운영에 학생 차원의 적극적인 협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필요를 드러낸다. 이에 대해 제27대 총학생회 So ONE(소원) 전략기획국 임청현 국장은 “교내 부서에서 관련 논의를 요청할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덧붙여서 임 국장은 “대학인권가 설치된 이후 학생 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총학생회는 학생 위원으로 적합한 학생들을 추천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만들고 선발된 학생 위원이 학생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한다”며 총학생회 차원에서 학생 위촉위원 선정 및 지원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총학생회가 “(인권)와 소통하여 센터의 업무(교내 사건 관련 공지 등)와 이용 방법, 인권 관련 교육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추후 인권와 협업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대학인권센터에 대한 한동대 구성원의 의견

 

한동대 학생들은 인권센터에 대한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본지는 한동대 학생 및 교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인권’과 ‘인권센터’에 대한 인지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2022년 9월 15일부터 18일까지 4일간 한동대 학관 1층에 설문조사 판넬을 설치했다. 본 설문조사는 응답자 수가 적기 때문에 한동대 구성원 전체의 의견을 정확히 대변할 수 없으며 설문에 참여한 인원이 ‘인권’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각 설문 항목당 응답 비율의 차이가 크다는 점은 본 설문 결과가 학내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 척도로 활용할 수 있음을 드러낸다.

 

‘학교에서 나의 인권은 …’ 이라는 질문에는 ‘매우 보장받고 있다’ 가 56.2%(68명)가 가장 많았으며, ‘보장받는 편이다’가 29.8%(36명),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가 9%(11명), ‘보장받지 못하는 편이다’가 5.0%(6명)로 그 뒤를 이었다. 본인의 인권이 보장받고 있다고 인지하고 있는 한동대 구성원이 86%지만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구성원은 14%에 그친 것이다. 응답을 통해 대다수의 한동대 구성원은 본인의 인권이 보장된다고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학인권센터가 어떤 기관인지 알고 있나요?’ 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는 ‘네’가 전체의 25%(24명)를 차지한 반면 ‘아니오’가 전체의75%(72명)라는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표본이 적다는 것을 고려하여도 대학인권센터에 대한 한동대 구성원의 전반적인 인지도가 현저히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설문 결과는 인권센터 설치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인권센터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드러낸다.

 

 

 

 

‘한동대에 대학인권센터가 설치된다면?’이라는 질문에 대합 답변으로 ‘이용할 것 같다’에는 22.8%(27명),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에77.2%(91명)가 응답하였다. 인권센터가 설치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인원이 필요성을 느끼는 인원보다 54.4%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앞선 설문 항목 두 개에 대한 응답률의 비율과 연관이 있는 설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본인의 인권이 보장되고 있다고 인지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인권센터를 알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낮다는 점이 본 설문 결과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한동대 인권센터, 학내 인권 담론을 이끌어내는 마중물 되길

 

대학인권 침해 문제는 간단히 다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대학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 사건은 해석에 따라 다르게 처리할 수 있는 사안부터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할 엄중한 사안까지 그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이다. ‘대학 인권’에 ‘제도로서의 인권’과 ‘은유로서의 인권’이 혼재되어 있다는 점 또한 대학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까다롭게 만든다. ‘제도로서의 인권’이란 국제 규범, 실정법, 학칙 등의 규정으로 보장되는 권리로, 해결 기준과 절차가 비교적 명확하다. 반면 개인이 입은 피해에 대해 주관적인 억울함을 느끼는 문제를 ‘인권’의 범주에 포함하는 경우는 ‘은유로서의 인권’에 속한다.

 

한동대에 인권센터가 설치되는 것은 ‘제도로서의 인권’ 보장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 인권센터가 대학 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하는 기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은유로서의 인권’에 대한 한동대 구성원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인권’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권센터가 운영된다면 학생들은 센터를 신뢰하기 어렵다. 인권에 대한 담론을 형성해가기 위해 학생 차원에서는 어떤 시도를 해나갈 수 있을까. 이를 모색하기 위해 한국아시아인권법학회(이하 ‘하나인 학회’) 안명윤 학회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나인 학회 안명윤 학회장(법학부, 19학번)은 “구성원 대부분이 기독교인인 한동대에는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닮게 지어진 존재라는 천부 인권적 시각은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인권 개념 자체에 대한 고민과 논의는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며 인권 담론을 형성하기에 앞서 인권의 개념을 함께 정립해 가려는 움직임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자기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이웃을 위한 인권을 먼저 고민하는 자세"가 인권 담론 형성에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웃 사랑’의 가치를 실천하는 차원에서의 인권을 재조명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 학회장은 공동체 안에서부터 형성되어 갈 인권 담론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한동에 있는 수많은 공동체를 활용하여 공동체 차원에서 관련된 활동들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2019년까지 교내에서 매년 진행되었던 ‘기적의 프로젝트’와 비슷한 형태로 ‘인권 프로젝트’ 등의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 그 예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각 공동체 내에서 인권에 관해 이야기하고 서로의 인권을 존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 것은 건강한 인권 담론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인권 담론 형성에서 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학인권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인권센터 설치와 맞물려서 일어날 때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은 한동대 인권센터 설치에 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한동대 구성원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는 학생들이 부당한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동시에 자신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에 기여한다.

 

인권 문제를 다루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다. ‘제도로서의 인권’과 ‘은유로서의 인권’ 사이의 괴리가 크다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대학에서 인권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꺼내야 하는 이유는 본인의 인권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는 한동대 구성원 13%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에게도 대학은 마땅히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인권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한동대 구성원이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에서 변화의 움직임은 시작될 것이다. 한동대에 설치될 인권센터가 그동안 학내에서 ‘드러나지’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 ‘존재해 온’ 인권침해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그들의 인권을 실질적인 방식으로 보호하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마중물이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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