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의 장, 학생들은 의견 표출에 메말라있다.

안효건학부생(법학부,21)

‘에타가 가장 뜨거워지는 시점에 우리는 에타를 욕한다.’ 대학생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은 대학 여론 형성의 주축이 된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하지만 양면성을 지닌 익명의 특징으로 인해 절제되지 못한 표현과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난무하다.

최근 한동대학교에서도 에타에서 벌어진 해프닝이 있었다. 축제 기획 및 운영의 주축이 된 총학생회 회장진의 카카오톡 내용을 에타를 통해 내부고발한 것이다. 카톡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 판공비 받은 적 없는 걸로 끝냅니다. 팀원들에게 밥 사주시고, 야식 돌아가면서 한 번씩 사죠 ㅎㅎ 동새나 부모님께도 이야기 ㄴㄴ” 이로 인해 여론은 뜨거워졌고, 판공비(활동비)를 받고 내역을 작성하지 않은 비리 사건으로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곧이어 히즈넷 공지에 올라온 축제 디렉진의 해명,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였다. 먼저 예산이 부족했던 터라 판공비는 학교에서 나온 지원금이 아닌 회장과 디렉진의 사비를 후원금으로 넣은 후 다시 판공비 형태로 받아서 축제 준비 팀 인원의 회식비 등으로 지원될 예정이었다. 이를 두고 돈세탁이라는 말이 나오자 아예 내역을 삭제하고 그대로 진행하자는 취지에서 위와 같은 발언이 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해명글에서 초점은 해명아닌 ‘법적 대응’이라는 워딩으로 맞추어졌다. 해명글 중 인터넷 상 익명에 숨은 비방 및 욕설은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법률을 운운하고, 엄격한 법적조치를 예고한 것에 대해 거센 반발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특히나 총학의 위치에서 학생들에게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중심이 되었다.

이 해프닝은 에타라는 시스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익명이었기에 가능하였던 내부 고발이었으나 익명이기에 유독 심했던 비난들, 결국은 아예 소통의 창구를 막아버리고 법적 대응까지 거론한 이해당사자의 오판. 필자는 이를 오판이라 감히 단정짓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도 이른 바 ‘총학 판공비 사건’을 아는 이 중에 사건의 전반을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설전이 오가면서 공론화 과정이 완성되고, 그 흔적을 보며 학생들은 상황을 유추하고 판단한다. 허나 법적 조치라는 두려움으로 입을 막아버리자 대부분의 학생들은 내부고발자가 허위사실유포를 한 것인지,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한 것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져 오히려 축제 디렉진의 해명 기회를 박탈함 까지 이어 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제는 개개인의 잘잘못을 따지는 행위를 멈추고 공론의 장을 개혁함에 힘을 모아야 한다. 학교 관련 행사들이나 학생 정치기구에 연류되어 있는 대다수는 섬김의 자세로 임한다. 이들에게 익명 커뮤니티는 매섭고 너무나 날카로운 화살을 날리고, 이들은 결국 가시망토를 둘러씀으로 여론과 척을 지고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한다. 큰 자유에 맞지 않는 작은 책임의 공론장은 소통을 방해한다. 절제된 표현과 성숙한 질의가 오갈 수 있는 실명 커뮤니티의 등장과 이를 거침없이 정리하여 알리는 교내 신문사 및 여러 언론 기구들의 활약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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