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고시 합격률은 대학의 아웃풋을 나타내는 직관적인 실적이다. 한동대학교(이하 한동대) 역시 아웃풋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한동대는 지방에 위치한 대학이므로 수도권 소재 대학에 비해 정보 및 접근성, 주변 인프라가 현저하게 열악하다. 따라서 한동대의 국가고시 준비생은 학교의 지원 없이는 국가고시를 준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국가고시 응시생

해를 거듭할수록 전문직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022년 로스쿨 입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에 지원한 인원은 역대 최다 인원인 1만 4620명을 기록했다. 또한, 공인회계사 시험의 경우 응시자 수가 3년간 59% 급증했다. 한동대에서도 법학부 뿐만 아니라 경영경제학부, ICT 창업 학부 등 다양한 학부 소속 학우들이 국가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준비하고 있는 국가고시의 종류 역시 다양하다. 한국공인회계사(KICPA), 법학적성시험(LEET),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9급/7급/5급 공무원 등 대한민국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물론 글로벌 대학에 걸맞게 미국 공인 회계사(AICPA), 한동 국제 법률대학원(HILS) 등을 준비하는 학생 또한 다수이다. 이러한 국가고시 준비생을 위해 한동대는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는 수도권 대학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대학의 국가고시 지원과 합격률의 관계 

대학의 지원은 국가고시 합격률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0년 CPA 시험에서 서울시립대학교(이하 서울시립대)의 합격자 수는 44명으로 전국 대학별 합격 순위에서 9위를 차지했다. 이때 총 합격자 44명 중 35명이 서울시립대 고시반 출신이었다. CPA뿐만 아니라 5급 국가공무원 공채에서 합격자 8명 중 6명도 고시반 출신이었다. 서울시립대 고시반은 국가고시반, 법학전문대학원 준비반 등 시험 종류에 맞추어 고시반을 개별적으로 운영하며, 입실한 모든 학생에게 좌석 및 사물함과 매년 총 60만 원의 학습 지원금을 제공한다. 또한 외부 모의고사와 동일하게 교내 고시반에서 전국 모의고사를 시행한다. 세부적으로는 1차 시험 관련 인터넷 강의, 2차 시험을 위한 강의와 면접 특강 및 답안지 첨삭 프로그램, 그리고 3차 면접을 대비한 외부 강사 초청 강의를 제공한다. 이처럼 대학의 적극적인 국가고시 지원 프로그램은 합격률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턱없이 부족한 한동대의 국가고시 지원 프로그램

한동대가 제공하고 있는 국가고시 지원 프로그램은 시설 및 제도, 교육적 지원에서 현저히 부족하다. 한동대에는 국가고시실, 법학부 고시실, 회계사 준비 학회(이하 ACTs)가 있다. 국가고시실의 총 수용인원은 6명, 법학부 고시실은 11명, ACTs는 15명으로 규모가 매우 협소하다. ACTs는 학교가 운영하는 것이 아닌 학회로 등록되어 있어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지난 1학기에 학회 위원회가 학회 지원비 총 50만 원을 제공했으나, 이는 15명의 학생이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2학기도 지원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한 해에 서울시립대가 인당 60만 원을 지원하는 것의 10분의 1이다. 재정적인 지원은 차치하고, 교육적▪제도적 지원만 고려했을 때도 한동대는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는다. 

 

15년째 제자리 걸음

2007년 한동신문사에서 발간한 기사를 살펴보았을 때, 국가고시 지원에 대한 문제는 비단 오늘날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2007년에도 ACTs 고시실의 수용인원이 15명이었으나 지금도 여전히 15명만이 사용할 수 있고, 각종 내부 시설의 문제 또한 해결되지 않았으며, 일부 내부 시설 개선은 ACTs의 학회비, 합격생들의 지원금 등으로 자체적으로 이루어졌다. 제12대 총학생회에서 국가고시 지원비로 2000만 원이라는 예산을 확보했지만 이는 오로지 서적 구입 비용으로 쓰였기에 시설, 복지, 제도적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지원이 있는지조차 홍보가 잘 되지 않아 정작 국가고시 준비생들은 모르고 있는 경우가 있다. 

본지는 한동대 국가고시 준비생을 대상으로 국가고시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물었다. 국가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23명 한동대 학우 중 15명은 교내 국가고시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아 알고 있는 정보가 없다고 답변했다. 국가고시실을 관리하는 경력개발팀은 국가고시 지원 프로그램의 홍보를 하지 않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홍보를 하지 않은 이유는 이렇다 할 지원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하였다. 2007년부터 시작된 국가고시 지원에 대한 문제 제기는 2009년을 거쳐 2022년이 되기까지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다.

 

 

한동대 국가고시 준비생의 솔직한 이야기

학생들은 학교의 빈약한 지원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ACTs에서 한국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한동대 재학생 A 학우에게 국가고시 준비생의 실정을 직접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CPA 준비 학회 ACTs에서 활동하고 있는 13학번 A라고 합니다. 준비하고 있는 시험은 한국공인회계사 시험(KICPA)입니다. 중간에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했고, 5년째 공부하고 있습니다.

Q 어떤 방식으로 시험을 준비하고 계시나요?

ACTs 고시실을 사용하면서 학회 운영 수칙에 맞추어 하루 10~11시간 정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강의와 모의고사 문제집을 사용하여 공부하고 있습니다.

Q ACTs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경영경제학부에서 유일하게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학회입니다. KICPA, AICPA 모두 받고 있지만 주로 KICPA 준비 학우들이 활동합니다. 출석, 순 공부 시간 등에 벌금 제도를 적용합니다. 학회실이 크지 않기에 15개의 책상만 놓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창문이 매우 작아 15명만 있어도 공기가 통하지 않아서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없습니다. 공간적으로 열악하고 인원을 늘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학회원 모집도 결원이 생길 때만 이루어집니다. 모든 운영도 수험 공부 중인 학생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인원을 관리하기에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Q 시험 준비에 있어서 학교에서 지원을 받고 계신 부분이 있나요?

두 가지를 받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학회 위원회에서 1차, 2차 지원금을 받고 있습니다. ACTs가 고시반이 아니라 학회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올해부터 대학 일자리 센터에서 회계사 동아리라는 명목으로 1학기 때 강의비와 교재비를 받았습니다. 

Q 학우님처럼 학교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학우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되나요?

학회 지원금과 대학 일자리 센터 회계사 동아리 지원금은 ACTs 학회원만 받고 있습니다. ACTs 소속이 아닌 CPA 준비생은 지원을 받고 있지 않고 혼자 공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학교의 국가고시 지원 프로그램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재정적 지원 부분은 다른 학교에 비해 많이 모자라지만, 학교가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많이 부족합니다. 우선, 휴학 학기 수 제한 문제입니다. 11학번 이전까지는 휴학이 무제한이었으나 그 이후부터는 휴학이 6학기로 제한되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통계를 보았을 때 CPA의 경우 평균 수험 기간이 3년 반~4년이고, 이 시험을 준비할 때 휴학 없이 학부 학업과 병행하면서 진행하기는 굉장히 어려우므로 휴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휴학이 모자란 상황 속에서 한동대에서 졸업하고 싶기에 자퇴 후 재입학을 했습니다. 다음으로, 휴학생도 기숙사를 사용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휴학생은 기숙사를 사용할 수 없기에 학교 밖에서 자취를 해야 합니다. 저는 302번 버스 첫차를 타기 위해 5시 55분에 기상한 후 7시 30분에 오석관에 위치한 학회실에 도착해서 공부를 시작하기까지 총 1시간 30분이나 걸립니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수험생활에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주위 수험생 학우도 휴학 문제와 기숙사 거주를 위해 1학점만 수강신청을 하고 등록금을 내면서 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숭실대, 한양대 등 수도권 대학은 커리큘럼 자체가 국가고시를 겨냥하여 구성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영어 필수 과목이 너무 많아서 국내 국가고시를 준비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실질적인 트랙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학교 교수님들이 계약으로 영어 과목 강의를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회계 쪽은 한국 법령과 기준에 맞추어서 공부해야 하는데 영어로 배우고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는 데에는 불필요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타 학교를 벤치마킹하여 문과와 국가고시에 초점을 맞춘 지원이 필요합니다.

Q 고시실, 기숙사뿐만 아니라 강의, 교재, 기출문제, 모의고사, 합격생 1:1 멘토링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지원을 전혀 받고 있지 않으신 건가요?

네. 합격생 멘토링의 경우 ACTs 내부적으로 선배들이 가끔 오시는 것밖에 없습니다. 11학번 이전에는 휴학 학기 수 제한이 없었기에 재학 중 합격한 선배들이 졸업 전까지 남은 학기를 ACTs에서 멘토링뿐만 아니라 학회 운영에서 섬겨 주셨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졸업 후에 수험생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보니 합격 이후 연결고리가 전혀 없어서 어려운 실정입니다. CPA 합격생 축하 현수막조차 ACTs 사비로 제작한 것입니다. 학교에서 지원해 주는 비용은 교재비, 모의고사비에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추가적인 학습 자료와 내부 시설은 전부 학회비 또는 합격생의 기부금으로 자급자족하고 있습니다.

Q 2007년도 기사에 따르면 학회 지원비로 도서 구입,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다고 있는데 개선된 바가 없는 것인가요?

네. 그대로입니다. 학회 지원비는 1차, 2차 모두 합쳐 총 50만 원 정도 받았습니다. 책의 가격도 비쌀뿐더러 시험 과목도 다양하기 때문에 15명의 수험생에게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Q ‘포항은 우물 안 개구리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정보 및 접근성이 수도권에 비해 많이 부족한데, 학우님이 포항에 남아서 공부를 하고 계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를 포함하여 다른 학우들의 공통된 의견이 서울에서는 혼자 공부해야 하므로 많이 외롭다는 문제와 서울의 주거비 및 생활비와 같은 재정적 문제 때문에 포항에 남아서 공부를 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초시생의 경우는 서울에서 공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포항에서는 자신만의 공부 습관이 정착되어 있지 않는다면 독학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Q 학교에서 모의고사, 강의, 멘토링, 공부 환경 등이 조성된다면 굳이 서울로 가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인가요?

학회 차원이 아니라 수도권 대학처럼 고시반 형성되어 40~50명 규모만 되어도 서울로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재정적 지원이 부족한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단지 제도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에는 추진력을 가지고 개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쏟아지는 문제와 개선점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한동대의 국가고시 지원 프로그램의 개선점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표출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국가고시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기숙사 문제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휴학생 및 졸업생은 기숙사를 사용할 수 없으므로 학교 기숙사를 이용하기 위해 등록금 100%를 지불하고 1-3학점만 수강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수도권 대학은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휴학생 및 졸업생을 위해 일부 기숙사를 개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주도의 체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공무원 수험생 네이버 밴드를 운영 중이지만 이러한 방치형 커뮤니티가 아닌 실질적 운영이 지속되는 커뮤니티가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수험생에게 가장 필수적인 부분인 강의 및 도서 등의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도서관 이용이라는 선택권이 있지만 고시생들을 위한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내에 존재하는 3개의 고시실 수용인원을 모두 합쳐도 겨우 32명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고시실의 규모를 확대하여 자리를 확충해야 한다. 

 

수도권이 아닌 포항이라는 도시에 설립된 한동대는 학문적 탁월성 및 인성, 영성 교육을 목표로 한다. 1998년 개교 이후 수많은 한동인들이 한동대에서 배운 학업적 지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포항에서 나아가 세상에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한동대에는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학생들이 모여 있다. 하지만 학교로부터 오랜 시간 외면 받고 있는 분야가 있다. 여전히 국가고시생들은 꿈을 향해 외롭게 항해하고 있다. 현재 한동대 경력개발팀 산하의 국가고시실은 오로지 공간만 제공된다. 경력개발팀에 의하면 내년부터 강의 및 교재 등 소정의 학습 지원비가 제공될 예정이다. ‘배워서 남 주자’, ‘Why not change the world?’라는 학교의 비전을 가슴에 품고 세상에 나아가고자 하는 한동대의 인재들을 위해 학교는 본격적인 관심과 지원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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