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사전투표소 설치
처참한 학생정치 참여율
학생 기구의 선거 무산

2022년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치르는 선거의 해다. 학기 중에 선거가 이루어지는 만큼 제27대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회 So ONE(소원) (이하 총학)은 포항시북구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한동대학교(이하 한동대) 내 사전투표소 설치를 요청했다. 총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생 단체의 요청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지만, 선관위는 추가 사전투표소 설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학생 기구의 요청은 선관위에만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에게도 향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선거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려는 학생 기구들의 노력이 과연 유권자들에게 닿고 있을까. 

 

총학생회의 대학 내 사전투표소 설치 요청

* ‘사전투표소 설치 신청’ 공약은 제27대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회 So ONE(소원)의 하위 공약 중 하나이다. 대외협력국 박재준 국장(이하 박 국장)은 20대의 투표 의지는 강하나, 대학 내 설치된 투표소가 없는 점을 꼽아, 대학 내 사전투표소 설치 공약 이행을 통해 “학생들의 편의와 투표하는 한동대 학생 비율의 증가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총학은 2월 8일 히즈넷 공지를 통해 위 공약 이행에 관한 중간 진행 상황을 안내했다. 히즈넷 공지에 따르면 총학이 보낸 한동대학교 내 사전투표소 설치 요청 공문에 대해 선관위는 “대학교는 추가사전투표소 설치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추가 투표소 설치 법규에 정한 요건

[▲김하은 일러스트기자]

현행법에서는 사전투표소의 설치를 ‘읍ㆍ면ㆍ동마다 1개소씩’으로 제한하며, 예외적으로 ‘군부대 밀집지역 등이 있는 경우’에 추가 사전투표소를 설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총학 집행부는 한동대가 “법령이 규정한 사전투표소 추가 설치가 가능한 공공기관이자 인구밀집지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대학교도 추가사전투표소 설치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관위의 생각은 달랐다. 

선관위는 “대학교는 추가사전투표소 설치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과거의 부재자투표소 제도는 구ㆍ시ㆍ군마다 250여곳에 설치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현재의 사전투표소 제도는 행정복지센터 위주로 각 읍ㆍ면ㆍ동마다 1개소씩, 약 3541여곳의 투표소를 설치하도록 하여 과거에 비해 대학생을 비롯한 모든 선거권자의 투표편의를 크게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투표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추가투표소 설치가 필요한 이유
 

총학은 한동대의 접근성, 한동대의 기숙사 수용률을 근거로 대학 내의 추가 사전투표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학교는 공공적 성격을 지닌 기관이며 대학생, 대학원생, 교직원까지 포함하면 많게는 3만 명 이상이 캠퍼스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곳이기에, 접근성이 높은 인구밀집지역의 해당한다. 그러나, 읍.면.동마다 접근성이 높은 행정복지센터에 사전투표소를 설치하기 때문에, 대학교는 사전투표소 설치 지역 대상에서 제외된다. 

총학은 한동대는 재학생 중 약 70%가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포항이 아니며, 교내 기숙사 수용률이 66.8%로 다른 대학교에 비하여 월등히 많다는 점을 강조해 교내 사전투표소가 꼭 필요한 상황을 선관위에 전했다. 

선거 당일에는 해당 구/시/군 관할구역 내에 주소지를 둔 유권자만 관할 투표소에서 투표를 할 수 있다. 주소지가 포항이 아니면서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선거 당일 본가에 다녀오거나 사전 투표를 하는 방법뿐이다. 기숙사에서 가까운 사전투표소는 ▲흥해 종합복지문화센터 ▲장량동 행정복지센터 ▲환여동 행정복지센터 등이 있고, 대중교통 이용 시 모두 왕복 1시간 이상 소요된다.

학기 중 학생들이 투표하기 위해 외부로 나가는 것은 한동대의 지리적 특성과 교통 여건상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6월부터 교내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되어 학생들이 이용 가능한 이동 수단은 택시와 포항 시내버스인 302번 버스 뿐이다. 302번 버스의 회차 지점인 한동대학교 정류장에서 승차하게 되는 학생들은 일정하지 못한 배차 간격과 지난해 변경된 버스 노선으로 인해 증가한 이동 시간 등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대학 내 사전투표소 설치가 불가능한 현재 상황에서 총학의 대안은 사전투표소로 가는 교통편 안내와 추가로 고려하고 있는 셔틀버스 운영이다. 박 국장은 “올해 안에 한동대 내 사전투표소 설치는 어려움이 있다”라고 밝히며, “해당 부분은 지속적으로 요구하여야 하는 내용이기에 인수인계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김하은 일러스트기자]

 

사라진 부재자 투표소

 

2012년, 19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17대 총학생회 '따스한부름 정책기획국'이 진행한 교내 부재자투표소 설치 사례가 있다. 부재자투표소 설치로 학생들의 적극적인 투표권 행사를 기대하였지만, 낮은 투표 참여율은 부진한 효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부재자 투표 제도가 큰 효과를 낳지 못한 것은, 불편하고 번거로운 절차적 결함과 당시 현저히 낮은 20대의 정치참여율과 투표율과 같은 별개의 요인들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19대 총선 당시에는 전국 29개 대학에 부재자투표소가 설치됐지만, 20대 총선에서는 3,511곳의 사전투표소 중 대학 내 설치된 사전투표소는 단 6곳으로 감소했다. 선관위의 주장과는 달리,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후 대학생들이 대학 내에서 편히 투표할 수 있는 투표소는 줄었다. 

부재자투표는 사전투표 이전에 시행되던 투표 제도로, 선거일에 등록된 거주지에서 투표할 수 없는 유권자에게 다른 방식으로 투표 참여의 기회를 주었다. 2013년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라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국내 부재자 투표는 폐지되었지만, 부재자 투표소는 16개 구·군에 1개씩 설치되고 2,000명 이상이 모여 있는 밀집 시설에 추가로 설치할 수 있었기에 대학 내에도 설치할 수 있었다.

 

20대 투표율의 변화

텍스트, iPod, 전자기기, 스크린샷이(가) 표시된 사진

자동 생성된 설명

[▲김하은 일러스트기자]

올해 치러진 제20대 대선은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하향 조정된 후 시행된 첫 대선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유권자의 수가 4,400 만 명 이상을 기록한 가운데, 20대 이하 유권자는 17.1%에 달했다. 청년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투표 의사율 또한 높아졌지만, 제 20대 대선에서의 20대 이하 투표율은 65.3%로, 76.2% 투표율을 기록한 제19대 대선 때보다 무려 10.9% 하락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전국 투표율인 77.1%에 미치지 못하는 20대의 투표율과는 달리, 50대와 60대의 투표율은 증가했다. 그러나 저조한 20대의 투표율은,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높이기 위한 정책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준다. 

대학 내의 사전투표소 설치가 필요한 이유는 20대의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대학 학생회 연합회,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한양대 총학생회, 카이스트 총학생회 등 대학가의 여러 단체에서 이어졌던 대학 내 사전투표소 설치 요구는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하은 일러스트기자]

 

사전투표소 추가 설치·운영 요건 확대

 

법학부의 송인호 교수(이하 송 교수)는 “실정법 해석상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현재는 어려울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대학생들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 법 개정 등을 통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법 개정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더불어, 송 교수는 “이 경우 모든 대학에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으므로 설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처참한 학생 정치 참여율

 

학생 단체의 노력은 대학생 유권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 제약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투표권 행사 여부는 유권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투표하지 않는 유권자는 ‘정치적 방관자’라는 비판과 유권자도 ‘투표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대립하고 있다. 대학생은 4년에 한 번씩 공직자를 선출하기 위한 대선, 총선, 보궐선거 등의 투표권뿐만 아니라, 매년 생활관 거주자, 학부생으로서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 외부 투표소까지 직접 가서 투표해야 하는 대선, 총선 투표와는 달리 오직 온라인 투표로만 진행되는 학생기구의 선거이지만, 그 투표율은 심각하게 저조하다. 

올해 GLS학부, 전산전자공학부, 경영경제학부의 부대표, 대의원 선거는 유효 투표율인 40%를 넘지 못해 무효화되어 재선거를 진행하였다. 노찬우 총학생회장은 히즈넷 공지 ‘선거의 계절은 이미 지났습니다.’를 통해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나아가 학부협력회 의장, RC협력회 의장, GLS대표는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통해 투표 일정을 안내하고 선거 참여를 독려했다.

 

학생기구의 선거가 무산되고 있는 이유

 

RC협력회 의장이자 열송학사 대표인 김주현(이하 김 의장)은 학생기구의 선거가 무산되고 있는 이유로 선거 일정의 문제와 온라인 투표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학생 기구의 선거는 보통 전해 2학기 말에 선출한 후, 이듬해 학기 초부터 임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현재 여러 학생 기구는 임시 대표단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전 학기에 완료되었어야 하는 선거가 투표율 미달 또는 입후보자 미등록으로 인해 이듬해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선거일정이 계속 변경되고 늦어지다 보니 투표율이 저조한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시작된 학생기구의 온라인 투표는 “본가로 돌아가서 격리를 하는 학생들을 고려해 모든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하는 제도라고 김 의장은 설명했다. 하지만 온라인 투표로 인해 선거 일정에 대한 정보 전달의 어려움이 발생했고, 대면 투표로 얻을 수 있는 가시적 효과는 사라졌다. 김 의장은 “실명 카톡방이나 히즈넷을 통해 공지하다 보니, 학생들이 한꺼번에 많은 공지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학생들이 일정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줄을 서서 투표를 하는 모습이 참여를 독려하는 가시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김 의장이 내놓은 해결책은 선거 일정의 통일과 ‘선거WEEK’의 유치이다. 현재 학생기구의 선거일정은 RC와 학부별로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이 선거 일정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김 의장은 “선거일정을 통일하여 혼선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한동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통일 WEEK와 비슷한 형식으로 ‘선거WEEK’를 만들어 “팀모임 시간을 선거에 참여하는 시간으로 조금 활용한다면 보다 많은 학생의 정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김 의장은 설명했다. 김 의장은 이러한 대안들을 2학기에 진행되는 선거에 적용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과 상의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하은 일러스트기자]

 

대학생의 한 표 

 

선거는 가장 대표적인 국민의 주권 행사 중 하나이다. 공직선거법 제6조 제4항은 ‘선거권자는 성실하게 선거에 참여하여 선거권을 행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선거의 원칙은 유권자가 투표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나아가, 헌법재판소에서는 “자발적으로 투표에 참가하지 않은 선거권자들의 의사형성의 자유 내지 결심의 자유를 부당하게 축소하고 그 결과로 투표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자유선거 원칙에 위반된다고 평가한다. 투표는 유권자에게 바람직한 권고사항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송 교수는 투표가 “나와 내 가족, 특히 앞으로 내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 공동체를 위한 중요한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져야 하는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국민으로서 또는 학생으로서 나의 국가와 학교에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만약 ‘투표하지 않을 권리’를 행사하고자 한다면, 그것 또한 자신의 선택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선거결과의 영향을 받는다. 대통령 후보의 공약은 우리의 미래를 바꾸고 학내 대표단과 임원단의 선출 여부는 학교생활의 편리함 또는 불편함을 안겨준다. 나의 한 표가 자신의 미래를 위한 신중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 대외협력국 박재준 국장은 공약에서 기재된 ‘부재자 투표소’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었으며, 이후 관련 공지에서는 ‘사전투표소’라는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였다고 정정하였다.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