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은 개인주의야!’ 이미 한 물간 인플루언서가 된 대위 이근의 한 마디는 꽤 오랜 밈이 됐다. 그의 발언이 유명해진 이유에는 가짜사나이라는 콘텐츠의 상징이라는 점이 있었지만, 그의 발언 자체는 자칫 요즘의 z세대를 중심으로 한 20대에 달콤·살벌한 지적이었다. Z세대는 누구인가?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0>에 따르면, Z세대는 97년 이후~2010년까지 태어난 이들을 지칭한다. 한동에 적용하자면, 16학번부터 현재의 빛의 세대인 20학번까지 모두 Z세대에 포함된다.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은 90년대생 세대의 특징을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정리하면서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세대로 지칭했다. 자칫 이러한 정의는 90년생과 그 너머 z세대 대학생들을 ‘개인주의자’로 보이도록 했다.

입학과 동시에 전대미문의 전염병 대유행을 맞은 20학번 학생들은 Z세대이자, 대학 생활을 줌으로 처음 접한 Zoom 세대라 불릴 수 있다. Zoom으로 시작된 이들의 학기는 여느 때의 1학년과 달리 한동 내의 공동체 학습을 경험할 기회가 부족했다. 4박 5일간 빡빡한 일정으로 채워지는 한스트를 경험하지 못했고, 1학년 1학기의 벚꽃 여행을 다니며 새내기 팀과 인증샷을 남기는 경험도 하지 못했다. 또한, 매주 수요일마다 모이는 채플은 유튜브로 대체됐고, 팀 모임을 포함한 새섬새내기 모임조차 온라인으로 처음 경험했다. 2학기 온, 오프 병행 기간이 되어 비로소 줌 세대의 오프라인 모임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만남이 병행되는 실정이며, 채플은 여전히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공동체 모임은 대척점에 놓여있기에, 한동의 공동체 문화와 모임 역시 새로운 온라인에 맞추어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여름 G-Impact와 한스트로 학생들은 온라인 공간에 함께 모여 참여하고, 반응을 주고받으며,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법을 쌓아왔다. 새섬새내기들은 이른바 ‘줌 밥고’를 통해 각자의 음식을 들고 카메라 앞에서 고독한 미식가가 되곤 했다. 가을 축제엔 매올길과 비전 광장을 가득 채운 음식 부스는 없었지만, 높은 화질과 박진감 넘치는 카메라 움직임이 뒷받침된 비와이, 동아리 공연을 보면서 댓글로 이런저런 농담을 치며 놀 수 있었다. 교수밴드와 언정 뮤비 등 교내 구성원들의 방구석 콘서트들은 학내 구성원들이 온라인으로 함께 소비할 콘텐츠이자, 커뮤니케이션의 무대를 열어주었다.

변화의 갈림길에 선 한동의 공동체는 Z세대의 이러한 소통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판데믹 상황은 예기치 않게 찾아왔지만, 도리어 공동체 안의 불필요한 모임이 축소될 필요가 있음을 상기시켰다. 온라인 강의는 상호 작용이 중요하지 않은 내용전달이 주가 될 땐, 오히려 현장 강의보다 자신의 학습속도에 맞춰 강의를 앞뒤로 넘겨보는 장점을 보여줬다. 공동체의 정모도 온/오프 병행을 하면서 필수 모임을 제외한 모임을 다소 편안한 본인의 집이나, 기숙사 방에서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한동신문사의 주요 아이템 발제 및 기사 피드백도 대부분 줌으로 진행하면서, 오히려 업무 효율이 높아지기도 했다. 무조건 만나야 친해진다는 과거의 공동체 문법이 이제는 필수적인 만남만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모하는 셈이다. <Z세대는 그런게 아니고>의 저자 고승연은 이러한 z세대의 특성을 ‘각자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할 취향’을 갖고 있고, 취향이 유사한 사람끼리 온라인에서 끈끈하게, 오프라인에서는 다소 느슨하게 연결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공동체의 변화는 불필요한 만남을 줄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수평적이고 선한 조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 Z세대가 열광하는 카카오의 기업문화 속에 그들이 원하는 공동체의 면모가 담겨있다. 창업자 김범수 의장부터 직원들에게 ‘브라이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직원들 모두가 ‘크루’로 불리며, 사무실은 임원들 모두 자신의 방조차 없는 평등한 구조로 이뤄졌다. Z세대가 공동체에 녹아들기 위해선 자신의 이야기가 무시당하지 않고 전달되고 있다는 확신을 줌으로써 조직과 리더에 마음을 여는 과정이 필요한 셈이다. 여기엔 과거 조직에 대한 ‘무조건적인 헌신’에서 ‘가치있는 헌신’으로, 상하 위계 보다 수평적 상호 존중으로의 문화 전환이 따라야 한다. 신앙 아래 하나의 공동체를 표방하는 한동대 역시 이러한 Z세대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주장과 의견, 신앙 안에서의 고민이 오갈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야 하는 게 아닐까?

Z세대의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초연결성의 뒷면에는 연결 끝에 찾아오는 외로움이 있다. z세대의 외로움에는 기성 공동체의 오프라인 만남이 여전한 존재 의미가 있음을 암시한다. 스마트폰을 온종일 쥐고, 밤이 새도록 인스타 피드를 업데이트해도 채워지지 않는 현실 만남에 대한 빈자리가 있는 셈이다. 한동의 차세대 공동체는 이러한 자리를 채워주는 역할을 해야 되는 게 아닐까? 앞서 언급한 수평적이고, 상호존중적인 문화를 유지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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