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한달 남짓 남았다. 매번 연말이 되면 마음 한구석에 알게 모를 설렘과 기쁨이 있었는데, 이번 해는 유독 뒷맛이 씁쓸하다. 방학이 되면 전화를 끄고, 침대에서 1주일을 버티다가 여행을 떠나리라 다짐했건만. 코로나는 미래를 계획하는 것조차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언제 다시 코로나가 재 확산되어 우리의 일상이 사라질지, 겨우 얻어낸 조그마한 자유를 언제 다시 박탈당할지 불안감이 가득하다.


20년도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 영화의 내용을 곱씹어본다. 영화의 메인 빌런은 코로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우리의 뒤통수를 치는 숨겨진 악당, 가짜뉴스가 있었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동시에 잘못된 정보도 같이 퍼져 나갔다. 소금물로 가글하면 바이러스가 죽는다던가, 전자레인지를 마스크에 돌리면 소독이 된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 이란에선 알코올이 바이러스를 죽인다는 잘못된 소식에 500여명이 공업용 알코올인 메탄올을 마시고 사망한 사건도 발생했다. 코로나의 전지구적 확산을 뜻하는 ‘팬데믹’(pemdemic)과 함께, 가짜뉴스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인포데믹(infodemic)은 그렇게 우리 삶에 자리잡았다.


코로나 이전에도, 대한민국은 가짜뉴스로 홍역을 앓았다. 온갖 정치적 공세에 이용되는 가짜뉴스와, 공신력 있다던 언론들의 반복(의도)되는 실수는 우리로 하여금 사실에 대해 갈증을 느끼게 했다. 그때의 가짜뉴스는, 적어도 정치판을 벗어나진 않았다. 코로나 시대의 가짜뉴스는 이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한다. 마스크 5부제를 통해 정부가 국민의 개인정보를 악용한다, 정부가 코로나 검사 결과를 조작하고 있다는 식의 가짜뉴스는 K-방역에 균열을 내고,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년도 초부터 시작된 팬데믹을 지나며, 우리는 전염병에 대응하는 임시방편들을 찾아냈다.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면 어찌 확산을 늦출 수 있었고,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으면 내가 감염될 확률을 낮출 수 있었다. 그러나 인포데믹을 지나는 우리에게 아직 마땅한 가짜뉴스 대응책은 보이지 않는다. 가짜뉴스로 불안에 떤 사람들은 우한과 대구출신 사람들을 향해 절박한 혐오를 내뱉었고, 정부가 이끄는 국가 방역은 가짜뉴스에 균열이 생겼다.


결국 포스트 코로나의 핵심은 가짜뉴스가 남긴 잔재를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다. 혐오가 휩쓸고 간 곳을 매만지고, 종교의 본질을 다시 점검하며, 국가의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을 밟아가야 한다. 가짜뉴스가 무너뜨린 곳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보며 깨끗이 닦고 제자리에 둬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정보를 그저 소비하는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한다. 인포데믹 시대를 지나는 우리는 정보의 소비를 넘어 감시하고 재생산하는, 적극적인 참여자가 돼야한다.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