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한지혜 기자 hanjihye@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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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이래”-2030세대가 열광하고 있는 나훈아의 ‘테스형!’ 중 일부분

2020년은 찐찐찐으로 트로트의 해다. 길을 걷다 보면 “찐찐찐찐 찐이야~”,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등의 다양한 트로트들을 들을 수 있다. 심지어 야구선수의 응원가와 선거 유세곡마저 트로트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추석특집으로 진행된 KBS2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편의 시청률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무려 29.8%를 기록한 동시간 시청률은 트로트의 인기가 2020년 현재 전 국민을 흔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훈아의 테스형을 비롯한 많은 트로트들이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왜 젊은이들은 트로트에 열광하고 있을까? 젊은이들의 문화 속 트로트의 역할은 무엇일까?

트로트, 출생의 비밀, 너 이름이 뭐니~?
트로트는 미스터 트롯 열풍과 함께 60년 전 명성을 되찾고 있는 뉴트로 장르다. 장르로서 트로트는 우리나라의 가락과 외국 음악의 복합적인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트로트의 이름은 일제강점기에 한국에 들어온 미국의 음악 장르 *1‘폭스트롯(Foxtrot)’의 ‘트롯(trot)’에서 유래됐다. 이러한 트로트는 1929년, 이정숙의 낙화유수가 영화에 삽입되면서 대중적인 가요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1960년대 트로트의 구슬픈 멜로디가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가수 이미자가 부른 동백 아가씨는 10만 장이 넘게 팔리면서 트로트는 전성기를 맞았다. 이처럼 많은 사랑을 받았던 트로트는 시간이 지나 발라드, 댄스, 아이돌 등이 등장하면서 인기가 식기 시작했다. 이후 침체기를 걸어가고 있던 트로트는 사랑의 배터리를 부른 홍진영, 곤드레 만드레의 박현빈 등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등장하면서 대중가요 장르로서 어느정도 입지를 다졌다. 그러던 중, 2020년,  TV 조선의 미스터 트롯이 방송되면서 대한민국에 트로트 열풍이 시작됐다. 미스터 트롯은 1회 12.5%의 시청률로 시작해 마지막 회에는 35.7%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이 인기에 힘입어 오늘날 다양한 트로트 프로그램들이 제작되거나 방영되고 있다. 

아이돌들아 안녕..트로트야 반가워-트로트에 빠져버린 20대
미스터 트롯의 TOP7은 이제 20대들의 ‘아이돌’로 등극했다. 엑스포츠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스터 트롯에서 영탁이 부른 막걸리 한 잔은 유튜브 조회 수 천만을 돌파했는데, 이중 20대의 시청이 조회 수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한다. ‘네이버 TV’에 업로드된 영탁의 막걸리 한 잔의 연령분포도를 보면, 2030세대의 연령대는 40%로 나타난다. 미스터 트롯의 전국투어 콘서트 연령별 예매 현황을 보면 20대의 비율이 가장 높다. 예매처인 인터파크에 따르면 서울 공연의 20대 예매율은 43.3%를 기록했는데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서혜진 TV 조선 미스터 트롯 국장에 따르면 미스터 트롯의 방청객 중 거의 다가 20대 여성들이었다고 한다. 
아이돌들의 노래보다 트로트에 열광하는 20대는 우리 곁에 있었다. 일명 ‘장민호 오빠가 내 원픽(생명과학부, 19)’이라는 한동대 학생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 학생은 인터뷰에서 “원래 트로트에 관심이 없다가 트로트 가수들이 예능 출연한 것을 보고 신선하다고 느껴졌다며 그 후, 트로트를 많이 들으면서 좋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장민호 오빠가 내 원픽은 인터뷰에서 “트로트에 담긴 한국인의 흥이 트로트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녀는 장민호 오빠가 원픽이라고 외치면서 “가장 좋아하는 트로트는 임영웅의 신곡”이라고 해 의문을 남겼다. 

나훈아의 테스형 열풍에 20대마저 거세게 반응하고 있다. 테스형은 8월 20일에 발표한 발표한 나훈아의 신곡 앨범 아홉 이야기의 수록곡이다. 테스형의 솔직한 가사는 2030세대에게 각광을 받으며 한때 음원차트에서 1위를 두고 방탄소년단과 경쟁하기도 했다. 또한, 10월 5일까지 매긴 주간 인기 키워드 베스트는 테스형이 1위를 차지하였는데 연령대별로 20대가 37%, 30대가 34%의 비율을 차지했다. 테스형의 뮤직비디오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테스형의 뮤직비디오는 11월 26일 기준 1151만을 기록했다. 
2030의 테스형 열풍은 무엇을 의미할까. 세 전문가는 테스형 열풍을 해석하는 단초를 ‘20대와의공감’에서 찾았다. 먼저, 손민정 교수는 10월 15일 국민일보 보도에서 “트로트는 대체적으로 우리가 힘든 사회적 시기에 유행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테스형의 가사에 힘들고 지친 국민을 위로하는 내용이 담겨있어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2030세대에게 각광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는 10월 17일 중앙시사매거진 보도에서 “나훈아의 노래인 테스형이 많은 연령층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노래라며 가사에 잘난 척하지 않고 솔직하게 풀어내 공감대를 잘 형성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은재 대중음악평론가는 10월 29일 주간동아 보도에서 “테스형이 젊은 세대의 인기를 업고 대중에게 큰 위안과 용기를 주는 힐링 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러스트 한지혜 기자 hanjihye@hgupress.com

라이더 자켓, 폰은 아이폰, 귀에는 에어팟, 노래는 트로트- 힙 갬성

“아, 이게 바로 힙한 갬성이지” 요즘 20대 젊은이들은 이른바 ‘힙한 갬성’을 중요시한다. 도대체 힙한 갬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고 도대체 뭘까? 
많은 전문가들은 20대들이 트로트에 열광하게 된 이유는 ‘뉴트로 열풍’이라고 이야기한다. 뉴트로란 새로움(new)와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의미한다. 뉴트로는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는 말과 흡사한 현상이다. 요즘 분식집에서 예전 초록 색깔 그릇을 사용한다든지 촌스러운 패션으로 입는 것 전부 뉴트로에 해당한다. 이런 뉴트로를 즐기면서 20대들은 힙하다는 말을 사용한다. 어떤 옷을 입고 나오면 “야~ 이거 완전 힙해~” 어떤 식당을 가면 “야 여기 진짜 힙해 완전 힙한 감성이다”, 무슨 사진을 찍으면 “야 이거 진짜 힙하게 나왔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월 17일 연합뉴스 보도에서 “미스터 트롯 및 트로트가 20대에게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트로트에 다양한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요소가 가미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0월 19일 연합뉴스 보도에서 “지금 대중문화계에 부는 뉴트로 열풍 덕분에 젊은이들에게 트로트의 진입장벽이 훨씬 낮아졌다고 말하며 트로트의 옛날 감성을 오늘날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게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힙! 힙! 힙! 도대체 그게 뭘까? 힙(hip)하다라는 표현은 과거 ‘핫하다’ ‘트렌디하다’라는 말과 상통하는 표현이다. 정통 트로트를 잘 알지 못하는 20대들에게는 트로트는 옛 것이자 새로운 것이다. 그 속에서 젊은이들은 신선함을 찾고 재미를 느낀다. 그래서 20대들은 트로트에 힙(hip)하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20대들에게 트로트는 힙한 장르로서 최신 유행처럼 여겨진다. 트로트는 20대에게 힙한 장르로 자리 잡게 됐다. 하재근 문화 평론가는 10월 12일 시사저널 보도에서 “20대들은 새로운 문화를 추구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 그들에게는 트로트가 새로운 문화로 작용된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에 따르면 20대들의 문화의 특징은 누구나 다 즐기는 문화에는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지루해하며 새로운 것, 남들과는 다른 문화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즉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20대들에게 트로트는 색다른 충격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주간 리포트’에 따르면 20대가 트로트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삶에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라는 응답이 46%를 차지했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파란만장한 트로트의 생애를 아는가? 인기가 있었던 시절과 침체기를 지나 다시 대한민국에 트로트 열풍이 시작됐다.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미스터 트롯 이후 어른들의 장르로 여겨졌던 트로트는 20대들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더 이상 20대들에게 트로트는 먼 장르로 여겨지지 않는다. 트로트는 20대에게는 힙한 장르이고 어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20대들은 학교 가는 길에 트로트를 듣고 어른들은 노동요로서 트로트를 듣는다. 트로트는 이제 2030세대와 기성세대 모두가 공유하는 문화가 됐다. 이러한 문화적 교류를 통해 세대 간의 의견 대립이 좁혀지고 화합에 이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1폭스트롯(fox trot): 스텐더드댄스의 한 종류로 191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춤 또는 그 춤곡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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