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Pixabay

 

4학년 2학기, 처음으로 기업 자소서 양식을 내려받는다. 입상 실적, 대외 활동, 어학 성적 페이지를 떳떳하지 못하게 채워가며, 지나온 4년을 돌아본다. 열심히 살긴 했는데, 쓸 게 없다. ‘이제 시작해서 그래. 스펙은 하나씩 채워가보자’. 맘을 다잡았다. 핸드폰을 열어 뉴스를 본다. ‘청년 취업, 청년 문제’가 심심찮게 보인다. 청년 문제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취업, 주거, 생계 문제를 포괄한다. 청년 문제. 이것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88만원세대, N포 세대, 공정 세대까지 지금의 청년 세대는 다양하게 호명됐다. 이 모든 수식어를 관통하는 것은 청년들의 ‘각자도생’이다.

 

코로나 국면에서 청년들의 ‘각자도생’은 공간적으로, 학업적으로, 일자리 면으로 더욱 심각해졌다. ‘카공족이 갈 길을 잃었다’ 지난 9월 서울시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취준생들이 공부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거리두기’에 따라 학교나 공공 도서관, 카페가 문을 닫자, 청년들은 몇 평 안 되는 자신의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서울 지역 대학생들은 온라인 개강 이후 학교에 가지 못하니, 높은 자취방 임대료에 방을 뺄지 말지를 고민했다. 고용 부분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코로나19로 사회 전반의 고용축소가 일어났으니 다수의 청년이 기대하는 주요 기업 공채 시장은 줄어들었다. 10월 4일 발표된 한국경제연구원의 취업인식도 조사 결과,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 4,158명의 예상 취업률은 44.5%다. 일부 언론보도는 ‘대졸 절반 백수’라며 청년들의 맘을 더 옥죈다.

 

청년들은 기성세대에게 구체적으로 안정된 삶과 미래를 요구한다. 그래서, 청년들이 그나마 믿고 있는 가치는 ‘공정’이다. 지난 9월 19일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공정한 사회’를 거듭 약속했다. 대통령의 기념사는 37번에 걸쳐 ‘공정’을 강조했음에도 공허하게 들린 이유는 뭘까? ‘청년들이 도전하고, 꿈을 향해 달리’라는 대통령의 추상적인 목표가 구체화되려면 경험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 자격증과 스펙을 쌓아왔지만, 현실에서 경험과 역량을 쌓을 직장이 없다. 끈기 있게 내년을 기약한다. “내년까지 열심히 경력 쌓고, 시험 준비하면 합격 하는거죠?” 청년들이 기성세대에 희망찬 질문을 던진다. 돌아오는 것은 부와 명예의 대물림, 반칙과 특권의 당연함, 정치권에 실종된 청년의 목소리다.

 

같은 맥락에서, 정의당 초선의원 장혜영 의원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연결’에 화두를 던졌다. 장 의원은 9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 시대 젊은이의 두려움이 “무한한 경쟁 속에 가루가 되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 나날이 변화하고 복잡해지는 세상 속에 내 자리는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라고 발언했다. 청년들, 특히 한동에 있는 청년들은 이제 20대 초중반을 지난다. 막막한 현실을 마주하기보다는, 커다란 이상을 좇는 게 당연하다. 가능성의 시기다. 가능성을 세상과 부딪히며 현실로 바꿔내기 위해선 ‘믿음’이 필요하다. 입학과 입사 시험에서 불공정한 채용이 없을 것, 경력증명란에 적힌 내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 최소한의 밥벌이를 하면서 살 것, 몸을 뉘일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을 믿고 싶다. 장 의원이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연결’이다. 독재와 싸웠던 기성세대가 현 청년 세대가 두려워하는 불평등에 ‘연결’되어, 현재 만연한 사회적 불평등에 맞서고, 청년들의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진지한 관심을 가지길 바란 것이다.

 

세대 간의 연결은 당장 내 집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추석이 지났다. 돌아보니, 집에 오지 않은 몇몇 사촌들이 떠오른다. 대부분, 취업 준비생들이거나 변변한 직장이 갖춰지지 않은 이들이다. 집안 어른들의 명절 돌림노래 “취업은 잘 돼 가니?, 결혼은 언제 하니?, 졸업하고 뭐할래?, 군대는 언제가?, 직장은 괜찮고?’ 속에는 공감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의 연결을 가로막는다. 부디 어른들이 다음 명절엔 들어갈 직장도, 공부할 공공도서관도 없는 청년들에게, 묵묵히 ‘밥은 먹고 다니냐’며 반찬 하나 더 챙겨주는 모습을 기대한다. 연결의 출발점은 공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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