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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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은 신입기자인 필자가 한동신문 입사 직후에 던졌던 질문이다. 예의없이 보이지만, 실상은 떨림을 안고 던진 조심스레 던진 질문이다.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한동신문의 회의에서 “종이신문을 누가 봐요?”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니 필자가 아무리 공손한 어투로 질문했다고 하더라도 무섭고, 무거운 말이다.

 

불편한 진실”은 말그대로 말하는 이에게도, 듣는 이에게도 편할 수 없다. 그러나 변화하기 위해서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나를 바꾸고 싶은데, 무엇도 하고 싶지 않다면 핸드폰 필터 카메라를 켜면 된다. 다만 “진짜” 나를 바꾸고 싶다면, 핸드폰을 내리고 거울 앞에 서야 한다. 얼굴 여기저기에 나 있는 잡티를 마주해야 한다. 그래야 피부관리를 시작할 수 있다. 자기주장이 강한 옆구리 살을 마주해야 한다. 그래야 다이어트를 시작할 수 있다.

 

언론을 “진짜” 바꾸고 싶다면 직면해야 한다. ‘종이신문을 안보는 것은 사람들이 사회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는 필터를 걷어내고, 세상이 이렇게 변할 동안 아직도 지면에 머물러 있는 언론의 모습을 마주해야 한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라는 의제가 현실이 될 동안 지면에 머물러 있던 언론, 심지어는 아직도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그저 예언으로 받아들이는 언론의 모습을 마주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종이신문 발행 횟수의 축소와 앱 개발, 카카오톡 채널 개설, 뉴스레터 콘텐츠 등 현재 한동신문이 시도하는 수많은 변화는 박수 받을 것이 아니라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적어도 한동 유일 언론기관이라면 파리 날리는 지면 위에 고고하게 앉아 독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뉴스가 식기전에 온라인을 통해 방문판매라도 뛰어야 한다.

 

한동을 “진짜” 바꾸고 싶다면 직면해야 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청소노동자분들의 시위는 석 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고, 한동이 지켜왔던 정직의 관습은 무너지고 있으며, 코로나19는 경제적 어려움을 몰고왔다.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도, 문제상황을 타개하는 것도 문제인식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니 한동신문과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한동신문은 한동이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필터 지수를 아무리 높여도 더 이상 아름다운 모습을 마주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함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한동 앞에 거울을 세울 것이다. 우리와 함께 거대한 거울을 세워주셨으면, 때로는 그 거울을 한동신문 앞에 세워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지고 있다.

 

나는 다시 돌아가서 “한동신문을 누가 봐요?”라는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한동신문에 던질 것이다. 더 나아가 한동의 문제를 마주할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무보정 노메이크업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것도 어려운데, 내가 사랑하는 공동체의 문제를 직면하고 외치는 것이 쉬울 리 없다. 다만 문제인식에 성공하여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다 보면, 필자와 한동신문이 그랬던 것처럼 타인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행운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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