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팀플을 끝내고 노트북을 덮었습니다. ‘집 밥 먹고 싶다’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옵니다. 마음이 저에게 툴툴대는 소리가 그제야 들립니다. 코로나 19로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서,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 없어서, 노트북을 너무 많이 봐 눈이 아파서. 그런 사소한 외로움과 서러움이 많이 쌓였었나 봅니다. 결국, 과제와 강의는 잠시 미뤄두고 집으로 가는 기차표를 끊었습니다.

 

지하철을 타니 익숙한 듯 어색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덜컹거리며 한강 다리를 지나는 지하철, 그 속에서 핸드폰과 책을 보고 있는 빽빽한 사람들. 모두 다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점만 빼면 평소와 똑같은 서울 지하철 모습입니다. 그런데 예전과는 다른 아슬아슬함이 느껴집니다. 언제든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갈 수 있음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는 지역감염 사례는 우리에게 일상으로의 복귀까지 먼 길이 남아있음을 보여줍니다.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진들의 노력으로 코로나 19의 확산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방역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됐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19는 종식된 것이 아닙니다. 지난 2주간의 상황은 생활 속 거리두기의 요건이었던 ‘신규 환자 50명 이내’, ‘감염경로 미상 5% 이내’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마치 아슬아슬한 널빤지 위를 걷듯, 우리의 일상 또한 언제든 다시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지금 한동대에는 적지 않은 수의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20학번 새내기들도 보이고, 실습수업을 듣는 고학번들도 보입니다. 삼삼오오 모여 배달음식을 먹기도 하고, 노을로 물든 하늘을 보며 한동 한 바퀴를 돌기도 합니다. 한동이 줄 수 있는 극히 일부분의 행복이지만, 조금이나마 새내기들이 한동의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합니다.
 

다만, 이런 행복함에 취해 발밑의 아슬아슬함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일상은 많은 학우의 포기와 배려로 지켜진 소중한 것이니까요.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는 작은 행동들이 모여,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아슬아슬한 상황이 우리의 이웃사랑을 확인하는 귀중한 시간으로 바뀌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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