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세빈 기자 leesb@hgupress.com
사진 이세빈 기자 leesb@hgupress.com

 

코로나19의 확산은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변화시켰다.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온통 마스크를 쓰고 있고, 비대면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일명 *1언택트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택배를 통해 물건을 받거나 음식을 배달시키는 사례도 많아졌다. 지난 4.15 선거에는 유권자들이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했다. 이처럼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함에 대한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일회용품이 얼마나 많이 배출됐고, 또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인가?

 

배출량이 급증한 일회용품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전년대비 일회용품 배출량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난 5월 10일 경인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한달간 경기도내 배출된 생활쓰레기는 1,242T으로, 전년1,181t에 비해 5.16%나 증가했다(일러스트 1 참고). 또한 대전도시공사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2월 매립 및 소각 방식으로 처리된 생활폐기물량은 7,542.6톤으로 집계됐다(일러스트 3 참고). 지난 해 2월에 집계된 생활폐기물량인 6239.2톤보다 전년 대비 20%나 증가했다. 지난 3월 1일부터 24일까지의 생활폐기물량은 3502.3톤으로 지난 해 3월의 집계 수치인 2173.1톤을 웃돌았다(일러스트 2 참고). 해당 지역 이외에도 대한민국의 모든 지역의 쓰레기 배출량이 전년대비 평균 25%씩 증가했다. 

일회용 플라스틱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수원시자원순환센터의 집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과 2월 각각 1,529톤, 1,521톤이던 재처리 뒤 판매된 플라스틱 반출량은 3월 1,843톤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시자원순환센터는 재활용 쓰레기 반입량은 집계하지 않고 가공 처리한 반출량만 통계를 낸다. 이로 인해 실제로 반입된 쓰레기양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환경 단체들

 

환경단체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일회용품 제한의 한시적 해지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단계로 전환된 후 지자체들은 일회용품 사용금지를 한시적으로 해제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인 자원재활용법 10조는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8조와 환경부고시 제2016-253호에 따라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제외할 수 있다. 특히, 환경부고시 제2016-253호 1조 2항에는 ‘감염병 경계 수준 이상의 경보 발령시 지자체장은 사용규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로 인해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소에서 일시적으로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김현경 활동가는 지난 4월 24일 뉴시스 보도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묻은 개인 텀블러를 통해 커피 전문점 직원들과 이용 고객들에게 코로나19가 전파될 수 있어 텀블러를 받지 않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건데, 일회용컵이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이 굳혀질 수 있어서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활동가는 "환경파괴로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몇 년 주기로 발생해왔지만, 이에 대해 보건의료계와 환경계가 활발하게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방역생활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총선 때 사용된 일회용 비닐장갑도 마찬가지다. 지난 4.15 총선 당시 방역을 위해 일회용 비닐장갑을 사용했으나, 환경단체들은 이에 대해 지적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환경단체들은 지난 4.15 총선에서 발생한 일회용 비닐장갑 폐기물이 63빌딩 7배의 높이(1716m)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연분해 위생장갑을 사용하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한국 대학가 비거니즘동아리연합 ‘비온대’는 지난 4월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63빌딩 7개 높이 분량의 위생장갑을 자연분해(생분해) 위생장갑으로 우선 사용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들은 해당청원에 “단기적 코로나 예방과 장기적 시선으로 생태계를 보호하는 방법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투표는 미래를 위한 선택이고 기후비상사태 위기에 돌입한 지금 우리는 투표현장에서도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하나씩 해 나가야 한다. 투표용 비닐장갑을 자연분해 성분으로 사용해 달라”라고 촉구했다.

 

우리에게 돌아오는 일회용품의 폐해

 

일회용품이 낳은 문제점들은 온전히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태울 경우 다이옥신이라는 성분이 배출된다. 다이옥신은 청산가리보다 1만배나 강한 독성물질로, 1그램으로 체중이 50킬로그램인 사람 2만 명을 죽일 수 있다. 또한 다이옥신은 *2지용성이라 주로 지방류가 많은 식재료에 축적된다. 이러한 식재료들을 사람이 섭취하게 된다면 사람의 체내 지방 조직에 쌓이게 된다. 게다가 다이옥신은 잘 분해되지 않아 매립할 경우, 수백 년이나 토양에 축적된다. 포항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정정애 사무국장은 “일회용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호르몬들이 인체의 내분비계로 들어가거나 토양이나 수질을 오염시킴으로써 인간에게 피해를 준다”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현재 대한민국의 매립지들은 포화상태임에도 불구하고 *3님비현상에 의해 신설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2016년 5월 펴낸 보고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와 미세 플라스틱>에 따르면, 플라스틱이 2010년에만 최소 480만t에서 최대 1270만t이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고 한다. 1997년 발견된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는 2009년 두배 가까이 커져 한반도의 7배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바다 쓰레기섬의 90%는 플라스틱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1mm 이하의 크기로 잘게 쪼개진 플라스틱들은 바다를 떠다니다 바다 생물에게 먹히게 된다. 그 결과, 바다 쓰레기섬 주변 어류 35%의 뱃속에서 작은 플라스틱이 들어있다고 알려졌다. 정 사무국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인간의 활동이 감소하면서 대기의 질이 좋아졌지만, (역으로) 일회용품의 사용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라며 “이 상황에 대해 상당히 위험스럽게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1 언택트 소비: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ㆍ반대를 뜻하는 언(un)을 붙인 신조어로, 소비자와 직원이 만날 필요가 없는 소비 패턴

*2 지용성: 어떤 물질이 기름에 분해되는 성질

*3 님비현상: ‘Not In My Back Yard’의 약자로, 공공의 이익은 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반대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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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없는 삶, 가능할까?

NO 일회용품 챌린지 기간동안 기자가 직접 사용한 물품들 - 사진 이세빈 기자 leesb@hgupress.com
NO 일회용품 챌린지 기간동안 기자가 직접 사용한 물품들 - 사진 이세빈 기자 leesb@hgupress.com

 

본 기자는 일회용품이 우리 삶 속에 얼마나 가까이 자리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직접 5일동안 ‘NO 일회용품 챌린지’를 시도했다. 일회용품의 범위는 한번 쓰고 폐기되는, 즉 사용 후 재사용되지 않는 물건들로 한정했다. 챌린지 기간동안 기자는 주로 한동대 내부에서 생활했다.

 

흔들리기 시작하는 시점

 

NO 일회용품 챌린지 1일차 새벽, 벌써부터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밤새 과제를 하는 중에 배고파서 책상 서랍에 있는 초콜릿을 꺼내 먹으려 했다. 하지만 포장지가 일회용품이라 먹을 수 없었다. 배에서는 먹을 거 달라고 요동을 치고 있다. 일회용품 없는 삶이 간식 없는 삶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오후에는 일회용품 없는 삶을 위해 텀블러, 쇠 수저, 면마스크 등을 구매하러 갔다. 하필 그날은 비가 와서 매장에서 종이봉투라도 구하려 했다. 하지만 해당 매장은 비닐봉투만 취급해서 어쩔 수 없이 전부 손으로 들고 올 수밖에 없었다. 한 손에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물품들을 들고 오는 과정은 여간 고생이 아니었다. 결국 온몸이 비에 젖은 상태로 기숙사에 도착했다.

 

금단의 구역, 매점과 편의점

 

일회용품 없는 생활 중엔 매점과 편의점은 금단구역이었다. 매점과 편의점의 상품들은 대부분 일회용품으로 포장돼 있기 때문에, 설령 간다 해도 살 수 있는 것이 없다. 매점이나 편의점에서 혹시나 살 수 있는 게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들어가봤지만, 거의 모든 상품이 비닐이나 플라스틱과 같은 일회용품으로 포장돼 있어 아무것도 구매할 수 없었다. 심지어 재활용도 아닌 일반쓰레기로 처리되는 포장소재가 상당수였다. 덕분에 5일간 매점과 편의점에서 즉석식품을 줄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5일만에 몸무게 1.2kg가 빠졌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한 일회용품

 

치킨 먹는 순간 역시 일회용품의 연속이었다. 챌린지 4일차 저녁, 친구들과 함께 치킨을 시켰다. 챌린지 기간 중이기에 메뉴 선택에 신중을 기울였다. 일회용품으로 포장된 몽불, 족막 등은 먹을 수 없었으므로 포장지가 종이로 된 치킨을 시켜 먹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치킨 속에 있는 치킨무가 일회용품으로 포장돼 있는 것을 보고 말았다. 그 뿐 만이었을까, 나무젓가락, 치킨소스도 일회용품으로 포장돼 있다. 생각해보니 종이도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이었다. 식욕에 눈이 멀어 일회용품의 범위마저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결국 챌린지를 위해 치킨을 먹지 않았다. 치킨을 눈앞에 두고 못먹는 그 순간은 지옥이 따로 없었다.

 

일회용품은 우리 곁에서 떨어질 수 없었다

 

일회용품이 아예 없는 삶이란 불가능했다. 초반에는 그저 면마스크, 텀블러, 쇠 수저 등의 다회용품만 있어도 일회용품 없는 삶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쓰는 휴지도 일회용품이고, 물건 샀을 때 나오는 포장지들도 일회용품이다. 이외에도 물티슈, 종이박스, 양면테이프 등도 일회용품이다. 우리 일상생활 필수 생필품 중 상당수가 일회용품이었다.

 

마무리하며 - 사소한 실천을 첫 걸음으로

 

일회용품은 우리 삶 속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어, 뗄래야 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일회용품을 많이 쓴다면 환경이 오염되고, 그 피해는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게 된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일회용품을 남용하기에는 그에 따른 대가로 닥칠 환경오염의 결과가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가 코로나19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일상의 환경문제에 있어서도 한 발짝 속도를 늦추고 작지만 큰 실천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나무젓가락 대신 쇠젓가락을, 티슈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는 등의 사소한 것부터 실천해보자.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위한 작은 실천은 깨끗한 자연으로 회복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생활 속 쓰레기의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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