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국제정치학회 

국제어문학부 14학번 김선욱

5월 1일, 북한의 경애하는 최고지도자가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전세계가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소식들로 요동쳤다. 한국의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가 김정은이 심혈관 스텐트 수술을 받았다고 보도한 바로 다음 날 CNN은 그가 ‘심각한 건강상의 위협’을 마주하고 있다는 소식을 내보냈다. 봇물이라도 터진 것처럼 김정은의 건강 상태에 대한 루머가 떠돌았다. 그가 심장 수술을 받다가 죽었다라는 루머부터, 수술이 실패해 식물인간이 되었다던가, 혹은 코로나를 피해 모습을 감추고 있다 등등 내용들이 가지각색이었다.

 

김정은이 몇 주간 언론으로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건강 상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2014년 이후 두번째이다. 2014년 9월 3일 북한의 예술단 공연을 관람한 이후 10월 14까지 한 달이 넘도록 행방이 묘연했다. 북한 정권이 세워진 것을 기념하는 9월 9일 ‘구구절’ 기념식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한국으로 치면 정기 국회와 같은 ‘최고인민회의’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북한 매체는 최고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고, 2014년 10월 14일까지 김정은은 <로동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등장하며 전세계에 그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2014년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을 종식한 <로동신문> 1면)

 

북한 매체의 2020년의 대응은 2014년과 많이 닮았다. 최고지도자에 대한 신변이상설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을 때 <로동신문>을 비롯한 매체들은 이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외국 정상과 서신을 주고 받고 북한 내 노동자들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는 통상적 통치활동에 대한 보도들은 있었으나 그건 김정은이 아니라 누군가 대리로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들도 있었다 (한가지 첨언하자면, 김정은의 이름이 걸린 기사는 김정은 본인의 허가 없이는 언론에 보도되자 못한다). 마침내 5월 2일, 존경하는 최고지도자가 비료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는 <로동신문>의 대문짝만한 기사를 내보내며 그가 건재함을 2014년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표현했다.

 

북한 매체는 왜 김정은의 신변 루머에 대한 언급을 일체 하지 않았는가? 필자가 생각하기에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외부의 루머가 북한 내에 퍼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김정은의 1인 체제의 독재로 정권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지도력 상실에 대한 의심이 퍼지는 것은 북한 지도층의 입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일 것이다. 


두번째는 정말로 김정은의 건강에 별 이상이 없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북한 매체는 김정은이 발목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인민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낸 적이 2014년에 있다. 그러나 이번에 김정은의 건강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다는 것으로 봐서는 국정원의 보고처럼 김정은이 특별한 건강상의 문제를 겪고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북한 지도자들의 건강상태에 대한 의문은 늘상 제기되어왔다. 김일성 때도 그의 사망 루머가 사실인 것처럼 조선일보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적이 있고, 아들 김정일도 생전 수많은 건강 이상설에 시달렸다. 손자 김정은도 이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폐쇄적인 북한의 특성상 앞으로도 북한 최고 지도자의 건강 루머는 몇 번이고 나올 수 있다. 이번 계기를 통해 북한의 매체의 패턴을 분석한다면 최고 지도자의 건강 문제로 인한 한반도 리스크에 더 냉철하게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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